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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정말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다. 인터넷 덕분에 각종 공부할 것들에 접근하기는 아주 쉬워졌다. 하지만 그로 인한 전 세계적인 시너지로 인해서 정보의 재가공 결과물이 또다시 인터넷에 아주 빠르게 대량으로 올라온다.

매달 내 연구의 큰 주제에 해당하는 무선 네트워킹, 사물 인터넷 등에서 생산되는 논문들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데, 이걸 다 읽어보고 따라잡으려고 한다면, 다 읽기 전에 이미 엄청난 양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쌓여 있을 것이다.


결국 아주 세밀하고 자세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으면 엄청난 정보의 생산과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좀더 똑똑한 사람은 더 빨리 논문을 읽고, 더 빨리 자기 문제를 만들어 내서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고, 나처럼 그렇지 못한 보통의 사람은 부족하게나마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처럼, 이렇게 지식이 새로운 지식의 생성/누적을 가속화시키는 정보의 지수 상승(exponential) 시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연구실에서 광범위한 부분을 조금씩 공부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졸업의 압박 때문에 내 본래 연구주제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수렴 국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하기에도 과할 정도로 넓은 분야를 조금씩 건드리고 있었다.


어쨌든 메인 연구주제는 상황인지 무선 네트워킹 기술이다. 서비스의 다양성을 네트워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이해해서 무선 네트워크의 세밀한 부분을 자동으로 맞춤형 조작을 해서 전체 성능을 높여 보려는 시도이다.

연구실은 오래 전부터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스템을 가지고 대형 연구과제도 여러 번 수행했고, 지금도 과거의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사물 인터넷(IoT)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서 계속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스템(System)에 전산학의 대부분의 연구내용이 컴포넌트 또는 모듈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왜 문제인지는 이어서 생각해 보겠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구실 입장에서는 전체 시스템의 목적에만 부합한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를 적용시킬 수 있어서 좋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연구주제가 막 적용되기 시작했을 때에 맞춰서 공부를 시작하면 더없이 좋지만, 얼마 전까지 공부했던 주제와 새로 중요성이 부각된 주제가 공존하는 시기에는 이 모든 주제를 다 공부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박사과정에게 부담이다. 석사과정은 IoT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주제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쯤 돼서 졸업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할 때쯤 돼서 새로운 석사과정 신입생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사과정의 경우에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역할과 함께 석사과정의 사수가 되어서 같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석사과정에게 약간의 지도(지도교수만큼의 지도가 아니라, 지도교수까지 포함한 세 명이 함께 연구하는 상황에서의 도우미 역할)를 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지금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연구주제를 섭렵해야 한다.

 문제는 "서비스(service; application)"와 인접한 시스템, 또는 실제 응용되는 사례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시스템을 연구/개발할 때 특히 부각된다.


위와 같이 "동시에 우물을 파는 상황"은 어떤 연구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우리 연구실은 전산학부 소속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타 전공의 대학원 연구실들과 연합해서 공동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은 그 공동연구 과제의 총괄책임자가 되셨고, 자연스럽게 나는 실무책임자가 되었다.

IoT 시스템과 무선 네트워킹 기술 정도는 서로 포함되는 관계였고, IoT 환경에서 무선 네트워킹이 직접 쓰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컴퓨팅 시스템에서 네트워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역할을 현실적으로 맡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타 대학원과의 공동연구는, 사실 내 입장에서는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말았다. 


공동연구과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웹의 각종 정보를 크롤링해 와서 분석하고, 그 분석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정보를 추천하는 데이터마이닝을 핵심으로 하는 과제이다. 다른 연구실은 SNS 데이터 수집, 자연어를 형태소 분석해서 정형화하는 과정, 그 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각종 의미(감정, 행동 등)를 찾아내는 연구, 유사한 개념 간 연관성을 정의해서 정보 추론/추천을 하는 연구 등을 수행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연구실에서 그동안 만들어 온 IoT 시스템이나 무선 네트워킹 기술에서 그 어떤 세부 컴포넌트도 적용시킬 수 없었다. 분야가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공통점이 있다면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IoT 시스템이나 그보다 소규모의 통신 시스템을 만들면서 배웠던 각 세부기술의 요구사항 분석, 각 세부기술을 대표하는 블록 정의, 블록 간 상호작용, 전체 시스템 구성 작업을 이 공동연구과제에 적용할 수는 있었지만, 한번도 시스템 구축을 해본 적 없이 각자 자기 세부 기술만 열심히 연구해 오던 학생들 데려다가 시스템 구축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우리 연구실도 그 '데이너 마이팅 시스템'에서 하나의 컴포넌트를 맡아서 연구해야 했으므로, 그나마 기존 IoT 시스템과 연관지을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골랐고, 이걸 바탕으로 실제로 구현까지 해야만 했다. 당시 과제는 사업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름은 원천기술 개발이지만 실제로 당장 창업해서 서비스를 돌릴 수 있을만한 완성도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정말 그 당시에 돈은 쥐꼬리만큼 주고 원천기술에 시장성까지 바라던 미래부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그래 놓고는 우리 과제가 논문 실적도 초과달성하고 정량적 목표치도 초과달성 했더니, 총 3년의 연구기간 중에서 2년차를 마치는 시점에서 이미 할 거 다 했으니 더 할 필요 없다면서 조기종료 시켜버렸다. 말이 좋아서 조기종료지, 원래 총 3년 동안 매년 5억씩 총 15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해 놓고서 10억만 주고 과제를 잘라 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짤렸는데 허울 좋게 '조기종료' 라는 말을 붙줬을 뿐. 

(여기서 미래부 내부에서도 예산 쟁탈전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예산이 없으면 결국 없는 논리도 만들어서 있는 과제를 잘라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으며, 그래놓고 트렌드를 반영할 만한 새로운 주제로 그 돈을 다시 쏟아붓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이 제대로 개발될 리가 없다. 일본이 IPv6를 꾸준히 지원해서 결국 IPv6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갖게 된 점을 본받아야 한다. 물론 IPv6 자체가 여전히 활발히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제대로 된 주제를 발굴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니까...)


아무튼 이런 과정 때문에 내 고통의 기간은 2년 더 늘어났다. 애초에 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많이 떨어지는 과제를 관리해 오다가, 그 과제가 중간에 짤리니까 중단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새로 제안서를 썼고, 결국 또다른 2년짜리 공동연구 과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우리 연구실은 무선 네트워킹과 전혀 상관이 없는 데이터 마이닝에 관련된 세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제로 개발을 수행하는 석사과정 학생은 그게 본인의 석사과정 연구주제와 일치하기 때문에, 나는 논리와 방향이 맞는지 보고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부담이 줄어든 것이겠다. 물론 여전히 지도교수님이 총괄책임자시기 때문에 다른 연구실과의 상호작용 및 전체 시스템 구성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


이렇게 학제간 연구를 강요받으며 지금까지 왔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외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된 것이 장기적으로 결코 손실은 아닐 것이다. 결국 모두 도움이 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기도 하고, 내가 잘 못하는 전체 그림을 그리는 훈련을 계속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공부했던 분야들을 조합해서 아주 똑똑한 네트워킹 기술을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IoT 시스템의 데이터 마이닝 과정을 더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졸업을 해야 하는 박사과정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지나치게 넓은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독이 되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될 수밖에 없다. 박사학위의 의미 [1]에서 보듯이, 하나의 세밀한 연구분야의 정점에 와서 그 벽을 뚫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다양한 여러 개의 분야에서 그 정점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공부하느라 정작 내 메인 연구주제를 소홀히 하게 되서 졸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해 오기도 한다.


이제는 더이상 박사과정을 오래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남은 시간도 이제 얼마 없다. 이제 더이상 늘릴 수 있는 재학연한도 없는데 휴학까지 해 가면서 박사과정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은 연차 이내에서 뚝딱 잘도 해내는데, 나는 위와 같은 과정을 겪느라 집중하지 못했다고 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변명을 하면서 지금 이 상태가 되었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여러 우물을 최대한 파 두는 것은 결코 손해볼 것이 없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지금만큼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너무 순진하게 주어지는 대로 닥치는 대로 다 공부해서 모두 다 소화시킬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그게 이렇게나 오래 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 했거나 자신을 속여 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정말 슬프지만, 나는 잘 나가는 IT 천재들처럼 그렇게 똑똑하지 못하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지혜롭게 공부하고 싶다. 내 목표 달성을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결정해서 움직이고 싶다. 나는 언제쯤 이런 것들을 잘 조율해 가면서 내 인생을 내가 앞가림해낼 수 있을까? 바보같지만, 내일은 오늘보다는 덜 바보같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자.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좀더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늘 남은 하루 동안에는 내 졸업연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으면 좋겠다. 제발 집중 좀 해 보자. ㅜㅜ




<참고자료>

[1] 박사학위의 의미, http://wintree.tistory.com/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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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실제 환경에서 내 연구분야와 관련된 지식이 확장되는 기쁨과 동시에 이걸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절망, 곧이어 또다른 지식의 확장에 대한 경험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 전산학/컴퓨터공학의 세부 분야라면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애초에 이론을 완벽하게 습득하지 않은 채로 계속 다음 단계로 전진하다 보면 실전에서 모래성과 같이 허술하게 쌓여 있던 그동안의 지식이 깨지게 되고, 결국 실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론을 재정립하고,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이론이 적용되는지도 배우게 된다. 물론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실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론 기반이 약할 경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내가 석사과정 2년차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무선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주제를 선택하면서, 비교적 최근까지 얼마나 내가 이론이 약한 상태였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제서라도 네트워크를 실제로 운용할 때 필요한 일부 요소들(여전히 극히 일부인 것 같다.. 에휴)을 하나씩 재정립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학생이니까 실수하고 배우는 것이 용서가 되지, 만약 박사가 되어 세상에 나가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살았다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뭐 사실 학생 신분도 이제 시한부가 되었다. 무한정 학생일 수는 없다.)
최근에 내 연구의 실험 환경인 와이파이(IEEE802.11) 기반의 멀티채널 무선 메쉬 네트워크(multi-channel wireless mesh network)를 구축하고 실제로 트래픽을 만들어서 보내면서, arp, route (커널 라우팅 테이블), iptables, hostapd, dhcp 등의 다양한 도구들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고, 커널에서 netlink를 통해서 패킷을 처리하는 절차, 패킷이 버퍼링되면서 발생하는 지연 문제, 그 원인을 제공하는 intra-flow interference, inter-flow interference 등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퀄넷(QualNet) 네트워크 시뮬레이터에서는 메쉬 네트워크 만드는 매뉴얼에 따라서 만들어 놓고 노드 몇번에서 다른 노드 몇번으로 패킷을 몇개 보내라고 시키면 위에 언급된 각종 도구들의 역할을 전혀 몰라도 실험하는 데 아무 이상이 없었고, 성능 측정 결과도 바로바로 나왔다. 그러면 나는 그저 next-hop으로 패킷을 전달하는 부분만 고쳐 가면서 실험해서 그래프를 만들어 내면 되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무선 메쉬 네트워크가 서로 기본적인 "연결"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본적인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연결해서 인터넷을 하거나 서로 통신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것저것 시도하면서부터는 더더욱 멘붕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서야 여러 앱들을 돌리고 네트워크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 실제로 나만의 "라우팅"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서 실험을 했으나, 근본적으로 라우팅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임을 인식한 직후에는 또 한번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래서 내가 저널에 투고한 논문이 reject 되었던 것일까?

------------------- 내가 다시 석사과정 2년차 또는 박사과정 1년차로 돌아간다면, 당장 노트북이든 보드PC든 라우터든 여러 개를 가져와서 실제로 돌아가는 무선 네트워크 실험 환경을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한 학기가 넘게 걸리든, 거의 일 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테스트베드 환경 구축을 강행할 것이다. 그렇게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작업 그 자체가 적어도 나에게는 이론을 동시에 습득하기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선 네트워크 환경에서 패킷이 머신 하나에 들어오고 나가기까지의 모든 세부 절차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그 다음에야 실제로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 상황을 상상해 보고, 매일매일 테스트베드 환경에 돌려볼 것이다. 만약 기존 환경에서 잘 해결이 안 된다면, 그것이 최소한의 research goal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단독으로 그 목표를 해결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이제 기존의 논문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공부해서 그 개념을 실험 환경에 적용해서 돌려볼 것이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기존 연구는 반드시 최고 수준의 학회/저널에서 최근에 발간된 논문들 중에서 찾을 것이다. 최근에 발간된 최고 수준의 학회/저널에 올라오지 않는 주제라면 사실 조심해야 한다.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해결이 필요한 실용적이고 중요한 문제인데 아무도 해결하지 않았거나, 해결할 가치가 없거나(공학적인 의미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일 확률을 1%도 안 된다.

그런데 아마 내가 관심있어 하는 가장 최근의 핫한 연구분야는 내가 앞서 '이론의 실제화' 과정에서 구축한 테스트베드에 비해 이미 여러 단계 앞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오픈소스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기본적인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연습은 적어도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안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저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신기술을 바로 적용하면 그 내부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결국 언젠가는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신 기술을 바로 설치해서 써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부 개념과 원리를 익혀 가는 방법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핫한 SDN 도구 중 하나인 OpenFlow나, 그 위에서 작동하는 ONOS 같은 컨트롤러 패키지부터 설치해서 써 보는 것.) 어쨌든 결국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지식은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즉, 성향에 따라서 어느 방법이든 선택해서 열심히 익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이론을 다시 쌓아올리고, 실제 환경과 습득한 이론 사이의 간극을 줄여 가고 있으므로, 조금 더 노력해서 반드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 남부끄럽지 않은 박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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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으로 진행하는 코딩 면접을 위해서 예상 문제들을 살펴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머리속으로 그려 보고, 더러는 종이나 메모장에 바로 pseudo code를 작성해 보고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을 정리해서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순서를 설명하기가 예상하는 것보다 쉽지 않다. 


주어진 문제를 보고 입력과 출력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는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입력으로부터 출력까지 도달하기 위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어떤 순서를 거쳐야 하는지를 단번에 나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시적인 안목, 즉 top-down approach로써 문제를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는데, 일단 top-down 측면에서 옳다고 생각해서 나열한 순서를 다시 한번 자세히 따져 보면 비효율적인 방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단 큰 그림에서 문제 해결의 순서를 plain text 형식의 코멘트로 써 놓고, 해당 코멘트에 대응하는 실제에 가까운 코드를 작성하다 보면 뒤늦게 지금 작성중인 이 방법이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Top-down 관점에서 큰 순서에 영향이 없이 세부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좁혀 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로 큰 그림을 얼른 대충 만들게 되면 나중에 top-down 측면의 순서를 모두 고쳐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즉, 근본적으로 방향을 잘못 짚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효율적인 해결책을 top-down 관점에서 설명하고, 그 순서대로 코드를 구체화시켜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로 생각해낼 수 없다면, 위와 같이 해결방법에 큰 수정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다시 차근차근 고쳐 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일단 간단한 해결책부터 먼저 제시해 놓고, 그것을 검토하면서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코드를 수정해 가겠다고 지속적으로 면접관들에게 설명하면서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 하는 것이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서 아무 것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머리가 하얗게 되어 버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답을 발전시켜 나가는 마인드 컨트롤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조금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의 큰 그림부터 그려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예상문제들의 해결 방법을 생각하고 코드로 연습하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어 보인다. 조금 더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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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미래부 과제를 계속과제로 진행중이다. 2014년 3월부터 시작해서 2017년 2월에 끝나는, 3년짜리 과제이다. 


연구실에서 지난 연말에 제출한 국제학술대회 논문 중 여러 편이 선정(accept)이 되어서, 하나씩 학회 등록을 하고 출장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상당수의 학회가 과제수행기간을 기준으로 2차년도(2015년 3월~2016년 2월 사이)에 등록을 해야 하고, 실제 학회 개최 및 논문 발표는 3차년도(2016년 3월 이후)에 발생하게 되었다.


이 경우, 국제학회 등록비는 2차년도 예산에서 집행하고, 국제학회 출장비(항공료, 체제비 등)는 3차년도 예산에서 집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수행중인 미래부 과제는 연차평가를 거쳐서 3차년도에도 변함없이 수행 예정이고, 지속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논문 실적인데, 공교롭게 학회 등록과 출장 시기가 애매한 이유 하나 때문에 예산집행이 불가능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오로지 실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논문 게재/발표일을 기준으로 실적이 인정되니까 3차년도 기간 내에 학회 발표를 하면 되므로, 어쨌든 사사 문구(Acknowledgement)는 해당 미래부 과제로 표시해서 3차년도 실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반면에 돈은 해당 연구주제와 관련성이 조금 떨어지는 다른 과제(가령 연구기간이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에서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문제는 계속과제를 수행중인 상황과 논문 실적이 이렇게 비동기식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감안해서 미래부에서 보완 규정을 만들어서(즉, 규정을 다듬어서 규제를 완화)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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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뉴스기사: "아인슈타인에게 배우는 마인드 컨트롤" - T-TIMES

(http://www.ttimes.co.kr/index.html?no=2015091316457783674)


내가 과연 연구가 적성에 맞는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주기가 일년에 몇 차례 오는데, 요즘도 그렇다.

한번 그러한 고민의 주기에 들어가면, 나는 정말이지 연구를 너무 못하는 바보인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나와 같은 건물에서 비슷한 행색을 하고서 비슷하게 연구하는 다른 학생들이 A급 국제학회에 논문을 척척 써내고 논문상을 받아 오는 것을 보면서, 이미 우울해진 마음에 더더욱 암흑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웃긴 것은, 그들이 나에게 보란 듯이 와서 자랑을 한 것도 아니고, 소문이 퍼진 것도 아닌데 내가 그냥 그런 경우를 일부러라도 찾아내서 스스로의 자괴감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박사과정 연차가 꽤 지나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우울한 중에도 조금이나마 연구를 진전시키는 "연구 집행력"이 박사과정 초반일 때보다는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연구를 잘 못했어도 조금씩 연구를 하기는 한다는 것이 최소한의 위안이 된다... 

우울할 때에도 예전보다 조금 더 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긴 박사과정 경험에서 얻은 작은 스킬이겠지.)



본론으로 들어가서, 뉴스기사는 아인슈타인을 인용하며 과학자(나는 공학을 하니까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연구자")가 놀라운 지성이나 천재적인 역량이 아니라 "기질"이 위대한 과학자를 만든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그 기질에 대해서 리더십 전문가 코리 갤브레이스는 "호기심, 자신감, 민첩함, 인내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가 자의든 타의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박사과정에 발을 들여놓았고, 꽤 긴 시간 동안 엄청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제 와서 박사과정을 그만둘 수는 없다. 남아 있는 제한된 시간 동안만이라도 (즉, 제적을 당하기 전에) 연구자다운 모습을 갖춰서 작게나마 연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자의 기질로 언급되는 "호기심, 자신감, 민첩함, 인내심"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반드시 가져야 할) 기질이다.


나는 내 연구분야에 호기심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호기심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마저 없다면 박사과정 기간은 진정한 생지옥이 되고 만다.) 그러나, 연구하던 중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서 고민이 필요할 때, 그 고민을 지속해 나갈 인내심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 결국은 논문을 제출하거나 연구 중간보고를 해야 하는 등 기한이 임박하면 어떻게든 인내심을 발휘하게 되지만, 또 한 가지 지속적으로 부족한 것이 자신감인 것 같다.


박사과정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존 연구사례들(state-of-the-art)을 꼼꼼히 살펴 보고 그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분석해 내서,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과정을 논문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기존에 잘 한 연구들을 너무 우러러보기만 했고, 그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나만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문제에 대한 호기심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인내심)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주제의 연구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관심 있고 나에게 재미있는 주제를 정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처음부터 좋아하는 주제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좋아하는 분야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연구를 해보니 어려워서 하고 싶은 마음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연구를 한다면 제아무리 좋아하는 분야라고 해도 분명히 어려워서 하기 싫어지는 과정을 통과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구를 했더라면 더 잘했을 텐데"와 같은 식의 후회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는 이러한 생각이 착각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감과 민첩함 또한 마찬가지다. 약간의 실수와 실패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연구의 논리를 만들어 내고, 재빨리 실험을 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실 재빨리 실험을 해 내는 역량도 나에게 부족한 점이지만, 결국 인내심을 갖고 연습하는 것으로 습득해야 한다. 지금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유리벽과도 같은 막연함에 가로막혀 있다. 너무 늦게서야 이 유리벽을 깨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연구다운 연구를 해서 조금씩 전진하게 된다면 결코 후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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