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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작년 겨울에 제출했던 저널 논문이 선택되지 못하고 reject 되었다.

개인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는 이번 저널 실적을 잃음으로써 박사학위 취득을 향한 길은 더 어려워졌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지금이 나 자신의 지금까지의 모습을 절실하게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두서 없이 일사천리로 써내려간 스스로를 향한 냉정한 판단을 여기에 기록함으로써, 내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항상 명심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에 제출한 저널 논문이 왜 채택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대답에서 시작한다.


*근본적으로 가장 최근의 관련 연구 동향(state of the art)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예전에 많이 찾아두고 정리한 논문들이 있지만, 그 후로 내 연구주제에 부합하는 최신의 연구들이 나왔는데 그것들을 정리하는 데 소홀했다. 비록 과제 때문에 바빴더라도 이것은 박사과정으로써의 직무유기라고 봐야 한다.

 - 이로 인해서 가장 최신의 잘 나가는 기존 연구에서부터 앞으로 해당 분야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분야는 일치하지만 이미 연구가 끝났거나 진보성이 없는 오래된 연구들로부터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그렇게 정리한 논문은 별로 실용적이지 못했다.

 - 리뷰어 입장에서는 예전부터 많이 해 오던 기존의 연구들과 다를 바 없는 one another paper로 보였을 것이다. 즉,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다는 의미.

 - 결국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contribution을 잘 모르겠다" 등의 리뷰 의견를 받게 되었다.



*State of the art를 제대로 찾다 보면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던 것들의 상당 부분은 기존 연구들에서 이미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분야의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서부터 앞으로 사용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까운 미래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 세계 최고 수준에서 더 개선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당연히 앞으로 무엇을 더 개선할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듯이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반드시 있다. 단지 그 발전방향이 실용적인지 (공학 연구를 하고 있으므로 실용성을 버릴 수 없다) 검토해 보아야 한다.

 - 내가 설정한 목표에 대한 해결방법은 웬만하면 기존 연구들 중에 있다고 봐야 한다. 내가 생각해 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는 99.99% 이미 다른 사람도 생각해 봤던 것들이고, 또 이미 상당수는 이미 논문으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저명한 저널/학회들의 논문을 검색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최신의 reference list를 확보하고, 각 논문의 목적과 scope, 문제와 방법론, 검증방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하루에 관련 분야의 좋은 논문을 1개 이상 읽고 정리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 좋은 논문을 구글에만 의존해서 찾지 말고, 내 연구 분야에 해당하는 저명한 저널/학회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해서 논문 목록을 살펴보고 키워드로 검색하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의 필요성에서부터 그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방법까지 연결되는 전체 그림이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 그래야 related work에 대한 분석의 기준도 명확해지고, subsection으로 나눠져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분석이 가능해진다.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프레임 자체가 남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구성은 아닌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많이들 다룬 너무 구태의연한 주제는 아닌지, 더 연구해 봤자 해당 분야 기술이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dead end),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상황(게다가 중요하지도 않으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만 다뤄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잘 납득이 안된다면 어렵더라도 납득이 될 만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 더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도록 범위를 넓히거나,

 - 지금 당장은 흔히 발생하지 않지만, 최근의 기술 트렌드와 일치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으면서 앞으로 점점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분야의 기술적 한계거나.

 - 흥미롭고 좋은 해결방법이 떠올랐더라도 앞으로 점점 쓰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e.g. IEEE 802.11n/ac 등 고성능의 와이파이가 시장에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오래되고 느린 IEEE 802.11b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그 연구는 dead end이므로 빨리 포기해야 한다.



*박사과정 연차와 연구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연차에 걸맞는 연구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 박사과정 신입이나 저년차는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서 연구 역량이 성숙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고년차가 된다고 저절로 SCI급 저널을 써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직장처럼 근속년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직급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은 연구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연차가 높아진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 롤플레잉 게임에서도 직접 몬스터를 때려잡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경험치를 올리지 않으면, 나의 경험치를 대신 올려주는 파티원이 없을 경우 결코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파티원은 현실에서는 없다. 누가 내 연구를 대신해줄 수 있겠는가? 지도교수? 선후배? 결코 그럴 수 없다. 지도교수는 큰 연구주제 정도는 설정해 주지만 내 분야의 최신 연구를 대신 찾아서 읽어주고 문제를 정의해 주는 봉사자가 절대로 아니다. 그 일은 내가 해야 하고, 지도교수는 올바른 연구 방향을 설정해 주는 역할을 갖는다.)

 - 게다가 연구실은 나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니다. 연차에 맞는 역량을 갖고 후배들을 돌봐주고 공동 논문작업 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 내가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연구실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바쁜 지도교수님이 개별 학생을 모두 일일이 관리하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 내 연구분야의 박사들 수준에 맞는 연구 역량을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연구역량을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준이 낮은 저널/학회라고 제대로 준비가 안된 내 논문을 쉽게 승인(accept)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 수준이 낮다고 생각되는 저널 중에서도 홍보가 덜 되었거나 아직 오래되지 않아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논문의 질도 바례해서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

 - 그렇게 쉽게 받아주는 저널/학회가 실존하더라도 그런 곳에 내서는 안된다. 스스로 쓰레기 더미로 들어가고자 하는가?



*노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논문 하나를 읽고 정리할 때 충분히 집중해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는가?

 - 최신 연구동향을 어느 학회/저널의 어떤 연구가 있으며 각 연구의 핵심 방법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 여러 핑계거리가 있어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연구자라고(professional) 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언젠가 완성하게 될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니까 제 시간에 노력해서 끝내지 못하고 연구 진행이 자꾸 늘어지는 것이다.

 - 올해 졸업하고자 한다면, 올해 졸업하지 못해서 느끼게 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명확하게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자.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중간목표(milestone)를 정하고 매일같이 체크해야 한다.

 - 중간목표를 제 시간에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두렵다고 해서 애초에 목표를 아예 설정하지 않는 것은 대학원생에게 매우 중대한 결함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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