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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조정래, 서울대에서 '나라 망했다' 생각한 까닭은? 국회 교육희망포럼 초청, 신작 <풀꽃도 꽃이다> 토크콘서트", 2016.07.27.

*기사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0348&rccode=lvRc



평소에 문학을 많이 읽지 못해서 조정래 작가의 신작을 읽지는 못했지만, 이분이 토크 콘서트에서 했던 발언 일부가 여러 모로 공감이 간다. 조정래 작가가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중략) ... 제가 서울대에 가서 학생들 모인 곳에서 물었어요. '너희가 머리가 좋아 서울대에 왔는데 그게 너희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그랬더니 90%가 손을 들어요. 아, 이 나라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은 0.01%의 행운을 타고난 거예요. 머리 좋은 건 자신의 능력이 아니고 머리 나쁜 자를 대신해 받은 행운이에요. 그러니 나머지를 무시하면 안 되는 겁니다. 재능에 대한 겸손이 없으면 인간이 아닌 거예요. (이하 생략)"


사회과학 측면에서 검증해 보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순전히 개인의 능력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상당수의 학부모가 조기교육, 사교육에 엄청나게 열정을 쏟아붓는 현실만 놓고 봐도, 한 아이가 서울대에 가는 것이 오로지 자기 자신의 능력만으로 되기보다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도 비록 성적에만 초점을 두고 쓰는 말은 아니지만, 조정래 작가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가상의 아이가 태어나서 대학교에 가기까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태어나서부터 유아기에 부모의 사랑을 잘 받았는지, 관심이 많은 부모가 자꾸 말도 시키고 낱말카드와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장난감도 사 주었는지, 이후로도 가정불화나 아동학대 없이 아이가 정서적인 피해 없이 잘 자랐는지, 부모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는지, 부모가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방치하지 않고 관심을 갖고서 올바르게 크도록 꾸준히 지도했는지, 부모나 아이 본인이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는지, 이혼이나 별거 같이 가정을 깨뜨리는 상황이 없었는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지는 않았는지, 나쁜 선생님을 만나서 교육이나 특정 과목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범죄 등 사회적인 위험 요소에 노출되지 않았는지, 그외 사고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인해 피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등등...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는 겪었을 만한 일들, 안타깝지만 본인도 어느 하나에 해당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한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 꼭 성적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이의 전인적인 발달 (지, 덕, 체) 측면에서 모두 해당된다.


그런데도 서울대에 간 학생이 그저 본인이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가 우월해서 그저 자기 능력 하나만으로 서울대에 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로 지능발달이 유별나게 좋아서 위에 열거한 어려운 상황들을 한꺼번에 겪고서도 서울대에 들어가는 경우도 극히 소수겠지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일반화시킬 수 없는 영재와 천재의 영역이다. 서울대에 있는 만 명이 넘는 학생 전체가 모두 영재이자 천재일 수 없고, 그 중에는 평범한 지능지수를 갖고 있으면서 노력해서 이룬 "수재"들이 절대다수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 아이가 처해 있는 주변 환경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권에 관한 짧은 이야기" [1] 만화에서도 주변 환경의 차이로 인해 정해져 버리는 두 아기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현실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수천 년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과 같이 형성되었고, 아직도 유토피아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다만,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한 환경에서 자라 왔으므로,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얻어서 더 똑똑한 사람이 되어서 상위권 대학교에 갔다면, 본인이 남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누려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만큼 사회에 다시 베풀어야겠다는 최소한의 겸손한 마음가짐은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서 여전히 불평등이 만연한 이 사회에 본인이 남들보다 더 많이 얻고 누린 것들을 바탕으로 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기회의 평등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해 주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실제로 그러한 교육 기회의 평등을 더 잘 보장해 주는 국가들이 독일, 핀란드 등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지금이 신분제 사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엘리트"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최근 흙수저와 금수저 논란과 헬조선이라는 절망적인 단어들을 없앨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1] 특권에 대한 짧은 이야기(번역),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09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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