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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추가 실험을 위해서 코드를 고치다 말고 복도에서 창 밖을 올려다 보았는데, 서쪽 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주황색의 별이 보였다.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본 것은 아니지만, 꽤 밝을 뿐만 아니라(사실 금성도 꽤 밝은 편이니까) 평소와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빛깔도 확연한 주황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화성일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찾아 보니, 역시나 화성이 맞았다. 이렇게 맨눈으로 보기에도 갑자기 화성이 유난히 밝게 보였던 이유는 지금이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태양과 화성이 지구를 사이에 두고 정 반대에 위치해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ESA(EUROPEAN SPACE AGENCY)에 의하면 2016년 5월 22일에 화성이 최근 10년 중 지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1] 역사상 가장 가까운 것은 아니고, 최근 6만년 사이에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때는 2003년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지구와 화성의 거리는 약 5575만 8000 km였다.


지금이 [태양]---[지구]---[화성] 이런 형태로 나열되는 '충'의 위치인데, 이 때 지구에서 보기에 화성이 가장 크고 밝게 보인다. 보름달처럼 완전히 빛을 반사하는 형태를 지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30일 기준에서 '충'이 되었을 때의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는 약 7528만 km였다고 한다.


화성이 평소보다 가깝다고 해도 바로 옆에 있는 달에 비하면 여전히 아득하게 먼 거리인, 화성의 붉은 빛깔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이니 신기하다. 사실 평소에도 화성은 금성과 함께 밤하늘에 달을 제외하고 볼 수 있는 밝은 천체들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화성인지는 잘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냥 유난히 밝은 은빛의 별이 밤하늘에 보이면 금성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정말 옆에 있는 별과 비교해 봐도 약간 붉은 빛깔의 차이가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우주는 나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특히 태양계 행성들(+지금은 더이상 행성이 아닌 명왕성도 포함)에 대한 새로운 사진과 정보를 접할 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었다. 천체 망원경이라도 하나 갖고 있었다면 이 기회에 화성을 약간 더 크게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비록 화성은 온갖 탐사 위성과 탐사 로봇들이 고화질의 사진을 아주 많이 찍어서 보내 주고 있어서 무슨 새로울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내가 직접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인 것 같다. 거리가 약간(?) 가까워졌다고 되게 특별하게 느끼는 내가 혼자 호들갑인 것일까? =_= ㅋㅋ


좀 덜 바빠진다면, 천문대에 놀러 가서 행성들을 직접 관측해 봐야겠다. 웃기게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심지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에 시민 천문대를 놓아 두고도 논문의 압박에 쉽게 갈 생각을 못하는 지방대 고년차 박사과정의 작은 소망이 되겠다. ^^;;



<참고자료>

[1] Hubble Space Telescope, "Close-up of the Red Planet," http://www.spacetelescope.org/news/heic1609/

[2] Wikipedia, "충(천문학)", https://ko.wikipedia.org/wiki/%EC%B6%A9_(%EC%B2%9C%EB%AC%B8%ED%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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