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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코노미조선] "삼성전자 경쟁자는 애플 아닌 제조 역량 키우는 폭스콘" [1]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 있는 토니 미셸 교수가 뉴스기사 인터뷰를 통해서, "제품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견주어 볼 만한 상대가 애플이 아니라 아이폰을 실제로 생산/조립하는 폭스콘(Foxconn)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했다.


뉴스기사의 제목은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한 것인지 제목의 간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줄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삼성의 경쟁자가 폭스콘이라고만 썼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 제조역량 측면'에서의 경쟁자가 폭스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IT기기에 들어가는 몇몇 핵심 부품(메모리, 모바일 프로세서 등)의 제조부터 완제품 판매, 서비스 부분까지 사업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어서 비교하는 기준에 따라 경쟁자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완제품 모바일 기기 측면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두 가지 종류의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로 인해서 애플이 자주 비교대상에 오르내린다. 다만 여기서 경쟁자로 간주하는 것은 반드시 실제 경쟁 가능한 규모인가 아닌가를 따져서 정의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가 느끼는 측면과 제조하는 제품의 유사성 등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므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시가총액, 영업이익, 브랜드가치 등 비교하려는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실제 회사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주 비교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제품 그 자체의 품질과 성능 등을 비교하는 경우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실제로 제조한 폭스콘의 제조 능력과 삼성전자의 제조 능력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고, 아이폰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꾸준히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폭스콘의 제조 능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사 인터뷰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폭스콘 외에도 중국의 다른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의 성장이 삼성전자에게는 폭스콘과 똑같은 관점에서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토니 미셸 교수는 앞으로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을 거론했다. 이 말의 의미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외에 판매하고 있는 여러 다른 가전제품들을 사물인터넷에 참여하는 '스마트한 사물'로 만들고, 이들을 스마트폰과 자연스럽게 연동되도록 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가전제품들이 스마트폰과 '자연스럽게' 연동되면서 사용자의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여주면서 같은 삼성 제품을 쓰는 데서 얻는 시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은 더이상 하드웨어가 관여하지 못하고, 오직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말로 나를 위해서 주변 사물들이 자동으로 움직여 주는 듯 하고, 그 움직임이 나의 의도에 최대한 부합하면서 조작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 HCI)' 측면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달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이미 HP, 컴팩, Acer 등의 회사들이 스마트폰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PDA 하드웨어를 만들었고, MS가 그 기기들 위에 운영체제(Windows CE, Windows Mobile)를 올려서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이폰만큼의 충격을 일으키지 못했고, 중간에 삼성전자도 Windows Mobile 전용 폰을 이미 만들고 있었지만 이것들 모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순식간에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PDA는 이미 터치스크린, 다양한 앱을 개발해서 올릴 수 있는 윈도우 모바일 플랫폼,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전화 등의 무선 통신 기술을 내장하고 있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구성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애플이 2007년에 잘 정돈되고 직관적인 UI와 아주 뛰어난 터치스크린, 앱스토어를 모두 가진 아이폰을 출시해서 가장 먼저 혁신을 일으켰고, 그 엄청난 파급효과가 지금까지 애플을 견고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다. (물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형태로 개발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애플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즉,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사용자들이 정말로 사고 싶어하는 스마트폰을 만든 것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물론 손에 착착 붙는 것 같은 터치스크린도 영향을 끼치긴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애플이 맨 처음 아이폰을 출시할 때와 같은 혁신과 충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사물인터넷 제품이 여러 다양한 회사들에 의해서 개별적으로 개발되고, 각 제품별로 스마트폰 연동 플랫폼이 쪼개져 있는 상태라서 강력하게 시장을 리드하는 압도적인 회사가 아직까지는 없는 듯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보면, 토니 미셸 교수도 언급했듯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오븐, 세탁기, 에어컨, 카메라, 프린터, 로봇청소기 등등 제품 라인업이 매우 다양하고, 이 다양한 기기들이 모두 잠재적으로 사물인터넷에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이다. 이 많은 기기들을 잘 연동하고,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되고 편리하면서 직관적으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으면, 삼성전자는 현재로써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스마트 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관점에서 거의 삼성전자와 유사한 라인업을 갖고 있는 LG전자도 (비록 만년 2등 상황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려고 애쓰는 모습은 이러한 시장과 기술의 변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역할을 갖는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연동하는 것은 단일 기기에서 작동하는 스마트폰용 OS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분산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따라서 보다 큰 규모의 플랫폼을 설계/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삼성전자가 이미 IoTivity를 개발하고 있으므로,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좋은'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과, 킬러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실행시킬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 서비스 프랫폼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앞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대로 시장에 내놓게 된다면, 그 때에는 아마도 대륙의 실수 제품을 연달아 만들어 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지칭하는 중국의 '샤오미'가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경쟁자가 될 것이다 [2].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참고자료>

[1]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3/2016071300975.html

[2] http://skylit.tistory.com/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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