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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에서 민원24 사이트(http://www.minwon.go.kr) 로그인부터 서류 발급 신청 절차는 정상적으로 잘 되었는데, 결정적인 단계에서 가장 결정적인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인쇄 기능이다. ㅡㅡ;


(구글 크롬에서 민원24 사이트에 접속하면 위 스크린샷과 같이 문서 출력을 할 수 없다.)



크롬에서 민원 신청만 할 수 있고, 인쇄는 결국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다시 켜서 같은 페이지에 다시 로그인해 들어와서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럴 거면 크롬 브라우저에서 민원 신청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수 없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켜고 다시 로그인해서 민원 발급 페이지에 갔더니,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또 설치하라고 한다. 크롬에서는 안되는 인쇄 기능까지 포함된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용 플러그인이 당연히 필요한 거겠지만,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exe 프로그램인데 크롬에서는 안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는 되는 것도 이상하고, 브라우저가 다르니까 또 별도로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하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민원 신청 또는 민원 발급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추가로 플러그인 설치를 

요구하는 화면. 해당 플러그인은 민원 신청과 인쇄 페이지 양쪽에서 같은 이름으로 표시되므로, 

인쇄 모듈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고 민원신청 기능까지 모두 포함된 통합 플러그인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어떤 기준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세계 3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액티브X로 도배되어 있던 초창기 전자정부 (지금이 전자정부 3.0이니까 1.0~2.0 시절)가 세계 1위를 하던 적도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기능이 있고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사용성에도 많은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현재 세계 1위인 영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이 너무나 부럽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종류, 심지어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접속해도 모두 원하는 정보를 제한 없이 얻을 수 있고, 게다가 모바일 기기와 PC 화면 각각에 대해서 최적의 가독성을 갖도록 디자인에서 배려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 사이트는 그저 예뻐 보이는 게 우선이고,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하게 움직이는 플래시로 상단 메뉴 바를 도배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듯 한데, 이건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정부부처 어딘가에 있을 고위직 공무원이 보기에 좋은지부터 생각하며 눈치를 보는 듯 하다나름대로 디자이너들의 팔을 비틀어서 깔끔해 보이게는 만들고 있지만, 그마저도 전부 이미지로 도배되어 있으니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것이다.


그냥 공인인증서를 없애고,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신청서류를 발급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대신 PDF로 발급할 때 문서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일련번호 같은 것을 잘 이용해서 유효기간도 정의할 수 있으면, 사용자가 나중에 같은 파일을 또 인쇄하더라도 무효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복잡한 문제가 있는 걸까? (이미 지금 플러그인을 통해서 민원신청서류를 인쇄해 봐도 문서확인번호가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인터넷으로 발급할 때 일부 문서(예: 주민등록등본)는 무료인데, PDF로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또 인쇄해서 쓰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개인이 다른 개인을 상대로 지금과 다른 오래 전 문서를 인쇄해서 사기를 칠 것이 염려돼서 그러는 것일까? 그런 경우에는 문서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웹서비스를 만들어서 문서를 받는 사람이 조회해 볼 수 있도록 하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여전히 내가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정부가 알면서 안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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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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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조선비즈, [이코노미조선] "삼성전자 경쟁자는 애플 아닌 제조 역량 키우는 폭스콘" [1]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 있는 토니 미셸 교수가 뉴스기사 인터뷰를 통해서, "제품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견주어 볼 만한 상대가 애플이 아니라 아이폰을 실제로 생산/조립하는 폭스콘(Foxconn)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했다.


뉴스기사의 제목은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한 것인지 제목의 간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줄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삼성의 경쟁자가 폭스콘이라고만 썼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 제조역량 측면'에서의 경쟁자가 폭스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IT기기에 들어가는 몇몇 핵심 부품(메모리, 모바일 프로세서 등)의 제조부터 완제품 판매, 서비스 부분까지 사업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어서 비교하는 기준에 따라 경쟁자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완제품 모바일 기기 측면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두 가지 종류의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로 인해서 애플이 자주 비교대상에 오르내린다. 다만 여기서 경쟁자로 간주하는 것은 반드시 실제 경쟁 가능한 규모인가 아닌가를 따져서 정의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가 느끼는 측면과 제조하는 제품의 유사성 등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므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시가총액, 영업이익, 브랜드가치 등 비교하려는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실제 회사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주 비교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제품 그 자체의 품질과 성능 등을 비교하는 경우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실제로 제조한 폭스콘의 제조 능력과 삼성전자의 제조 능력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고, 아이폰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꾸준히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폭스콘의 제조 능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사 인터뷰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폭스콘 외에도 중국의 다른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의 성장이 삼성전자에게는 폭스콘과 똑같은 관점에서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토니 미셸 교수는 앞으로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을 거론했다. 이 말의 의미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외에 판매하고 있는 여러 다른 가전제품들을 사물인터넷에 참여하는 '스마트한 사물'로 만들고, 이들을 스마트폰과 자연스럽게 연동되도록 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가전제품들이 스마트폰과 '자연스럽게' 연동되면서 사용자의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여주면서 같은 삼성 제품을 쓰는 데서 얻는 시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은 더이상 하드웨어가 관여하지 못하고, 오직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말로 나를 위해서 주변 사물들이 자동으로 움직여 주는 듯 하고, 그 움직임이 나의 의도에 최대한 부합하면서 조작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 HCI)' 측면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달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이미 HP, 컴팩, Acer 등의 회사들이 스마트폰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PDA 하드웨어를 만들었고, MS가 그 기기들 위에 운영체제(Windows CE, Windows Mobile)를 올려서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이폰만큼의 충격을 일으키지 못했고, 중간에 삼성전자도 Windows Mobile 전용 폰을 이미 만들고 있었지만 이것들 모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순식간에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PDA는 이미 터치스크린, 다양한 앱을 개발해서 올릴 수 있는 윈도우 모바일 플랫폼,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전화 등의 무선 통신 기술을 내장하고 있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구성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애플이 2007년에 잘 정돈되고 직관적인 UI와 아주 뛰어난 터치스크린, 앱스토어를 모두 가진 아이폰을 출시해서 가장 먼저 혁신을 일으켰고, 그 엄청난 파급효과가 지금까지 애플을 견고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다. (물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형태로 개발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애플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즉,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사용자들이 정말로 사고 싶어하는 스마트폰을 만든 것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물론 손에 착착 붙는 것 같은 터치스크린도 영향을 끼치긴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애플이 맨 처음 아이폰을 출시할 때와 같은 혁신과 충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사물인터넷 제품이 여러 다양한 회사들에 의해서 개별적으로 개발되고, 각 제품별로 스마트폰 연동 플랫폼이 쪼개져 있는 상태라서 강력하게 시장을 리드하는 압도적인 회사가 아직까지는 없는 듯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보면, 토니 미셸 교수도 언급했듯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오븐, 세탁기, 에어컨, 카메라, 프린터, 로봇청소기 등등 제품 라인업이 매우 다양하고, 이 다양한 기기들이 모두 잠재적으로 사물인터넷에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이다. 이 많은 기기들을 잘 연동하고,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되고 편리하면서 직관적으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으면, 삼성전자는 현재로써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스마트 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관점에서 거의 삼성전자와 유사한 라인업을 갖고 있는 LG전자도 (비록 만년 2등 상황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려고 애쓰는 모습은 이러한 시장과 기술의 변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역할을 갖는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연동하는 것은 단일 기기에서 작동하는 스마트폰용 OS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분산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따라서 보다 큰 규모의 플랫폼을 설계/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삼성전자가 이미 IoTivity를 개발하고 있으므로,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좋은'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과, 킬러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실행시킬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 서비스 프랫폼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앞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대로 시장에 내놓게 된다면, 그 때에는 아마도 대륙의 실수 제품을 연달아 만들어 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지칭하는 중국의 '샤오미'가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경쟁자가 될 것이다 [2].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참고자료>

[1]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3/2016071300975.html

[2] http://skylit.tistory.com/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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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를 앞두고, 중국이 자국에 불리한 판결을 예상하고 미리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2016.07.12)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nine-dashed line)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여러 국가들(대략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각자 서로 다른 해안 국경선을 그리면서 영유권 분쟁을 지속하는 이유는 당연히 남중국해에 돈이 되는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중에서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시설을 구축해 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영유권을 행사하면서 주변국의 활동(주로 어업일 듯)에 피해를 입혔고, 이를 보다 못한 필리핀이 PCA에 제소를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으며, 결국 필리핀이 승소했다. 하지만 PCA의 판결 자체가 집행 능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서 중국이 이미 실효 지배하는 섬들을 반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필리핀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 냈기 때문에 중국이 더이상 무분별한 인공섬 건축과 군사적인 위협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소리를 키울 수는 있게 됐고, 필리핀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PCA에 제소를 해서 승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남중국해 분쟁의 근본 원인은 매장된 자원이겠고, 파생되는 이유 중에는 각국의 군사적인 목적도 있는 듯 하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온전히 자국의 영해로 만들지 않게 되면, 그 바다에는 세계 어느 나라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이 자국의 항공모함을 이끌고 중국 본토와 더 가까운 곳을 아무 제지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의미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바로 아래를 지나다니는 강력한 군사적 존재를 지켜볼 수밖에 없으므로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필리핀은 유엔 해양법협약(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을 기준으로 중국이 필리핀의 주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국제법에 호소를 했고, 반면에 중국은 대략 1948년부터 구단선을 정의한 자국의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역사적인 이유를 들어서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영향을 끼친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섬'에 대한 개념이 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국제법상 근거가 있고 이미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이 합의하고 비준한 UNCLOS (심지어 중국도 비준했다. 황당하게도 미국은 비준에 참여하지 않았다.)의 기준도 모두 대륙 또는 섬의 해안선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UNCLOS에서는 섬, 암초, 간출지, 인공섬은 아래와 같이 간주한다:

  • '섬(island)'은 바다 위로 항상 드러나 있는 영역이 존재하고, 그 드러나 있는 땅에서 인간의 삶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섬은 영해와 배타적 경제 수역을 모두 주장할 수 있다.
  • '바위(rock)'는 암초 중에서 물 위로 항상 드러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다만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암초는 영해만 주장할 수 있고, 배타적 경제 수역을 주장할 수 없다. 물속에 잠긴 부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간출지(low-tide elevation)'는 땅의 일부가 간조(low-tide)일 때에만 물 위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간출지는 영해로 주장할 수 없고, 당연히 배타적 경제 수역의 기준으로도 쓸 수 없다.
  • '인공섬(artificial island)'원래 섬이 아닌 부분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건축해서 만든 경우인데, 국제법상 이것을 '섬'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해와 배타적 경제 수역 모두 주장할 수 없다.


중국이 여러 개의 인공섬을 건축하고, 군사시설을 짓고 사람도 살게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렇게 만든 곳 모두 PCA로부터 영해라고 주장할 효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스프래틀리 군도 중에서 땅으로 드러난 영역이 가장 큰 이투아바 섬(Itu Aba Island)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암초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해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한다. 대만은 이 섬에 약 1200미터의 활주로까지 건설해 두었는데 결국 소용 없게 되었다 (지못미) (여전히 실효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다른 국가가 내쫓을 수는 없겠지만).


스프래틀리 군도의 이투아바 섬 (출처: 위키피디아 [4])



대만은 그나마 섬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투아바 섬 1개를 실효지배하고 있는데도 효력을 상실했고, 반면에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그보다 작은 아주 많은 영역과 인공섬들을 가지고 영해를 주장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번 판결을 통해서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섬은 하나도 없다는 것과 당연히 배타적 경제 수역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했듯이 남중국해의 가운데 영역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바다(international sea)가 되었고,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근거로 중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남중국해로부터 얻는 직접적인 이익이나 손해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강대국의 힘싸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참고자료>

[1] Philippines vs. China: Court to rule on South China Sea fight, http://edition.cnn.com/2016/07/11/asia/philippines-china-south-china-sea-hague-ruling/

[2] 남중국해에 인공섬 만드는 중국의 꼼수, http://weekly.donga.com/List/3/all/11/98934/1

[3] 상설중재재판소 "中, 남중국해의 구단선(九段線) 법적 근거 없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2/2016071202817.html

[4] 이투아바 섬 위성사진, https://en.wikipedia.org/wiki/Taiping_Island#/media/File:Taiping_Island_and_Zhongzhou_Reef_IS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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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기사 #1: 

[피치원단독]기상청,550억원짜리 슈퍼컴 4호기,스위스는 20억원에 구입,혈세낭비 유착의혹

http://www.pitchone.co.kr/?p=5746


문제의 기사 #2: 

[피치원뷰]기상청,”스위스가 20억에 구입한 슈퍼컴 550억원 구매사실 철저히 은폐하라”거짓자료배포,충격

http://www.pitchone.co.kr/?p=5954



결론: 두 기사 모두 거짓된 정보를 사실인 양 배포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오보이자 왜곡 기사이다.



스위스는 단돈 20억원만으로 우리나라 기상청이 구입한 550억원짜리, 세계 36, 37위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입한 게 아니고, 원래 갖고 있던 구형 CPU 기반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CPU와 GPU를 모두 연산에 활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는 업그레이드에 3200만 달러(환율 다 무시하고 대충 1000원으로만 계산해도 320억원) 이상 썼다. [1]


그리고 2015년 9월에 스위스가 새로 도입한 슈퍼컴퓨터 캐비닛 2세트의 스펙과 비용을 대충 추측해서 비교하려고 한 것 같은데, 2015년 9월에 새로 도입한 그 시스템만 놓고 보면 전 세계 슈퍼컴퓨터 랭킹 504위 [2], 반면에 대한민국 기상청이 갖고 있는 슈퍼컴퓨터 2개는 각각 36위37위 [3].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수치화하는 테라플롭스 기준으로도 거의 8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나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와 2015년 9월에 도입해 온 조그마한 슈퍼컴퓨터 일부의 성능을 비슷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 8배는 비슷한 것인가?


스위스의 슈퍼컴퓨터가 그전에 구형 슈퍼컴퓨터에 대대적으로 GPU를 추가하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친 시스템을 보면 세계 8위이다 [4]. 만약 이 세계 8위짜리 스위스의 슈퍼컴퓨터 시스템과 우리나라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4호기를 비교하려고 했다고 가정하면, 기자는 여전히 아주 불공정한 비교를 하고 있다.

비용을 따지려면 스위스가 맨 처음에 구형 CPU 기반 시스템을 구입한 비용 + 구형 시스템의 GPU 업그레이드 비용 합쳐서 비교를 했어야 한다. 그러면 20억은커녕 GPU 모듈 추가를 통한 업그레이드 비용만 320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으로 367억원)이 넘고, 초기 도입 비용 또한 백억원 단위는 충분히 찍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 우리나라의 도입비용과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구입비 550억원은 실제로 슈퍼컴퓨터 전체와 공간 등 부대시설을 통째로 도입하는 비용이다 [5]. 


구형 시스템의 GPU 업그레이드에만 벌써 3200만 달러가 들었고, 구형 시스템만 놓고 봐도 만만찮은 스케일인데 그 규모의 서버가 수백억원 단위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2015년 9월의 신규 캐비닛 2개 도입 비용은 하드웨어 스펙을 대충 살펴봐도 192개의 GPU 가속기가 8억원 이상, 여전히 함께 들어 있는 CPU 총합이 약 13억원, 그외 메인보드, 메모리, 파워 서플라이, 하드디스크, 본체 등등 다 합치면 20억원은 충분히 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4호기는 생각하는 것만큼 덤탱이를 쓰고 혈세를 낭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기자는 공정한 비교는커녕 27배 덤탱이 썼다는 자극적인 언론 플레이나 하고 있다.


게다가 기자가 "악성 재고"라고 지적하는 것과 같은 Intel Xeon E5-26XX 계열의 CPU가 스위스에서 2015년 9월에 추가 도입한 서버에만 5,568코어 (개수로 보면 12코어짜리니까 464개쯤?), 세계 8위를 찍는 전체 시스템 기준에서는 115,984코어나 된다 [4]. 이것은 세계 36위를 찍는 기상청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미리"가 69,600코어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스위스의 슈퍼컴퓨터가 더 많은 CPU를 갖고 있다.


기사에서는 마치 우리나라는 순수 CPU만 쓰고 스위스는 GPU 위주로 쓰는 것처럼 언급했지만, 스위스 슈퍼컴퓨터 역시 세계 여타의 모든 슈퍼컴퓨터와 다를 바 없이 CPU를 많이 쓰면서 GPU도 같이 쓰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기자는 지금껏 CPU 기반으로 돌아가던 대규모 연산 소프트웨어가 GPU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 하드웨어만 들여 오면 금새 되는 줄 착각하는 것 같다. 스위스도 슈퍼컴퓨터에 GPU 가속기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기존에 CPU 기반으로만 돌아가던 자기네 기상예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대규모 재설계를 거쳤다. [6] 참고로 이렇게 소프트웨어를 전체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그 대상이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한 치의 버그/오류도 허용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시스템인데 그게 하드웨어 구입하듯이 단번에 될 일이 아니다. 스위스에서도 5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기상청은 기대하는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제 값 주고 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슈퍼컴퓨터 구입하는 과정에서 27배 또는 530억원어치를 몽땅 비리로 해먹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같은 논리로 보면 크레이 사가 우리나라에 판 것과 모델명이 같고 스펙이 조금 다른 제품을 영국 등 다른 여러 국가에도 팔았는데, 그 국가들이 모두 중간에서 수백억원씩 비리를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그보다 기상청이 과연 정말로 550억원에 해당하는 하드웨어 성능을 필요로 하는지, 세계랭킹 36위 급의 성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더 가치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향후 운용 기간과 현재의 자원 활용 수준, 앞으로 새로운 종류의 일기예보를 추가로 하려는 것인지, 기존의 일기예보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더 넓은 영역과 더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등등을 생각해 보고 550억원 지출의 타당성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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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기상청이 세계 최초로 일기예보 연산 과정에 GPU 자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한계를 지적했어야 한다. 앞서 이미 언급했듯이, 이것은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나는 근거도 없는 슈퍼컴퓨터 구입비용 절감이 부러운 것이 아니고, 스위스처럼 기존에 잘 돌아가고 있는 일기예보 소프트웨어 시스템 전체를 다 뜯어고치자는 제안이 수용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GPU 기반 연산이 가능해지면서 슈퍼컴퓨터를 추가로 업그레이드할 때 큰 효율을 거둘 수 있는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분위기가 정말 부럽다.


우리나라 기상청이었다면 아마 전산실에서 기술 트렌드와 비슷한 필요를 느끼고서 "우리도 지도 위에서 기상 상태를 지금보다 더 상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높은 해상도의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일기예보 연산에 GPU도 활용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자"는 제안 정도는 윗선에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서 혁신을 이끌어 낼 만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윗선에서 묵살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서 돌렸다가 어딘가 문제가 생겨서 시스템이 다운이 되기라도 한다면 기상청, 아니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가 날 것이고 일기예보 소프트웨어 시스템 담당 직원과 그 윗선 사람들이 줄줄이 잘려나갈 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이렇게 뒷탈 없이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잘 못해서 미운 마음만큼은 이해를 하겠지만, 기상청이 싫다고 해서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와 근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가져와서 사실인 양 비난하고 선동하는 행태는 정말 화가 난다. 정부를 비난할 수만 있으면 잘못된 정보라도 상관이 없다는 논리인가? 


적당한 논리와 교묘한 왜곡에 자극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쓰면서 여론을 몰려는 것이 주 목적인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와 관련 분야에 대한 무지로부터 만들어진 선동으로 인해서 브렉시트 같은 일도 일어나고, 미국에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대선 후보가 득세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어렵다. 몇달 전 알파고 때도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인공지능 전문가인 척 하면서 설익은 인터뷰를 하거나 글을 쓰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없이 온 국민을 호도하는 잘못된 정보가 확대재생산 되는 과정이 정말 답답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니 통탄을 금할 수 없다.


해당 기사가 올라온 피X원이라는 미디어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싶다면 거짓 선동 기사를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올리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덧:

피치원미디어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고 해당 기사에 대한 공유 포스팅도 보이길래 이 글과 비슷한 맥락의 내용으로 댓글을 남겼더니 몇 분 후 지워졌다. 자극적으로 작성해서 페이지뷰 무지 올려주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리기는 싫은데 댓글에 반박은 못하겠고, 그래서 고작 하는 행동이 댓글 삭제라니, 이것만 봐도 저질 언론(언론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다)의 면모가 보인다.




<참고자료>

[1] http://investors.cray.com/phoenix.zhtml?c=98390&p=irol-newsArticle&ID=1797953

[2] Piz Kesch - Cray CS-Storm, Xeon E5-2690v3 12C 2.6GHz, Infiniband FDR, NVIDIA Tesla K80, https://www.top500.org/system/178617

[3] Miri - Cray XC40, Xeon E5-2690v3 12C 2.6GHz, Aries interconnect, https://www.top500.org/system/178612

[4] Piz Daint - Cray XC30, Xeon E5-2670 8C 2.600GHz, Aries interconnect , NVIDIA K20x, https://www.top500.org/system/177824

[5] Hark의 이것저것, "기상청 슈퍼컴퓨터 550억 혈세 낭비? 유사언론의 보도행태에 치가 떨린다 ^^" http://everyhark.tistory.com/196

[6] http://www.meteoswiss.admin.ch/home/measurement-and-forecasting-systems/warning-and-forecasting-systems/cosmo-forecasting-syste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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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계약까지 바꿔 '메트로 출신' 임금 인상

URL: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608215341410



이런 류의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

어째서 실제로 궂은 일이면서 동시에 기술력이 필요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젊은 기술직 직원의 임금이, 스크린도어 관련 지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능하고 무식한 퇴직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서 받는 임금의 절반도 안될 수 있는가?


임원이나 간부급이라서 그에 맞는 임금 수준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메트로를 퇴직해서 은성PSD로 간 직원들, 이른바 메피아들은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없고 업체 운영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니 은성 PSD의 임원/간부가 될 자격이 없다. 고작 2주의 교육을 받았다고 그 정도면 된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내가 다시 거꾸로 묻고 싶다. 그 2주간 받은 교육으로 스크린도어 수리를 본인이 직접 할 수나 있는가? 그리고 고작 2주만에 습득할 만한 기술 수준이면 도대체 스크린도어가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인가?


선진국들은 기술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에게 기술적 난이도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이번 구의역 사고로 드러난 메피아의 실체 외에도 얼마나 많은 분야의 수많은 회사에서 기술자와 핵심 인력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있을지 안 봐도 뻔하다.


스크린도어 작동 원리와 설치/정비에 통달한 전문가가 팀장, 부장으로 승진해야 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품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그들에게 인센티브 등으로 지원해 주어야 회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윗선(임원급 이상)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하긴 알 턱이 있나? 이번 메피아와 같이 무식한 자들이 윗선에 앉아서 뭐가 문제인지 보이기나 하겠는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고 백날 떠들어 봐야 여전히 우리 사회의 후진성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런 후진적인 시스템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고칠 의지도 없는 멍청이들이 윗선에 앉아 있다. 서울메트로가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이상 그 회사는 망할 일이 없으니까 결국 이렇게 불합리한 차별과 주먹구구식 운영 때문에 귀한 말단 기술자들만 계속 죽는 사단이 일어나는 것이다. 스크린 도어 사고가 이번이 최초도 아닌데 그들은 도무지 고칠 생각이 없다. 이 정도면 윗선의 사람들은 진작에 모두 퇴출되어야 하는데, 절망적인 것은 지금 있는 윗선을 퇴출시키더라도 새로 들어오는 윗선은 그전과 별 차이 없는 또다른 무능 자들이라는 점이다.


은성PSD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말단 기술자들을 진정한 전문가이자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갈 고급 인재로 키울 생각이 전혀 없는 문화이다. 가장 말단에 있는 기술자들은 경험의 총량이 부족하므로 전문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메피아들에 비하면 상당한 능력자들이겠지만.) 하지만 그들이 계속 기본적인 작업부터 반복하면서 손에 익고, 선배로부터 전수받는 기술들을 바탕으로 점차 성장하면 마침내 회사에 큰 도움이 되는 핵심 기술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장에서 직접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크린도어 수리를 더 안전하게 더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고, 애초에 수리할 일이 없도록 기존의 스크린도어를 더 튼튼하게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회사는 경쟁력 있는 제품(기술)을 들고서 시장에서 성공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선순환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말단 직원에게 투자할 수 있는 윗선이 먼저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스크린도어 뿐만 아니라 어느 업계를 막론하고 윗선이 핵심 기술자들이 알고 있는 핵심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자들로 채워져 있으니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본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수성가한 케이스가 이런 선순환 구조를 지속시킬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는 재계 상위 30명 중 자수성가한 사람이 7명뿐인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다. [1]



실제로 스크린도어를 더 효율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잔고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스크린도어를 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모두 실제로 스크린도어를 만져 보고 고쳐 본 말단 기술자들로부터 나오게 되어 있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해 보면 회사가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을 개선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나올 텐데, 이런 방안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권력이 모두 임원/간부급에 있다. 윗선이 해당 분야 기술자 출신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영을 배운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런 기술 전문가에서 승진한 중간 직원들이 별도로 경영을 배우고 더욱 더 윗선에 진출해야 한다.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경영과 관련된 전공 출신자들은 비용을 유발하는 구성원으로 계산하고, 엔지니어는 이익을 창출하는 구성원으로 정의하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엄청난 코딩 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구글 공동 창업자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모두 전산학 전공 대학원생이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본인이 직접 페이스북 초기 버전을 코딩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어떻게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가 전혀 없는 멍청이들을 간부, 그것도 심지어 공기업의 사장으로 앉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은성PSD는 140여명의 전체 직원 중에 실제 스크린도어를 고치는 실무를 담당하는 기술자가 40여 명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회사 운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윗선이다. 기술자 외에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무, 회계, 인사, 시설 등등 여러 분야의 인력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메피아의 경우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직급 피라미드에서 최하층에 기술직들이, 운영인력의 절반도 안되는 기술직들이 가장 적은 돈을 받으면서도 회사 운영의 핵심을 이끌고 있다. 구글은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 명을 뽑기 위해서 면접에 심혈을 기울이고, 뽑아놓은 직원이 최대한의 역량을 내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사농공상이라는 말이 나오던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기술을 천시하고도 이렇게 국가가 유지되다니 정말이지 미쳐 돌아가는 사회다.


나라 전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능력 없고 관련 지식도 없고 분야도 맞지 않는 퇴직자를 데려다가 임원으로 채용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젊은 세대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인맥?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그 잘난 인맥으로 스크린도어 수리 기술을 수출이라도 했나, 핵심 기술을 개발해서 특허라도 등록했나? 매출의 대부분이 서울메트로밖에 없고 회사의 확장과 매출에 기여한 것도 없으므로 이 정도면 썩은 인맥이다. 회사는 시장에서 파는 물건(기술)의 품질로 인정을 받아야 하고, 입찰공고가 났을 때 입찰이 되어서 인정받아야지 인맥 같은 걸로 회사를 유지해 봤자, 오늘 진작에 망했어야 하는 회사가 하루쯤 더 연명하다가 망할 뿐이다. 그렇게 부실한 회사가 하루를 더 버틸 수록, 애꿎은 말단 핵심 기술자들만 피해를 입는다. 이런 풍조가 다 헬조선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기술을 너무 천시하기 때문에, 극단적일 정도로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사회로 바뀌도록 충격을 줘야 한다. 그래야 차라리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체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이번 기회로 잘잘못이 낱낱이 까발려져서 아주 풍비박산 날 정도로 털린 뒤에 제대로 된 회사로 변모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공부하고 많이 배우고 복수전공에 영어능력, 봉사활동, 교환학생, 인턴쉽, 경진대회, 여러 개의 자격증 등 온갖 활동을 다 해보면서, 없는 스토리도 쥐어짜서 만들어 내며 능력을 키우고 있는데, 무능력한 윗선 때문에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풍조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능력이 없으면 그냥 망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이 있는 회사가 제대로 성장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나이도 많은데 일할 곳은 없고 서울메트로를 퇴직한 그 직원들도 나름대로의 사정이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능력이 안 되는데 억지로 능력을 넘어서는 위치에 가면 재앙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수 년간 스크린도어 수리 관련해서만 지금까지 사람이 셋이나 죽는 재앙이 있었으니까 맞는 말이다. 나이 많다고 나이로 깔아뭉갤 생각 하지 말고, 본인이 모르겠는 곳에서 제 2의 직업을 시작할 것 같으면 애초에 갈 생각을 하지 말거나, 굳이 계속 하고 싶으면 자신의 무지가 탄로날까 부끄러운 마음으로 뼈를 깎는 공부와 노력을 해서 전문가가 될 생각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 그럴 의지가 없으면 빨리 퇴출당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로 인해서 사회에 퇴직자가 더 늘어나도 좋다. 그 대신 실제로 진정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분야의 회사에서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 인정받는 것이 백배 천배 낫다. 그렇게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줄 아는 능력자들이 자기 위치에서 그저 맡은 일을 열심히 해 주기만 해도, 대한민국은 훨씬 살 만한 곳이 될 것이고, 결국은 그 혜택을 능력이 없어서 퇴출당한 사람들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앞으로 점점 줄어드는 젊은 층이 그나마 실력을 키워서 노년층을 부양하는 총량을 늘릴 수 있을 것 아닌가?


나도 항상 내가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부끄럽고, 어떻게든 지금 있는 위치에서 내 몫만큼은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면 지금 있는 위치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렇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정도를 어기고 사기를 치거나 불합리한 방법으로 아래에 있는 누군가를 찍어누르는 짓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 내 수준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하고 거기서 다시 성장하면 되는 것이니까.


제발 상식적인 사회 시스템, 상식적인 회사 운영 문화가 정착해서 우리나라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사라지길 바란다.




<참고자료>

[1]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상속자의 나라, 창업자의 나라." https://estimastory.com/2015/07/27/rich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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