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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에 첫째딸이 유치원에서 받아 온 도둑게가 아직 잘 살고 있어서 근황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 햇수로는 우리집에 온 지 3년 반이 넘었고, 우리집에 오기 전부터 크기가 아주 소형이 아니었던 터라 이미 1년 정도는 살았던 개체가 아닐까 짐작이 되는데, 그래서 도둑게 입장에서는 언제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4년 이상은 살고 있는 셈이 된다.

다만 최근에는 성장이 정체된 것인지 1년 넘도록 탈피를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탈피가 2022년이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탈피했을 때 아쉽게도 다리 하나가 부절돼서 현재 9개의 다리로 잘 살고 있다. 부절된 마지막 다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멍울이나 혹처럼 생긴 주머니가 점점 커지면서, 탈피할 때가 임박하면 눈에 띌 정도로 커진다. 그런데 2020년에 처음 도둑게를 받았을 때, 부절됐떤 다리가 재생되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는데(거의 2~3개월만에 멍울이 눈에 띄게 커졌었고, 얼마 안 있어서 탈피를 했었다), 지금은 거의 1년이 넘도록 재생이 빨리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나이가 꽤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유치원에서는 도둑게를 한 마리만 받았어서, 중간에 기회가 있을 때 도둑게를 한마리씩 더 산 적도 있었는데, 중간에 샀던 다른 도둑게들은 소형 개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래지 않아서 폐사했다. ㅠㅠ 특히 탈피하는 과정에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가장 먼저 우리집에 온 '애플파이'라는 이름의 도둑게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아마도 때맞춰 깨끗한 정수기 물을 갈아 주고, 먹이 떨어지지 않게 감마루스 잘 채워주는 것말고는 사실상 방치(...)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ㅋㅋㅋ 

가장 최근인 2024년 1월 2일 사진. 감마루스를 변함없이 잘 먹고 있다.

 

2023년 4월 사진. 항상 돌 밑에 끼여 있으려고 한다. 위에 있는 돌이 실제 돌이 아닌 가벼운 것이고, 앞으로 넘어지지는 않아서 위험하지는 않다.

 

2023년 8월 사진. 이 때는 거실에 두고 살았는데, 녀석이 유리 너머로 우리 가족을 저렇게 구경하고 있었다.

 

이제 도둑게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둘째와 셋째.
아기들이 겁이 없다. ㅠㅠ 우리집 도둑게 녀석이 생각보다 온순해서 잘 물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애들이 도둑게를 그냥 막 집어올린다. 애플파이야 지못미... ㅠㅠ

최근 들어서는 방치(?)당하던 애플파이가 둘째와 셋째의 관심으로 인해 밖에 나오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 도둑게 입장에서는 극한직업일 것 같다. ㅠㅠ 다행인 것은, 애플파이의 주인인 첫째딸이 저렇게 계속 밖에 꺼내져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서, 나름 보호받으며 살고 있다. 첫째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가도 챙기는 것을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에 비하면 오히려 음식에 가까운 녀석이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오래 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족

한때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도둑게 사진은 모두 음식으로 분류됐던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내가 딱히 수정한 것도 없는데 이제 더이상 음식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사이에 이미지 인식 능력이 발전한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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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셋째가 태어나면서 다자녀를 태우기 위해 팰리세이드 7인승을 구매했고, 지금까지 정말 제대로 값어치를 해 주고 있다. 평상시에는 2열 독립시트 2개에 둘째(30개월)와 셋째(16개월) 카시트를 설치하고, 3열 중 절반만 펼쳐서 여기에 첫째(초등학생)가 앉고, 펼치지 않은 공간과 3열 뒤편을 짐칸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슈 (부제: 팰리세이드 짐 어디까지 실어 봤니?)

가끔 당근마켓으로 중고거래를 하면서, 팰리세이드의 카시트를 다 떼고 2열~3열을 모조리 풀플랫으로 하고서 비교적 큰 짐을 실어나를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오늘의 글 주제인 책장(...) 전까지는 가장 큰 것이 거실장(TV장), 유아책상/의자 정도였다. 그런데... 당근으로 여러가지 잘 실어나르는 걸 봐 오던 와이프가 드디어 최상 난이도 미션을 부여했다.

조만간 이사를 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짐을 줄이면서 여러 개의 작은 책장/수납장을 정리하는 대신 큰 책장 2개를 당근마켓으로 사게 되었다. 그런데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 크기가, 하나는 150cm * 120cm * 27cm, 다른 하나는 120cm * 120cm * 27cm이다.

위의 책장 2개(높이 120cm)를 실어날라야 한다.

저런 모양의 책장을 써본 적이 있어서 생각보다 가벼운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차에 싣기만 하면 그 뒤에는 이사용 카트 등을 이용해서 집까지 가져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팰리세이드에 실을 수 있을까?

 

*예측

인터넷에 있는 팰리세이트 트렁크 실측 데이터를 보니, 일단 책장의 너비(150~120cm)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를 2열까지 모조리 접으면 트렁크 끝에서 운전석까지 187cm라고 하고, 실제로는 1열을 조정하면 2미터도 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트렁크 중 가장 너비가 좁은 '뒷바퀴 사이'로, 너비가 110cm이다. 따라서 120cm 높이의 책장을 뒷바퀴 사이에 둘 수가 없기 때문에, 휠하우스(3열 컵홀더) 위에 올려 두거나, 책장을 살짝 기울여서 대각선으로 실으면 적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사진으로 먼저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팰리세이드 트렁크 개방 사진을 가져와서 뒷바퀴 사이가 110cm가 되도록 크기를 조정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옵션 1. 휠하우스 위에 놓기
옵션 2. 책장을 기울여서 싣기

위 사진처럼 옵션1이나 옵션2가 가능할 것 같았다. 참고로 옵션1이 윗쪽이 간섭되는 것 같지만, 사진이 원근법에 의해서 멀어질 수록 좁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트렁크 입구에서 들어갈 수만 있으면 안쪽 공간은 트렁크 입구보다는 미세하게나마 더 넓을 것이므로 괜찮다고 보았다.

팰리세이드의 윗쪽 공간만 괜찮다면 동시에 2개도 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2개는 시뮬레이션 상으로 안되는 것으로 나왔고, 실제로도 시도해 봤지만 2개까지는 넣을 수 없었다. ㅠㅠ

책장 2개는 실을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불가능했다.)

 

*결과

결국 하나씩 실어나르는 데 성공했다. ㅠㅠ 당근마켓 판매자가 배려해서, 한번에 하나씩 가져가는 동안 기다려 준 덕분에 비록 시간이 걸렸지만 책장을 실어나를 수 있었다.

다만 트렁크에 집어넣을 때 조금 위기가 있었는데, 트렁크 입구가 마감재로 인해서 생각보다 좁아서, 브레이크등 사이 높이로 절묘하게(?) 밀어서 집어넣을 수 있었다. ㅠㅠ 원래 차를 보호하려고 이불을 양쪽에 감싸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아예 집어넣는 것도 안돼서 결국 이불 없이, 책장이 약간 쓸리는 것을 감수하고서 집어넣었다. (차의 플라스틱 마감 부분은 쓸리기는 했지만 물티슈로 깨끗이 닦으니 상처는 없었다.

결국 옵션2로 적재 성공했다. ㅠㅠ

팰리세이드의 한계를 어느 정도 알았으니, 앞으로 중고거래 할 때는 이 크기를 최대치로 간주하고 물건을 고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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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가격리 숙소에 처음 도착한 후 저녁도 안 먹고 11시간쯤 잤더니 몸이 한결 편해졌다. 미국에 갔을 때는 시차적응이 잘 안 되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생각외로 시차적응이 빨리 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니면 미국에서 계속 시차적응을 못하고 그냥 온 것일지도? ;;;

 

*재택근무

원격으로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서 일을 하는데, 보안상 접근 가능한 시스템이 제한되어 있어서 몇가지 먼저 처리하고 싶은(?) 일들은 나중에 사무실에 가서 하기로 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직장이었으면 업무 생산성 회복 속도가 더 빨랐을 텐데...

 

*하루 두번 자가진단

목에 스티커로 된 온도계를 붙이고 하루에 오전/오후 각각 해서 총 두번 체온을 재서 자가격리 앱에서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정확히 몇 도인지는 알 수 없고, 색깔을 기준으로 Normal이면 섭씨 35~37.5도 사이라는 광범위한 구간에 해당된다. 그냥 36.5도라고 썼다.

스티커 형식의 일회용 온도계.

 

*보건소에서 걸려온 AI 전화

오후 4시 30분에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튜링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했을 것 같은 유창한 AI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중구 자가격리 팀입니다. 코로나19 증상 확인차 전화드렸어요. OOO님 되시나요?
  - 네.
지금 발열 증상 있으신가요?
  - 아니요.
목아픈 증상은 있나요?
  - 없어요.
기침 증상은요?
  - 없어요.
마지막으로 더 불편하신데 있으세요?
  - 아니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구보건소 care call이었습니다.
  - 네~

(더 말이 없길래 내버려 뒀더니 계속 전화를 안끊길래 내가 끊음;; )

인터넷에 찾아보니 네이버 클로바에서 개발한 AI 케어콜인 것 같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나저나 나도 AI 혹은 머신러닝 엔지니어 하고싶다.

 

*비대면 가족

4주째 영상통화로만 아이들 얼굴을 본다. 집에 가서 실제로 보면 왠지 훌쩍 커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아기한테 영상통화 켜진 폰을 맡겨놓고 갔더니...

 

*면세 와인

한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팀장님께서 지나가는 소리로 맛있다고 엄청 칭찬하시던 와인을 기내면세품으로 팔길래 하나 사서 왔다. 저녁때 와인이나 시음해 볼까 해서 꺼냈지만... 이 숙소에는 와인 오프너가 없다. ㅠㅠ 다음주에 집에 가서 맛보는 걸로...

이니스킬린 아이스와인. 맛이 궁금한데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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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2월 6일 새벽 4:40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도착 예정시간이 5:10이었는데 역시 빨리빨리의 민족이라 그런가... ㄷㄷㄷ 무지 빨리 왔다.

0. 자가격리 숙소 예약

귀국하기 전(1월 말), 내 실제 거주지역 관할 보건소에 자가격리 방법을 물어보니, 기본적으로는 자택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었다. 집에 동거가족이 있다고 했더니 화장실과 연결된 안방에서 혼자 격리하라고... 하지만 우리집의 동거가족은 갓난아기도 있고, 출장기간 동안 심지어 아기가 아파서 입원도 했었기 때문에 내가 집에 가봤자 아내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 장점이 없어서, 아예 별도로 자가격리숙소를 찾아서 예약을 했다. 위홈(https://www.wehome.me/) 플랫폼이 도움이 되었다.

1. 귀국, 자가격리 숙소 이동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방역택시는 미리 예약을 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마침 같은 시기에 발생한 한파 때문에 항공기 편성과 시간이 두 번이나 바뀌면서 한국 도착 시간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인천공항에서 검역, 세관신고 등을 모두 마치고 나왔더니(Arrival 구역) 바로 방역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내가 예약한 서울에 있는 자가격리숙소 주소를 말했더니 서울 지역으로 가는 방역택시가 그 자리에서 바로 배정되었고 (기사님이 대기하고 계셨음), smooth하게 숙소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요금은 인천공항~서울시 중구 이동 기준으로 약 8만원이 나와서, 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사와 분리된 방역처리된 탑승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이동 등을 고려했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나 혼자 7박 8일(공항 안내에 따르면 만 7일을 반드시 있어야 한다)의 자가격리 생활 시작.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한 깨끗한 숙소인 듯 ㅎㅎ
첫째딸 주려고 산 피카츄가 씬스틸러가 되었다(...)

3. 코로나19 PCR 검사

현재(2/6) 기준으로 해외입국자는 귀국 후 첫째날에 반드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건소는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인천공항에 코로나 검사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출국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귀국자는 예약을 해도 아예 접근이 안 된다고 한다. ㅠㅠ
보건소는 다행히 주말에도 9시~13시 사이에 코로나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자가격리 숙소에 먼저 갔다가 오전 9시에 가까운 보건소로 이동했다. 참고로 보건소에 갈 때 대중교통수단과 일반 택시는 당연히 이용이 불가능하고, 걸어서 가거나 방역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다행히 내 경우는 숙소에서 도보 16분 거리에 중구 보건소가 있어서 보건소까지 걸어갔다.

주일 아침 9시30분에 보건소 앞에 갔는데 벌써 줄이 길다. PCR 검사 줄이 그나마 짧고 항체검사 대기자가 훨씬 많았는데, 그건 아마 PCR검사는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시켜서 그랬던 것 같다. 해외입국자는 의무적으로 PCR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PCR 검사 줄에 섰다.
미국에서 비행기 탑승 48시간 전에 PCR 검사를 해야 했고, 그게 항공편 결항 때문에 시간이 만료될 가능성이 높아서 한번 더 PCR 검사를 했고, 이제 귀국 후에 받는 PCR 검사... ㅠㅠ 그런데 미국에서는 PCR 검사를 위해 면봉을 아주 깊게 넣는 대신 양쪽 콧구멍에 모두 넣고 다섯번씩 휘젓는 데 반해, 한국은 정말 뒤통수로 뚫고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깊게(...) 한번 집어넣었다. 결론은 한국의 PCR 검사가 훨씬 아프고 힘들다. ㅠㅠ "한번에 제대로 검사해야 하니까 아프더라도 참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간호사가 피가 날 정도로 찔렀다. ㅜㅜ

4. 자가격리 앱에 격리자 등록

그렇게 고통의 코로나19 PCR 검사가 끝나고 자가격리 숙소로 다시 복귀... 그런데 아직 보건소의 연락이 없다. 인천공항에서는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하라는 종이 한장을 주고는 설치 했는지 안했는지 검사도 안하고 그냥 빨리빨리 통과시켜 주는 바람에 해외입국자로 등록을 못 했다.

공항에서 번호를 입력해 줘야 하는데...?

그래도 낮에 관할 보건소(중구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담당 공무원이 가이드를 줘서 일단 "국내 자가격리 대상자"로 먼저 등록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국내 자가격리 대상자로 등록하면 담당 공무원의 아이디(ID)를 입력해야 하는데, 그건 전화로 담당자가 알려준다.

우여곡절 끝에 활성화시킨 자가격리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자가격리 앱의 평점이 1점대이고, 정말 엄청난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ㅠㅠ 가장 큰 문제는 폰을 가만히 두었는데도 자꾸 위치를 이탈한 것으로 나와서 앱은 앱대로 알림을 보내고, 담당공무원에게서도 연락이 오고, 그게 이동하지 않는 밤 시간에 오히려 더 심하다는 것... ㄷㄷㄷ

나는 해외출장 때 필요해서 스마트폰을 2개 들고 갔었는데, 폰 1개를 자가격리 앱 실행용으로 전담시켰다. 충전기를 꽂고(배터리 소모도 장난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ㄷㄷㄷ), GPS 신호를 일관되게 수신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아예 창가에 하루 종일 두었다. 덕분에 다행히 알림 폭탄 같은 건 아직까지 없는 듯...

여기까지 하고 나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15시간 차이나는 지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선잠만 자다가 왔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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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잡으면서 2020년 3월에 직장 근처 아파트에 대해 2.6억 보증금으로 전세를 계약했고, 그 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작년에는 임대차3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그걸 비웃듯 집값과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지금도 오르는 중이다. 올 여름에 보니 같은 아파트단지의 매매 가격은 내가 전세계약 할 때의 매매 시세 대비 1.5~2배 올랐고, 전세 가격 역시 최소 4억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집주인은 올 여름부터 집을 팔기 위해 매물로 내놓았고, 추석 연휴 직전까지 집을 보러 사람들이 꽤 많이 다녀갔지만,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느덧 계약 만료를 6개월 앞둔 시점이 되었고, 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OO아파트 OO동OO호 세입자입니다.
저희가 2022년 3/OO 전세계약 만료와 관련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전세계약을 연장하려고 합니다.
혹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면 맞춰서 준비하겠습니다.

 

오전에 내가 보낸 문자에 한동안 대답이 없던 집주인은 오후 늦게 되어서 '죄송하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실거주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답변을 정중하게(?) 보내 주었다.

임대차 3법 덕분에 세입자는 2년 전세계약 후 집주인의 정당한 사유 없이는 5% 이하의 인상분으로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 같지만, 그에 맞서는 집주인은 '본인 혹은 직계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 물론 세입자의 입장에서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면 손해배상청구 등의 수단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래 봐야 집주인은 차라리 벌금을 내거나 이사 비용을 물어주고 말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기존 세입자를 내보냄으로써 얻는 이득이 최소 억 단위인데 누군들 안 내보내려고 할까?

그리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해배상할 것도 없이 본인 가족의 일부 구성원만 세대분리 시키고(예를 들어, 4인 가족이라면 아내와 자녀 1명), 그들만 기존에 전세를 놓았던 집으로 전입신고한 뒤에 간단한 가재도구와 침구만 갖다 놓고서 주말에 가끔 들러서 거주하는 척 하면 그만이다. 그런 식으로 잠깐 실거주하다가 '집주인 거주 매물'로 부동산에 다시 내놓거나, 거의 2배쯤 올린 전세 보증금으로 세를 놓으면 순식간에 팔려 나가니까 말이다. 나 때문에 전세 낀 매물이 되어서 잘 팔리지도 않는 상황을 지켜보던 집주인 입장에서는 우리 가족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짜증이 나서 지금 전세로 거주하는 집을 내가 살 수 있는지 알아보니,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현재 호가 중에 가장 낮은 가격이 6억원이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투기조정지역이라서 주택담보대출이 50%까지만 나온다. 그러면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까지만 가능하고, 나머지 3억원은 다른 방법으로 마련해야 한다. 나는 사회에 발을 디딘 게 늦은 죄로 그동안 악착같이 전세대출금을 상환하고(인센티브 받을 때마다 대부분 상환) 그 전부터 모은 돈을 합쳐 보니 1.3억원쯤 되고, 여전히 나머지 1.7억원을 다른 방법으로 조달해야 한다. 그나마 가능해 보였던 신용대출은 최근 들어 틀어막히는 중이고, 퇴직하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불효를 최대한 안하고 싶지만 한다손 쳐도 1.7억원이나 지원해 주실 수도 없다. 마침 최근에 주택담보대출에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를 우대하기 위해서 나온 10% 추가 혜택이 있기는 한데, 부부합산 소득 9000만원 이하라는 조건이 있었다. 나는 대기업에 다니는 외벌이라서 원천징수 연 소득을 기준으로 9000만원을 넘으므로 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사는 곳에서 조금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로 여러 아파트 단지를 분양할 예정인 곳이 있어서 그곳에 분양을 낼 때까지만 현재 있는 곳에서 버텼으면 좋겠는데, 사실 분양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대학원생 시절에 마음이 맞아서 일찍 결혼했더니 신혼부부 조건(혼인신고 후 7년 이내)을 넘어 버려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없고, 같은 행정구역에 거주한 기간 역시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내년 4월 전까지는 분양 공고가 나오더라도 가장 순위가 낮은 일반 분양밖에 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최근과 같은 강력한 대출 규제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된다면, 정작 나중에 입주할 때가 되어서 주택담보대출이 막혀서 잔금을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결국 나는 박사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 것 때문에, 뒤늦게 회사에 들어오면서 표면적으로 연봉이 높아 보이지만 당장 돈이 없어서 집과 관련된 것은 거의 전부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현재 기준으로는 입사 후로 지금까지 회사에서 받는 소득 전부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다 모아도 최근에 오른 전세금 충당은커녕 주택담보대출 50%를 받고서도 집을 살 수 없는 벼락거지가 되었다.

블라인드 앱에서 우스갯소리로 우리회사에 최근에 입사한 박사들이 제일 불쌍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내 얘기가 되었다. 모은 돈은 별로 없고, 미세하게 높은 연봉 갖고는 내집마련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고, 상환능력을 근거로 최대한 대출을 받고 싶어도 정부가 대출을 못하게 하니 직장 근처에 실거주를 위한 집을 구할 수 없는 신세 말이다. (서울은 전혀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석사 졸업 후 일찌감치 취업해서 미리 돈을 좀 모으거나, 지금처럼 정부의 미쳐 돌아가는 정책 변경과 그에 발맞춰 미쳐 돌아가는 집값이 되기 전에 집을 마련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후회해 봐야 내 뼈만 삭을 뿐이니 후회는 최대한 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나 잘 생각해 봐야겠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딸의 교우관계를 생각해서(안 그래도 이 동네에 유치원 중간에 들어와서 친구가 거의 없다) 같은/주변 아파트단지에서 전세를 구해야 할것 같고, 전세대출마저 막히기 전에 빨리 전세계약을 하고, 부자지간에 차용증도 쓰고 해야 할 것이다. 나이 먹고 독립했는데도 오히려 더 큰 돈이 나가는 불효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께 죄송하고, 오히려 그런 내게 걱정 말라시는 부모님의 위로가 또 감사하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있어서 다행이고, 또한 내년에 여러 아파트 단지에 (살아남기 위한) 분양을 기대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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