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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심리적으로 매우 안 좋을 때 작성한 글입니다. 글 전반에서 부정적인 표현이 많은 점 양해를 바랍니다. 항상 이렇지만은 않습니다.


*글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려다가, 그냥 아직 어린 신앙인이 갖는 솔직한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놔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후로 점차 변해 가는 마음가짐을 새 글로 써서 공유하겠습니다.



<관련 글타래>


*번아웃 증후군이 온 것 같다, http://skylit.tistory.com/210

*회피성 성격장애와 번아웃 상태를 극복하고 싶다, http://skylit.tistory.com/211




돌 지난 아기를 키우는 박사과정 아빠가 교회에서 예배 찬양팀 리더와 함께 목자를 맡고서, 이제 재학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하루빨리 논문을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지금 맡은 역할에서 파생되는 다른 역할(예: 가끔 있는 비정기적인 행사의 찬양인도 부탁 등)에 대한 부탁이 계속 들어온다. 그 와중에 우리 아기도 다른 갓난아기들처럼 돌 직후에 겪는다는 병치레를 해서, 병원에 1주일씩 세 번 연속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하지만 교회에서 비춰지는 나는 그저 한 명의 젊은 아빠, 꾸준히 사역을 열심히 수행하는 든든한 일꾼이라서 언제라도 사역 부탁을 할 수 있는 젊은 장년이다. 


아무도 내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졸업을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지금 당장이라도, 논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아직도 실험을 하느라 갈 길이 멀어서 답답한데, 수시로 끼어드는 서로 다른 역할에 대한 요구들을 수용하느라 context change가 많아서 연구에 꾸준히 집중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나에게 소소한 '추가 사역'을 부탁하시는 어른 분들은 '잠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부탁하는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밑바탕에 갖고 계신 것 같다.


나는 심리적으로 너무 고갈되어 있다.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실제로 시간도 부족하다), 더 이상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일상생활 중에 한 시간 정도 떼서 교회에 와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물리적인 한 시간이 아니라 10시간이 넘게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한참 하던 일을 중단하고 연구실을 벗어나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연구실에 복귀하면 방금 하던 일을 그대로 같은 속도로 할 수가 없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렇게 집중력이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연구는 으레 잘 하겠거니 생각하는 것 같다. 알고 보면 나는 정말 능력이 부족해서 박사과정 연차가 늘어날 수록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실적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말이다.



(불투명한) 졸업이 얼마 안 남은 대학원생 + 결혼한 장년층 + 갓난아기 육아에 대한 부담 + 줄어들지 않는 사역.

+ 하지만 추가로 여러가지 사역 부탁하기에 딱 좋은 젊은 평신도.


교회는 나 같은 사람을 신앙적으로 도와주는 것인지, 오히려 정신적으로 소비시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장년이라고 다 같은 장년이 아닌데...

나는 교회에서 청년들이 겪는 고민을 여전히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학생'이다.

교회 청년들이 겪는 재정난, 진로 고민, 학업시간 부족에 대한 고민을 똑같이 갖고 있다.

그리고 육아에 있어서도 갓난아기를 돌보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하는 초보 아빠다.


아마 교회에 기혼자이면서 아이도 있으면서 동시에 대학원생인 사람은 비율상 매우 적을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신앙생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것 같다.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모른다.


신앙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성경공부를 좀 해야 하는데, 예배시간에는 찬양팀 리더로써 찬양인도를 하고, 예배를 마치고 나서는 목장모임을 인도하는 목자 역할을 하느라 성경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 순전히 개인의 신앙생활만 갖고 사역의 영적인 에너지를 모두 감당해야 한다. 가정에서 육아에 치이고, 랩실에서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시간을 쏟아넣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고, 교회에서마저 사역부터 하느라 영적 재충전의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영적인 체력이 그리 좋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영적이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으로써는 맡은 사역들을 다 일시중지 하고 나를 그냥 아무 방해도 없이 연구만 하게 내버려 뒀으면 하는 심정이다.


과연 교회는 사역하는 평신도들의 신앙과 사역, 그리고 그들의 세상에서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올바로 이끌기 위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 당장 내가 그러한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온갖 서로 다른 정체성의 중첩으로 인한 사각지대에 놓여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소비되고만 있을 뿐이다.


아내 외에는 교회에서 아무도 내 어려움을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젊으니까 그냥 다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청년 때부터 사역을 잘 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놔둬도 잘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사역을 통해서 표면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듯 하지만, 나는 정말 신앙의 암흑기를 지나가는 기분이다.


나는 정말로 고민이 많다.

이 불구덩이 같은 삶을 내가 스스로 자초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 채, 연구하다 말고 오는 주일 사역을 고민한다.

진로 선택, 결혼 결심, 자녀 계획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역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교회에 도움이 될까?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의 영역에서 내가 나쁜 영향을 계속 주는 것만 같아서 이 또한 속상하다.

그냥 내가 교회를 위해서 모질게 마음 먹고 이 모든 사역으로부터 사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렵다. 도움을 좀 받고 싶다. 가능하면 졸업할 때까지 모든 사역을 중단했으면 정말 좋겠다.


교회가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사역 맡은 젊은 장년층의 고민을 들어 주고, 그들이 소진되지 않고 올바른 길로 계속 성장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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