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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TIMES,‘만성적인 미루기’ 게으른 게 아니라 불안장애

기사 원문: http://www.ttimes.co.kr/index.html?no=2015090715337712037


잠깐 페이스북을 하다가 보게 된 짧은 카드뉴스 기사인데, 공감하고 싶지 않았지만 공감을 하고 말았다.


그동안 나는 연구하면서 수시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었는데, 그 중 대다수는 더 골똘히 생각해서 직면한 문제를 돌파하기보다는, 위의 링크된 뉴스기사에서 설명하듯이 부정적인 결과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할 일을 미루면서 단기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행동을 했었다. 그렇게 불안한 채로 시간을 한참 흘려보내다가 due date가 임박해서야 급하게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내가 이런 경험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나도 불안으로 인한 정서조절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닐까?

할 일이 있을 때 불안해하면서 놀던 경우도 있었고, 특이하게는 당장 중요하게 해야할 일을 내버려 두고, 중요하지 않고 덜 급한 쉬운 일부터 먼저 하는 비이성적인 결정을 한 적도 꽤 있었다.


내가 너무 도전에 조심스러운 것이 아닐까?

연구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데, 약간의 progress밖에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러한 진행 상황에 대해서 교수님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코멘트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지어 코딩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짜는 코드로 인해서 겪게 될 에러 메세지에 대한 두려움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이러한 매우 작은 단기적인 실패를 보고 싶지 않아서 무엇이든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만들려고 고민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점점 더 크고 어렵게만 느껴지기 마련이고, 그러면 점점 더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면서 체념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쓴 글이나 자료를 바로잡아 주시는 교수님의 코멘트무서운 것들이 아니고,

(교수님께서 직설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시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결코 폭언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약간의 에러 메세지를 쳐다보는 것 또한 그렇게 두려운 것이 아닌데,

너무 모든 일에 만전을 기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 카드뉴스와 같은 내용을 다루는 한겨레신문의 기사(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611079.html)를 보면, "욕망과 기대를 완수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일의 시작을 최대한 미루면서 자기에너지를 보존하려고 하게 된다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 - 기사 인용" 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꺼번에 해야 할 일들을 여러가지를 다 고민하느라 정신적으로 지치지 말고, 한번에 하나씩,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하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일을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일들로 나눠서 조금씩 해 보고, 그렇게 작은 일을 한두 개 하고 나서 나에게 또한 작은 보상을 주는 식으로 천천히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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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갔다가, 연구실로 돌아가기 전에 더위를 식힐 겸 서점을 한번 둘러보았다. 교내 도서관이다 보니 학생들의 수요에 맞추어 기술, 자기계발, 영어, 소설 위주로 인기 단행본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제목만으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들이 꽤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과학, 기술, 경제, 정치의 순서로 관심이 매우 치우쳐 있기는 하다. ^^;

과학, 기술 분야는 아무래도 내 적성과 관련된 것 같다. 비록 전공은 전산학이지만, 최근 명왕성의 최근접 지점에 무사히 도착해서 멋지게 탐사를 해낸 New Horizons 탐사선과 NASA의 노력을 보며 정말이지 가슴이 뛴다. 만약 내가 전산학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우주, 천문 관련된 전공을 택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최근 열심히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연구하시면서 지금까지 알아 내신 것들을 인터뷰 기사나 TV 방송을 통해서 공유해 주시는 김대식 교수님의 말씀 재미있다.

다만 나는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학문적 기반이 매우 약하지만, 전공과 관련된 주요 IT기업들의 행보를 관심 있게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경제적인 측면까지 확인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분석과 전망은 못 해도 주요 IT기업들에 대한 남들의 경제적 분석과 전망은 비교적 재미있게 읽게 된다. 정치 분야는 개인적으로 사회에 정의가 올바로 서 있는지, 어떤 삶이 정의로운 삶인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background process처럼 품고 다니기에,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정치적 뉴스기사가 나올 때마다 분노하거나 왜 그러한지 의문을 품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위와 같은 분야의 잡지와 저서들이 서점의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기에 나의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내가 박사 고년차의 입장에서 졸업연구를 빨리 완성해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 있었다면, 그 자리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끼고 해가 질 때까지 책 몇권을 읽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독서가 과연 내 취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비관적이었다.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한 진로였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었기 때문에 논문을 읽는 것이 참 힘들었고, 교과서를 비롯한 다른 책들도 정독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흐르고 이것저것 찾아서 읽는 것이 싫지는 않게 되면서, 나 같은 사람도 독서를 취미로 삼을 수가 있구나 하는 신기함을 느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가 딴짓할 때 차지하는 분량의 상당수가 내 관심분야의 뉴스기사를 읽거나, 관심 분야에 대해서 재미있게 써 놓은 블로그 포스트, 또는 중독성 있는 위키 페이지 (예: 리그베다 위키, 엔하위키 미러, 나무위키 등... 한번 페이지에 발을 들여놓으면 링크를 타고 다니며 읽느라 한참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따위를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렇게 들지만, 결국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마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조만간 나의 바쁜 인생에 대한 핑계거리를 누르고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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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작년 겨울에 제출했던 저널 논문이 선택되지 못하고 reject 되었다.

개인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는 이번 저널 실적을 잃음으로써 박사학위 취득을 향한 길은 더 어려워졌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지금이 나 자신의 지금까지의 모습을 절실하게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두서 없이 일사천리로 써내려간 스스로를 향한 냉정한 판단을 여기에 기록함으로써, 내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항상 명심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에 제출한 저널 논문이 왜 채택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대답에서 시작한다.


*근본적으로 가장 최근의 관련 연구 동향(state of the art)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예전에 많이 찾아두고 정리한 논문들이 있지만, 그 후로 내 연구주제에 부합하는 최신의 연구들이 나왔는데 그것들을 정리하는 데 소홀했다. 비록 과제 때문에 바빴더라도 이것은 박사과정으로써의 직무유기라고 봐야 한다.

 - 이로 인해서 가장 최신의 잘 나가는 기존 연구에서부터 앞으로 해당 분야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분야는 일치하지만 이미 연구가 끝났거나 진보성이 없는 오래된 연구들로부터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그렇게 정리한 논문은 별로 실용적이지 못했다.

 - 리뷰어 입장에서는 예전부터 많이 해 오던 기존의 연구들과 다를 바 없는 one another paper로 보였을 것이다. 즉,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다는 의미.

 - 결국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contribution을 잘 모르겠다" 등의 리뷰 의견를 받게 되었다.



*State of the art를 제대로 찾다 보면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던 것들의 상당 부분은 기존 연구들에서 이미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분야의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서부터 앞으로 사용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까운 미래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 세계 최고 수준에서 더 개선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당연히 앞으로 무엇을 더 개선할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듯이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반드시 있다. 단지 그 발전방향이 실용적인지 (공학 연구를 하고 있으므로 실용성을 버릴 수 없다) 검토해 보아야 한다.

 - 내가 설정한 목표에 대한 해결방법은 웬만하면 기존 연구들 중에 있다고 봐야 한다. 내가 생각해 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는 99.99% 이미 다른 사람도 생각해 봤던 것들이고, 또 이미 상당수는 이미 논문으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저명한 저널/학회들의 논문을 검색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최신의 reference list를 확보하고, 각 논문의 목적과 scope, 문제와 방법론, 검증방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하루에 관련 분야의 좋은 논문을 1개 이상 읽고 정리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 좋은 논문을 구글에만 의존해서 찾지 말고, 내 연구 분야에 해당하는 저명한 저널/학회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해서 논문 목록을 살펴보고 키워드로 검색하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의 필요성에서부터 그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방법까지 연결되는 전체 그림이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 그래야 related work에 대한 분석의 기준도 명확해지고, subsection으로 나눠져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분석이 가능해진다.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프레임 자체가 남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구성은 아닌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많이들 다룬 너무 구태의연한 주제는 아닌지, 더 연구해 봤자 해당 분야 기술이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dead end),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상황(게다가 중요하지도 않으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만 다뤄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잘 납득이 안된다면 어렵더라도 납득이 될 만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 더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도록 범위를 넓히거나,

 - 지금 당장은 흔히 발생하지 않지만, 최근의 기술 트렌드와 일치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으면서 앞으로 점점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분야의 기술적 한계거나.

 - 흥미롭고 좋은 해결방법이 떠올랐더라도 앞으로 점점 쓰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e.g. IEEE 802.11n/ac 등 고성능의 와이파이가 시장에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오래되고 느린 IEEE 802.11b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그 연구는 dead end이므로 빨리 포기해야 한다.



*박사과정 연차와 연구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연차에 걸맞는 연구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 박사과정 신입이나 저년차는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서 연구 역량이 성숙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고년차가 된다고 저절로 SCI급 저널을 써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직장처럼 근속년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직급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은 연구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연차가 높아진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 롤플레잉 게임에서도 직접 몬스터를 때려잡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경험치를 올리지 않으면, 나의 경험치를 대신 올려주는 파티원이 없을 경우 결코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파티원은 현실에서는 없다. 누가 내 연구를 대신해줄 수 있겠는가? 지도교수? 선후배? 결코 그럴 수 없다. 지도교수는 큰 연구주제 정도는 설정해 주지만 내 분야의 최신 연구를 대신 찾아서 읽어주고 문제를 정의해 주는 봉사자가 절대로 아니다. 그 일은 내가 해야 하고, 지도교수는 올바른 연구 방향을 설정해 주는 역할을 갖는다.)

 - 게다가 연구실은 나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니다. 연차에 맞는 역량을 갖고 후배들을 돌봐주고 공동 논문작업 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 내가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연구실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바쁜 지도교수님이 개별 학생을 모두 일일이 관리하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 내 연구분야의 박사들 수준에 맞는 연구 역량을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연구역량을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준이 낮은 저널/학회라고 제대로 준비가 안된 내 논문을 쉽게 승인(accept)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 수준이 낮다고 생각되는 저널 중에서도 홍보가 덜 되었거나 아직 오래되지 않아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논문의 질도 바례해서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

 - 그렇게 쉽게 받아주는 저널/학회가 실존하더라도 그런 곳에 내서는 안된다. 스스로 쓰레기 더미로 들어가고자 하는가?



*노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논문 하나를 읽고 정리할 때 충분히 집중해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는가?

 - 최신 연구동향을 어느 학회/저널의 어떤 연구가 있으며 각 연구의 핵심 방법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 여러 핑계거리가 있어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연구자라고(professional) 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언젠가 완성하게 될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니까 제 시간에 노력해서 끝내지 못하고 연구 진행이 자꾸 늘어지는 것이다.

 - 올해 졸업하고자 한다면, 올해 졸업하지 못해서 느끼게 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명확하게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자.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중간목표(milestone)를 정하고 매일같이 체크해야 한다.

 - 중간목표를 제 시간에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두렵다고 해서 애초에 목표를 아예 설정하지 않는 것은 대학원생에게 매우 중대한 결함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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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초에도 학과(정확히 말하면 올해부터는 전산학부, School of Computing이 되었다.)에서 석사과정 신입생을 선발했고, 이들은 주어진 일정에 따라 교수님과 연구실을 선택하는 과정을 겪었다.


올해는 전산학부가 되면서 정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작년에 전산학과였을 때까지는 매년 봄학기에 약 60명의 학생을 뽑았었다. 가을학기에는 그보다 많이 적었는데 정확한 숫자가 기억나지 않는다. (많아도 30명 이하였을 것이다.)


우리 연구실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스템, 상황인지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킹과 서비스를 조합/제공하는 플랫폼을 오래 전부터 해 오면서 최근에는 사물 인터넷(IoT)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는 석사과정 학생을 받기가 어려웠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를 세 가지 꼽을 수 있었다: 

  1. 시스템을 설계/구축하는 연구실이다 보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꺼리게 되었을 수 있고, 그 당시에는 학생들의 관심사 또한 시스템보다는 데이터베이스나 인공지능 쪽이 많았다. 게다가 시스템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우리 쪽이 아닌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분야로 갔었다.
  2. 교수님께서 워낙 맺고 끊으시는 것이 확실하시고, 학생의 professional 측면의 발전을 위해서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 칭찬하실 뿐만 아니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지적하시다 보니, 신입생들은 어디선가 들은 소문을 바탕으로 무서운 교수님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또한 빡센 연구실 이미지도 있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겪어보면 지도교수님께서는 스마트 기기들이 정말로 똑똑하게 알아서 사람에게 맞춰주면서 진화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강력한 비전 갖고 계시고, 학생들에게 그러한 비전을 설명하시면서 연구나 과제를 앞장서서 이끌어 가시는 스타일이셔서 오히려 정말 배울 점이 많은데 이 부분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겪어 봐야 알게 되니까)
  3. 유비쿼터스/IoT 시스템을 실제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단의 무선 네트워크부터 최상단의 서비스 연동까지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졸업연구를 하다 보니, 연구주제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는 각 기술들을 적용하는 IoT 테스트베드 공간을 여러 개 만들었고, 이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돌리고 어떤 연구를 한다고 설명하니까 학생들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IoT가 핵심 키워드이자 화두가 되면서 이번학기에는 IoT에 관심을 갖는 석사과정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온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에서 하는 IoT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명의 학생들이 교수님을 찾아뵙고 연구실에 들러서 우리랩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렇게 우리 연구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고, 또한 입학 전부터 학부 과정에서 IoT와 관련된 작은 프로젝트도 나름대로 해 본 우수한 학생들이 컨택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산학부의 신입생 배정 정책으로 인해서 신입생을 충분히 뽑을 수가 없었다.

전산학부에 소속된 교수님 수가 42명 정도라고 들었고, 학부에서 선발한 신입생은 60명 가량 되므로, 연구실당 TO는 대부분 1명이고,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만 2명이다. 여기서 특수한 경우는 새로 부임하신 젊은 교수님 연구실에 학생이 별로 없어서 많이 뽑아야 하는 경우이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실도 이번에 단 1명만 뽑게 되었다.


이전부터 우리 연구실에서 매년 1명씩 석사과정 신입생을 받았지만1), 최근 2년 동안 받은 3명의 석사과정 학생들 중에서 2명은 창업에 관심이 높아서 결국 창업을 하겠다며 논문석사(지도교수가 배정되어 졸업논문을 쓰고 졸업하는 석사과정 학생)를 포기하고 나갔고, 나머지 한명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해서 고생을 많이 하느라 수업 수강을 비롯한 학생의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서 우리 연구실에서 같이 연구를 하지는 못했다.


사실 전산학부에서는 학생들이 창업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환영하고 좋아하며, 가능하면 지원해 주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연구실에서 석사과정 학생 두 명이 각각 창업을 하나씩 하려고 노력했고, 그 중에 하나는 지금도 사업이 잘 진행중인 나름 성공 사례이기 때문에2) 사실 전산학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연구실은 이렇게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여러 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더 규모 있는 좋은 IoT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었는데 그 부분을 약간 포기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조금씩 더 수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연구실에서는 항상 1년에 정부출연금 5억원 규모의 과제를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행해 오고 있으며, 그 덕분에 IoT 시스템 관련 연구가 지속되어 어느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학부에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기여를 작게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3)

이와 같이 최근 선발한 학생들의 특수한 상황과, 그로 인해서 전산학부에 나름대로 기여하게 된 측면을 특수성으로 감안하고 우리 연구실에 TO를 한 명만 더 늘려 주었으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연구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연구실도 석사과정 학생을 필요로 하고, 각 분야에서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정만 고려해 달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 것이다. 나도 내 생각이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IoT에 관심 있 석사과정 신입생들 여러 명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서, 이렇게 관심 분야가 잘 정해져 있고 실력도 좋은 학생들을 한 명만 더 뽑아서 같이 재미있게 연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KAIST 석사과정 입학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학생 수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기관이므로 함부로 정원을 늘릴 수는 없다.

여러 모로 아쉬움과 고민이 교차하는 오늘이다.



<각주>

1) 2012년에는 특수한 경우로 가을학기에 1명을 더 선발하게 되었다. 사실 가을학기는 신입생 수가 적어서 TO 배정받기도 쉽지 않다.

2)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1년 내로 포기하는 것과 달리 몇년 째 잘 운영되고 수익도 내고 규모도 꽤 있으면 성공적이라고 할 만 하다.

3) KAIST에서는 정부출연이든 산학과제든 연구과제 하나당 총 연구비의 약 26% 가량을 간접비 명목으로 떼어 간다. 이 비용이 KAIST 중앙 부서뿐만 아니라 각 학과에도 흘러간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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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3년 7월)에 A급 또는 top급으로 분류되는 국제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reject 되고 나서 고치는 동안, 그 학회에 논문을 제출했던 때로부터 어느새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사실 지난 1년간 많은 부분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서 누군가가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는데 도둑 제 발 저리듯이 먼저 괴로워했었고,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지에 대해서 자책을 많이 했었다. 그 자책의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작년에 학회에 냈던 논문을 빨리 보완해서 어디든 냈어야 하는데, 어느새 한 것도 없이 같은 학회의 이듬해 제출기한이 오다니! ㅜㅜ"


다시 말하면 나는 지난 1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에 내 연구주제의 메인이 되는 논문을 빨리 어딘가에 제출해서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그 논문이 마치 썩어 없어질 것만 같은 걱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지도교수님과 논문에 대해서 토의를 해 보니, 그런 걱정 쓸데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물론 긴 시간 동안 빨리 보완하지 못한다면 논문 자체의 기술적인 배경이 old-fashioned가 되거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 의해 선점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상태는 아니고, 오히려 시대적인 트렌드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만들어갈 여지가 다양하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연구에 대해서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스스로 적당히 채찍질할 필요는 있겠지만, 단지 지난 1년간 성과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B급 이하의 소소한 국제학회에는 1~2저자로 여러 논문을 내서 accept 되었고, 그동안 정부 과제도 수행하고 사물 인터넷 환경도 만들면서 이것저것 일들을 많이 했으므로, 아무것도 안했다는 자책에서는 이제 그만 벗어나야겠다.)


연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할 때 히딩크 감독의 소신 있는 훈련 속에서 강팀과의 경기에서 여러 번 졌지만 결국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한국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과 동급의 최강팀이 결코 아니었지만 자신 있게 그러한 팀들과 붙으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최선의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 주었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페이지랭크 논문을 쓰고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이나 박사과정 때부터 분산 시스템의 네이밍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 취급을 받은 브라이언 포드 같은 사람이 당장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도교수님의 연구 능력과 insight에 대해서 충분히 존경하는 바, 상급 학회의 reject나 단기적 성과의 부재에 연연하지 말고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자신있게 집중적으로 연구에 임한다면 머지않아 나도 내 나름대로의 기준에서는 최선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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