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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기사 #1: 

[피치원단독]기상청,550억원짜리 슈퍼컴 4호기,스위스는 20억원에 구입,혈세낭비 유착의혹

http://www.pitchone.co.kr/?p=5746


문제의 기사 #2: 

[피치원뷰]기상청,”스위스가 20억에 구입한 슈퍼컴 550억원 구매사실 철저히 은폐하라”거짓자료배포,충격

http://www.pitchone.co.kr/?p=5954



결론: 두 기사 모두 거짓된 정보를 사실인 양 배포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오보이자 왜곡 기사이다.



스위스는 단돈 20억원만으로 우리나라 기상청이 구입한 550억원짜리, 세계 36, 37위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입한 게 아니고, 원래 갖고 있던 구형 CPU 기반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CPU와 GPU를 모두 연산에 활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는 업그레이드에 3200만 달러(환율 다 무시하고 대충 1000원으로만 계산해도 320억원) 이상 썼다. [1]


그리고 2015년 9월에 스위스가 새로 도입한 슈퍼컴퓨터 캐비닛 2세트의 스펙과 비용을 대충 추측해서 비교하려고 한 것 같은데, 2015년 9월에 새로 도입한 그 시스템만 놓고 보면 전 세계 슈퍼컴퓨터 랭킹 504위 [2], 반면에 대한민국 기상청이 갖고 있는 슈퍼컴퓨터 2개는 각각 36위37위 [3].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수치화하는 테라플롭스 기준으로도 거의 8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나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와 2015년 9월에 도입해 온 조그마한 슈퍼컴퓨터 일부의 성능을 비슷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 8배는 비슷한 것인가?


스위스의 슈퍼컴퓨터가 그전에 구형 슈퍼컴퓨터에 대대적으로 GPU를 추가하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친 시스템을 보면 세계 8위이다 [4]. 만약 이 세계 8위짜리 스위스의 슈퍼컴퓨터 시스템과 우리나라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4호기를 비교하려고 했다고 가정하면, 기자는 여전히 아주 불공정한 비교를 하고 있다.

비용을 따지려면 스위스가 맨 처음에 구형 CPU 기반 시스템을 구입한 비용 + 구형 시스템의 GPU 업그레이드 비용 합쳐서 비교를 했어야 한다. 그러면 20억은커녕 GPU 모듈 추가를 통한 업그레이드 비용만 320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으로 367억원)이 넘고, 초기 도입 비용 또한 백억원 단위는 충분히 찍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 우리나라의 도입비용과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구입비 550억원은 실제로 슈퍼컴퓨터 전체와 공간 등 부대시설을 통째로 도입하는 비용이다 [5]. 


구형 시스템의 GPU 업그레이드에만 벌써 3200만 달러가 들었고, 구형 시스템만 놓고 봐도 만만찮은 스케일인데 그 규모의 서버가 수백억원 단위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2015년 9월의 신규 캐비닛 2개 도입 비용은 하드웨어 스펙을 대충 살펴봐도 192개의 GPU 가속기가 8억원 이상, 여전히 함께 들어 있는 CPU 총합이 약 13억원, 그외 메인보드, 메모리, 파워 서플라이, 하드디스크, 본체 등등 다 합치면 20억원은 충분히 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4호기는 생각하는 것만큼 덤탱이를 쓰고 혈세를 낭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기자는 공정한 비교는커녕 27배 덤탱이 썼다는 자극적인 언론 플레이나 하고 있다.


게다가 기자가 "악성 재고"라고 지적하는 것과 같은 Intel Xeon E5-26XX 계열의 CPU가 스위스에서 2015년 9월에 추가 도입한 서버에만 5,568코어 (개수로 보면 12코어짜리니까 464개쯤?), 세계 8위를 찍는 전체 시스템 기준에서는 115,984코어나 된다 [4]. 이것은 세계 36위를 찍는 기상청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미리"가 69,600코어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스위스의 슈퍼컴퓨터가 더 많은 CPU를 갖고 있다.


기사에서는 마치 우리나라는 순수 CPU만 쓰고 스위스는 GPU 위주로 쓰는 것처럼 언급했지만, 스위스 슈퍼컴퓨터 역시 세계 여타의 모든 슈퍼컴퓨터와 다를 바 없이 CPU를 많이 쓰면서 GPU도 같이 쓰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기자는 지금껏 CPU 기반으로 돌아가던 대규모 연산 소프트웨어가 GPU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 하드웨어만 들여 오면 금새 되는 줄 착각하는 것 같다. 스위스도 슈퍼컴퓨터에 GPU 가속기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기존에 CPU 기반으로만 돌아가던 자기네 기상예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대규모 재설계를 거쳤다. [6] 참고로 이렇게 소프트웨어를 전체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그 대상이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한 치의 버그/오류도 허용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시스템인데 그게 하드웨어 구입하듯이 단번에 될 일이 아니다. 스위스에서도 5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기상청은 기대하는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제 값 주고 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슈퍼컴퓨터 구입하는 과정에서 27배 또는 530억원어치를 몽땅 비리로 해먹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같은 논리로 보면 크레이 사가 우리나라에 판 것과 모델명이 같고 스펙이 조금 다른 제품을 영국 등 다른 여러 국가에도 팔았는데, 그 국가들이 모두 중간에서 수백억원씩 비리를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그보다 기상청이 과연 정말로 550억원에 해당하는 하드웨어 성능을 필요로 하는지, 세계랭킹 36위 급의 성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더 가치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향후 운용 기간과 현재의 자원 활용 수준, 앞으로 새로운 종류의 일기예보를 추가로 하려는 것인지, 기존의 일기예보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더 넓은 영역과 더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등등을 생각해 보고 550억원 지출의 타당성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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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기상청이 세계 최초로 일기예보 연산 과정에 GPU 자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한계를 지적했어야 한다. 앞서 이미 언급했듯이, 이것은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나는 근거도 없는 슈퍼컴퓨터 구입비용 절감이 부러운 것이 아니고, 스위스처럼 기존에 잘 돌아가고 있는 일기예보 소프트웨어 시스템 전체를 다 뜯어고치자는 제안이 수용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GPU 기반 연산이 가능해지면서 슈퍼컴퓨터를 추가로 업그레이드할 때 큰 효율을 거둘 수 있는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분위기가 정말 부럽다.


우리나라 기상청이었다면 아마 전산실에서 기술 트렌드와 비슷한 필요를 느끼고서 "우리도 지도 위에서 기상 상태를 지금보다 더 상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높은 해상도의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일기예보 연산에 GPU도 활용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자"는 제안 정도는 윗선에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서 혁신을 이끌어 낼 만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윗선에서 묵살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서 돌렸다가 어딘가 문제가 생겨서 시스템이 다운이 되기라도 한다면 기상청, 아니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가 날 것이고 일기예보 소프트웨어 시스템 담당 직원과 그 윗선 사람들이 줄줄이 잘려나갈 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이렇게 뒷탈 없이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잘 못해서 미운 마음만큼은 이해를 하겠지만, 기상청이 싫다고 해서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와 근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가져와서 사실인 양 비난하고 선동하는 행태는 정말 화가 난다. 정부를 비난할 수만 있으면 잘못된 정보라도 상관이 없다는 논리인가? 


적당한 논리와 교묘한 왜곡에 자극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쓰면서 여론을 몰려는 것이 주 목적인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와 관련 분야에 대한 무지로부터 만들어진 선동으로 인해서 브렉시트 같은 일도 일어나고, 미국에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대선 후보가 득세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어렵다. 몇달 전 알파고 때도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인공지능 전문가인 척 하면서 설익은 인터뷰를 하거나 글을 쓰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없이 온 국민을 호도하는 잘못된 정보가 확대재생산 되는 과정이 정말 답답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니 통탄을 금할 수 없다.


해당 기사가 올라온 피X원이라는 미디어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싶다면 거짓 선동 기사를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올리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덧:

피치원미디어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고 해당 기사에 대한 공유 포스팅도 보이길래 이 글과 비슷한 맥락의 내용으로 댓글을 남겼더니 몇 분 후 지워졌다. 자극적으로 작성해서 페이지뷰 무지 올려주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리기는 싫은데 댓글에 반박은 못하겠고, 그래서 고작 하는 행동이 댓글 삭제라니, 이것만 봐도 저질 언론(언론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다)의 면모가 보인다.




<참고자료>

[1] http://investors.cray.com/phoenix.zhtml?c=98390&p=irol-newsArticle&ID=1797953

[2] Piz Kesch - Cray CS-Storm, Xeon E5-2690v3 12C 2.6GHz, Infiniband FDR, NVIDIA Tesla K80, https://www.top500.org/system/178617

[3] Miri - Cray XC40, Xeon E5-2690v3 12C 2.6GHz, Aries interconnect, https://www.top500.org/system/178612

[4] Piz Daint - Cray XC30, Xeon E5-2670 8C 2.600GHz, Aries interconnect , NVIDIA K20x, https://www.top500.org/system/177824

[5] Hark의 이것저것, "기상청 슈퍼컴퓨터 550억 혈세 낭비? 유사언론의 보도행태에 치가 떨린다 ^^" http://everyhark.tistory.com/196

[6] http://www.meteoswiss.admin.ch/home/measurement-and-forecasting-systems/warning-and-forecasting-systems/cosmo-forecasting-syste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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