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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S9 (Samsung Galaxy S9) 언팩(Unpacked) 행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카메라 많이 좋아졌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애플에서 되던 거 우리도 이제 된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발표를 본 전체적인 느낌은...

애썼다.. =_=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작년 갤럭시 S8 때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줬었는데 비해, 이번에는 카메라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 외에는 모두 갤럭시 S8 때 있던 것이 그대로 계승돼서 새로운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 네이밍 방식을 빌리자면, 이번 갤럭시 S9은 "갤럭시 S8s" 였다.



작년 갤럭시 S8 언팩 때는:

홈 버튼이 사라져서 S7 대비 폰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확 달라졌고,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처음 선보였고,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Bixby)가 처음 나왔고,

런처 UI 디자인이 대폭 바뀌었고 (Samsung Experience 8),

폰을 PC처럼 만들어 주는 덱스(Dex)도 처음 나왔다.


물론 빅스비의 모자란능과 덱스의 부족한 효용성, 예쁨을 얻고 내구성과 가장자리 터치 오류도 같이 얻은 엣지 디스플레이에 대한 호불호가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적어도 갤럭시 s8 언팩 행사에서는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에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에 삼성 치고는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반면에 이번 갤럭시 S9에서 대폭 개선된 부분이 주로 CPU, 카메라 모듈, 내장 메모리 속도 등 눈에 직접 띄지 않는 것들 위주다 보니 작년 대비 달라진 것을 눈과 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언팩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보면:


*후면 카메라(Telephoto 렌즈)에 가변 조리개가 들어간 것

  - 스마트폰 카메라 입장에서는 분명 아주 큰 발전이지만, 이게 사실 카메라를 re-imagine 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DSLR, 미러리스, 똑딱이가 보편적인 상황에서 좀 약하지 않나?

  - 그래도 조그마한 스마트폰에 가변 조리개를 우겨 넣은 것은 대단함.

  - 저조도 사진은 원래부터 평가가 좋았는데 이번에 훨씬 더 좋아진 듯.


*수퍼 슬로모션(Super slow motion) 카메라

  - 960fps를 찍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어 보이게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스테레오 스피커

  - 아이폰에서 되던 거 이제 우리도 됨 (1)

  - 갤럭시 S8/노트8까지는 마이크만 스테레오라서 직접 고음질/고화질 비디오를 찍어 놓고도 이어폰 없이 스피커로 들으면 그저 평평한 소리밖에 안 되었는데, 이제야 들을 만한 스피커가 된 듯 하다.

  - AKG 튜닝과 DOLBI ATMOS가 음질을 어느정도 개선해 주는지는 사운드 덕후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적어도 전작보단 좋아졌다.


*증강현실 이모지(AR Emoji), 개인화된 이모지

  - 아이폰에서(정확히는 아이폰 X) 되던 거 이제 우리도 됨 (2)

  - 나를 닮은 얼굴에 옷을 입을 수 있는 아바타로 확장된 정도

  - 애플이 이미 보여줘서 신선함이 떨어진 점은 아쉬움.

  - 나를 닮은 이모지 여러 개를 미리 만들어서 따로 저장해 뒀다가 금방 불러서 쓸 수 있게 UI 차원에서 편의를 높인 것 같다.


*빅스비 비전에서 카메라 화면에 보이는 글자를 바로 해석해 주는 기능

  - 언팩에서 공개한 건 빅스비 2.0이 아니라 '빅스비 비전'의 기능 일부였다.

  - 빅스비 버전 2.0은 버전만 언급하고 소개를 안 했다. 아직 개발이 덜 끝난 것 같다. 아직은 대화 능력의 대폭 향상(가령 대화를 계속 이어 가면서 맥락을 파악한다던지)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색깔 잘 뽑았다.

  - 노트8 때는 도대체 왜 그랬어요? ㅜㅜ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많지만, 이것도 몇 가지만 꼽아 보면,

*작년 S8 언팩 때보다 발표 시간은 더 길어졌는데, 훨씬 더 재미없었다.


*어차피 "갤럭시 S8s"의 포지션이 될 게 뻔한데 성능 개선 얼마나 잘 되었는지 강조를 너무 안함.

  - 엑시노스 9810은 긱벤치 점수가 싱글코어 3600점대, 멀티코어 8000 후반대 점수로 애플을 많이 따라잡았다. 전작 S8/S8+/노트8의 긱벤치 점수가 싱글코어 1900~2000점, 멀티코어 6000대인 것을 생각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대폭 향상된 것임.

  - 홍채인식 센서가 좋아지면서 인식 범위와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졌다는 소문이 출시 전부터 있었다. 게다가 전면 카메라를 조합해서 어떤 환경에서도 바로바로 인식되도록 개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소개가 너무 없었다.


*신형 덱스 디자인 안 예쁘다. ㅜㅜ

  - 이전 덱스의 동그란 디자인을 유지한 채 평평하게 놓을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면 각도조절 가능하게 하거나.. (그 대신 비싸지니까 그냥 원가절감 한 거겠지?)

  - 그리고 이건 매니악하긴 하지만, 아직 덱스에서 가상 머신(VM)이나 특정 운영체제의 실행 환경을 제공하는 시도만 하고 아직 개발이 완료된 것 같지는 않다. 이걸 빨리 성공해서 도커(docker) 같이 특정 운영체제를 위한 격리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되면 개발자나 IT geek 입장에서 꽤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발표 마지막에 손에 갤럭시S9 들고 우르르 뛰어 나와서 춤추다 나간 사람들은 뜬금없었다.

  - 왜 한 걸까?



결론적으로, 발표하러 나온 사람마다 "I'm excited" 라고 했지만, 보는 입장에서 그다지 exciting 하지 않았다.

분명 S8 출시 이후로 삼성이 열일한 것은 알겠는데, 그게 일반 대중에게 충분히 각인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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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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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갤럭시 노트8로 바꾼 지 5개월이 거의 다 되었다.


그동안 갤럭시노트8 박스에 번들로 들어 있던 투명 케이스와 통신사에서 사은품으로 준 아라리 에어핏 케이스만 써 왔는데, 다른 케이스를 좀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보았다.


거의 5개월이 다 되어서야 케이스를 찾아보게 된 것에 다른 이유는 없고, 원래 노트8 뒷판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개인적으로는 듀얼카메라+지문센서 영역의 존재감이 너무 큰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이라서 케이스를 사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서 나온 갤럭시노트8 올림픽 에디션의 흰색 뒷판이 생각보다 예뻐 보여서 뽐뿌가 오게 되었다

(그나저나 삼성은 이번 노트8 평창에디션 색상 꽤 잘 뽑았던데 왜 양산할 계획이 없는 걸까? =_=)


그래서 케이스를 이용해서라도 나의 오키드 그레이 색상의 노트8에 흰색 뒷판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또 하나는 지금 쓰는 아라리 에어핏 케이스보다 좀더 얇은 케이스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결국 두 개를 질렀다. ㄷㄷ;




1. 하미코리아 디즈니 푸우 하드 케이스



케이스 모양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하드케이스 모양이고 소재도 플라스틱이다.



하미코리아 홈페이지[1]에 가 보면 이것 말고도 노란색, 남색에 다른 디자인의 케이스도 있지만, 나는 흰색을 사야겠다는 목표가 확실해서 '푸우 앤 티거'로 결정.



폰에 끼워 보니, 목표로 했던 흰색과의 조합은 달성했다. 

디즈니 캐릭터 푸우와 티거도 무난하고, 푸우의 빨간 옷과 몇몇 노란 색이 포인트를 준다.



폰을 엎어 놓을 경우, 케이스의 네 귀퉁이가 화면보다 아주 약간 더 올라와 있기 때문에 화면이 바닥에 닿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강화유리를 붙인다면 무조건 강화유리가 먼저 바닥에 닿을 것 같다. 뒷판의 카메라 부분은 케이스 두께가 있기 때문에 바닥에 직접 닿지 않아서 기본적인 보호는 된다.



참고로 케이스가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모두 사진처럼 깎여져 있어서 스마트폰의 테두리를 완벽하게 보호하지는 않는다. USIM 칩을 바꿀 때 편하긴 하겠지만, 사실 나는 그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저렇게 스마트폰 윗쪽 테두리를 절반 가까이 노출하면 괜히 테두리 부분이 생활 스크래치에 취약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쉽다. 그냥 케이스가 스마트폰 상단 부분을 전체적으로 덮어 줘도 괜찮을 텐데...


아무튼 "흰색" 케이스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정도면 무난하고 만족스럽다.


정리하면,

  • 디자인: 색깔 + 디즈니 캐릭터 덕분에 평타는 친다. (+개인 취향)
  • 가성비: 디즈니 제휴 때문에 비싸다. ㅠㅠ
    (하미코리아에서 할인 없이 사면 무려 23000원인데,
    대신 인터넷을 잘 뒤져보면 15000원보다 싸게 살 수는 있음)
  • 보호능력: 그냥 전형적인 플라스틱 하드케이스의 보호능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
  • 그립감: 번들케이스 끼고 쓸 때와 차이가 없음. 무광 플라스틱 소재의 특성상 손에서 잘 미끄러질 위험은 감수해야 함. TPU 소재의 아라리 에어핏 케이스에 비하면 너무 맨들맨들해서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위험은 더 높다. ㅜㅜ 결국 예뻐서 쓰는 것.




2. 오하이(ohi) 스킨핏 매트 케이스


오하이 케이스[2]는 거의 케이스를 안 씌운 듯한 생폰 수준의 모양과 그립감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다.



손으로 가린 부분에 시리얼 넘버가 있는데, 이걸 오하이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하고 입력하면 20% 할인 쿠폰(유효기간 1년)을 준다. 모든 오하이 제품에 다 있는 듯 하다. :) 참고로 첫 회원가입을 하면 1000포인트도 주기 때문에 오하이에서 또다른 제품을 구입할 때 유용할 듯.



다크그레이 색상을 샀는데, 다른 말 필요 없고 진짜 얇다

재질은 딱딱하긴 한데 살짝 휘어지는 것을 허용하는 정도이고, 살짝 비친다.



핏이 예술이다. ㄷㄷ... 

노트8 테두리와 일체감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생폰을 쥐고 쓰는 느낌. 

전원/볼륨/빅스비 버튼 부분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버튼을 직접 누르게 되어 있다.



양쪽 엣지 부분은 갤럭시노트8의 엣지 테두리보다 살짝 더 위로 올라와서 덮어 주는데, 그래도 화면까지 덮지는 않는다. 좋은 점은 오하이 케이스 자체도 약간 휘어져서 노트8의 테두리를 감싸 주듯이 딱 붙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폰과의 일체감이 높다.



워낙 얇아서 엣지 스크린 기능을 쓰는 데에도 지장이 없다. 그 대신 화면보다 높이 올라오는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화면은 절대 보호해 주지 못한다. =_= 아라리 에어핏 케이스는 두꺼운 대신 엎어 놓아도 화면보다 높은 부분이 있어서 화면이 바닥에 닿지 않게 보호해 주는 것을 생각하면, 오하이 케이스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얇은 두께로 인해 화면보호를 희생하는 trade-off가 있다.



하단의 이어폰과 USB-C 케이블 단자 부분이 다른 케이스보다 좀더 타이트하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혹시 이어폰이나 충전 케이블 잭 부분이 두꺼우면 케이스와 살짝 간섭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노트8에 같이 들어 있던 AKG 번들 이어폰과 충전 케이블을 쓸 때에는 문제가 없었다.


참고로 오하이 스킨핏 매트 케이스는 표면이 살짝 오톨도톨하기 때문에 무지 얇은데도 불구하고 손에 쥐었을 때 그나마 덜 미끄러지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표면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그만큼 스크래치가 덜 생기고, 생기더라도 티가 덜 나는 효과가 있다.



정리하면,

  •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 거의 생폰 수준의 핏을 보여 준다.
  • 가성비: 동일한 포지션의 얇은 제품들에 비하면 가격이 살짝 더 비싸지만, 그만큼 품질이 좋다고 생각됨.
  • 보호능력: 없다. ㅋㅋ 오직 테두리와 뒷판 스크래치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산 것임.
  • 그립감: 생폰 수준의 그립감에 적당히 마찰력이 있는 표면 덕분에 미끄럼을 방지해 준다.


갖고 있는 세 개의 케이스를 비교해 보면:

  • 디자인: 오하이 스킨핏 >= 하미코리아 디즈니 > 아라리 에어핏
  • 무게와 두께: 오하이 스킨핏 >> 하미코리아 디즈니 > 아라리 에어핏
  • 가성비: 아라리 에어핏 == 오하이 스킨핏 >> 하미코리아 디즈니
  • 보호능력: 아라리 에어핏 >> 하미코리아 디즈니 > 오하이 스킨핏 
  • 그립감: 아라리 에어핏 >> 오하이 스킨핏 > 하미코리아 디즈니


비교해 보니 결국 예쁨을 얻고 보호를 포기한 듯. ㅋㅋㅋㅋㅋ

그때 그때 기분과 목적에 따라 바꿔 끼는 걸로 해야겠다. 




<참고자료>

[1] http://www.hamee.co.kr/shop/shopdetail.html?branduid=805745&xcode=071&mcode=005&scode=001&type=Y&search=&sort=manual

[2] http://theohi.co.kr/product/%EC%98%A4%ED%95%98%EC%9D%B4-%EA%B0%A4%EB%9F%AD%EC%8B%9C-%EB%85%B8%ED%8A%B88%EC%9A%A9-%EC%8A%A4%ED%82%A8%ED%95%8F%EB%A7%A4%ED%8A%B8-%EC%BC%80%EC%9D%B4%EC%8A%A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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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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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나이키 광고 "Just Do It".

영상 링크: https://youtu.be/3Dl1hilzm84







벌써 이 광고가 나온 지가 7년이 넘었다.

사실 연구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모든 것이 결정되는 올림픽 대회에 비하면 완성할 때까지 훨씬 기회도 많고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매 순간의 연구를 지속하는 행위에 있어서 지나치게 걱정이 많아서 생산성을 너무 많이 떨어뜨리는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 연구 결과물로써의 '논문'이 나올 때까지 나는 얼마든지 글을 고쳐쓸 수 있고, 실험과 시뮬레이션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서 돌리면 된다. 만약 due date가 고정되어 있다면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고치는 양에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단 한 번만에 일필휘지로 논문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한 번만에 제대로 돌아가는 실험 코드를 만들려고 하고, 단 한번의 생각으로 논문의 한 섹션을 논리적인 빈틈 없이 쭉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무리한 단기 목표 때문에, 최종 목표인 논문의 완성까지 도달하는 길이 실제로 겪는 것보다 훨씬 더 험난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당연히 괜히 심리적으로 더 지칠 뿐이다. 이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이런 잘못된 심리적인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다.

CF에서 보듯이, 일단 아주 간단한 것부터 달려들어서 그냥 한번 고쳐 보는 것.

단지 변수 하나를 추가하거나 바꾸는 정도의 아주 간단한 코드 조각을 일단 만들고 보는 것.

일단 한국어로라도 간단하게, 비어 있는 논문 페이지에 "여기에 무슨 내용이 들어간다, 이런 것으로 채운다"라고 뭐든지 써 보는 것.


아무 것도 안하기 때문에 그 대신 뇌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들을 일단 뭔가 간단한 것부터 시작함으로써 점점 지워 나가고, 연구와 관련된 생각의 흐름들로 자연스럽게 채워 나가는 이 작은 용기가 나에게 필요하다.


Just make something,

just write something,

just start making something.


일단 뭐든 간단히 만들고 고치자.

Divide and conq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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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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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영어 속담은 공식 기록에 남겨져 있는 첫 사용 사례가 17세기였을 정도로 오래 되었다. 그만큼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이 가던 기본 원리라고 볼 수 있겠다.


일을 전혀 안 해도 망가지지만, 전혀 놀지 않고 일만 하는 것도 당연히 나쁘다. 그걸 누가 모르나.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해라"는 말은 너무 잘 알고 있고, 심지어 지도교수도 틈틈이 학생들에게 언급하신다. 하지만 일/공부를 해야 할 때 안 하거나 못하면 결국 놀 때에 일/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적어도 이 대학원 환경에서 내가 느끼기에는, "일할 시간에 최선의 집중력과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투입해서 그 시간 안에 계획하던 것을 이루고, 그 다음에 남들 쉴 때 너도 시간이 남는다면 쉬어라"는 식으로 해석될 뿐이다.


장기적으로 나는 일/공부에 최고로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하지 못해서 결국 박사과정 기간 자체가 길어지고 말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내 문제더라. 나와 환경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도 결국 성취해 내는 사람들이 주위에 여럿 있는데 내가 그 자리에 못 간다는 것은 결국 나는 그 사람들만큼 해내지 못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집중해야 할 때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집중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긴장과 부담이 가중되면서 쉬는 날에도 마음이 전혀 편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정작 일을 하려고 쉬는 환경을 억지로 벗어나서 부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환경에 나 자신을 옮겨 놓으면, 아이러니하게도 또 집중을 못한다.

'이제서야 이 정도밖에 완성을 못 했다니'

'앞으로 해야 할 게 이렇게나 많은데 오늘 조금 해도 고작 얼마나 메꿀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내 안의 부정적인 생각들과 싸우느라 귀중하게 확보한 시간을 또 정신력을 소모하며 대부분 허비하고 만다. 이쯤 되면 강박장애 쯤 되는 정신질환이 생긴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학교에서 휴학을 끝내고 복학을 할 때에는 온라인으로 심리 검사를 하는데, 나는 우울감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고, 대신 불안감은 정상을 벗어난 중간 정도로 나왔다. 정확하게 내 상황 그대로 나온 것 같다.

평소에 집중을 잘 못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속상한데 집에서 가장+육아 역할도 충분히 못 하는 것도 미안하고, 아직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 항상 부족하기만 한 재정,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미래로 인해 울화와 짜증이 합쳐졌다. 새벽에는 그 날 충분히 일을 못한 것이 속상해서 잠을 못 이루고, 당연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질 못한다. 조금 늦게 시작하는 하루가 또 속상하고, 연구실에 오면 또 충분히 집중을 못하고. 이러니 매사에 짜증이 날 뿐이다.


인생이 짜증스럽지만 난 절대로 죽고 싶지는 않다. 하루빨리 이 짜증나는 환경을 벗어나서 제대로 살아 보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나는 어딘가에 분명히 쓸모가 있는 사람인데, 지금 연구도 잘 안되고 박사학위 하나 받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를 상실한 것 때문에 이 흥미진진한 정보통신 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싫다. 이 분야가 결코 재미없는 분야도 아니고, 누구보다 멋지게 살고 싶다. 생각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내가 꼭 얻고 싶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오랫동안 공부해 와서,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박사학위를 쉽게 포기하지를 못하겠으니, 유일한 방법은 내가 스스로 동기부여를 갖고 단기간에 집중해서 이 지지부진한 과정을 끝내는 것밖에 없다.


(여기부터는 망상이니 심각하게 읽지 마시길...ㅋㅋㅋ)


하루빨리 뇌과학이 극단적으로 발전해서, 뇌 속의 감정적인 부분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신경만 선택적으로 잠시 마비시키는 그런 기술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지금부터 딱 1년만 나의 모든 감정적인 신경회로를 다 동결시키고, 잘 짜여진 목표들을 1년치를 기억해서, 오직 그 일들만 매일매일 주어지는 대로 처리하는 삶을 산다면 논문 두어 편에 학위 받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그렇게 딱 1년만 우울감/불안감이 모두 차단된 로봇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딱 그렇게 전적으로 집중하는 기간을 두는 것이 인생 전체로 봤을 때에는 손해가 아니라 좋은 밑거름이 될 텐데 말이다.


설 연휴가 아무 의미가 없는 지금, 이런 헛소리라도 이 곳에 질러 둬야 또 잘 안되던 연구를 할 머릿 속의 빈 공간이 확보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이 곳에 헛소리를 남긴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 짜증과 불안의 말들 모두 토해 버리고, 다시 자존감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채워넣고 재미있게 글과 코드를 고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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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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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특히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연구노트는 정말 중요하다. 연구노트를 그 목적대로 작성을 했을 경우, 연구의 진행 상황에 대한 기록이 모두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매일매일 연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실험 같은 것이 실패를 하더라도 그 기록이 모두 남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자산이 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은 종이로 된 연구노트 책자를 쓰겠지만,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오직 PC 화면만 쳐다보면서 하는 입장에서 전자연구노트도 쓸만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전자연구노트는 파일을 직접 업로드하는 방식이라서 내가 다른 프로그램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니면 그냥 메모장, 또는 이미지 등)을 사용해서 일단 만들어야 한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험 통계는 엑셀 파일, 랩세미나 발표를 하거나 교수님과의 의견 교환을 위해서 만든 슬라이드는 파워포인트 파일, 문서는 워드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내가 점점 MS 오피스 프로그램을 써서 직접 파일을 만드는 경우는 줄어들고, 그냥 웹 브라우저에서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해서 문서/스프레드시트/프레젠테이션을 바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워드/엑셀/파워포인트만 가지고 논문 한 편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게 옛날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작업을 웹 기반으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평소에 각종 개발이나 실험을 리눅스 환경에서만 하다 보니 그냥 아예 main PC를 리눅스로 쓰다 보니, 윈도우에 대한 접근성이 조금 떨어져서 더더욱 MS 오피스를 쓰지 않게 된 측면도 있다.


논문 작성은 Overleaf를 써서 tex를 웹 상에서 직접 고치고, 공동저자들에게 링크를 줘서 바로 확인하거나 서로 동시에 고치면 된다. 예전에는 tex를 쓰려면 프로그램을 별도로 써야 했지만, 웹 기반으로 하면서 훨씬 편해졌다. 게다가 MS 워드를 가지고 논문을 작성하면 예기치 않게 문서 레이아웃이 망가지거나 그림이 서로 겹치는 등 온갖 불편한 일이 생기는 데 비해, tex는 문법만 잘 알고 있으면 문서 레이아웃 망가질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좋다.

기본 아이디어에 대한 brainstorming 같은 일도 구글 문서나 구글 프레젠테이션에서 간단하게 만들어서 이것을 또한 링크로 공유해서 수정하면 된다. 이 단계에서는 MS 오피스가 제공하는 강력한 기능들까지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흰 바탕에 꾸밀 필요가 없는 검정색 텍스트와 간단한 도형 그림 정도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아직까지는 MS 엑셀에 비해 기능과 편의성이 많이 부족해서 이 부분은 아쉽다.


그리고 기존에 PC에서 MS 오피스를 써서 작업할 때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PC의 다운이나 하드디스크 고장으로 인해 파일이 망가지고 사라지는 등의 위험 요소를 안고 가야 했는데, 요즘은 웹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런 걱정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순수하게 개인 PC에서만 모든 작업을 다 하던 시절과 지금의 완전한 웹 기반 환경 사이에 드롭박스(dropbox)를 활용해서 과거 저장 내역을 기억하고 만약의 사태에 파일을 복구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dropbox는 여러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구과제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문서들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결코 없어지지 않을 hwp 파일들을 관리하려면 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hwp 파일만큼은 아직도 구글문서처럼 웹 기반으로 협업이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 혼자 또는 나와 지도교수, 공동저자 학생 한두 명이 같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논문을 쓰는 상황에서는 굳이 dropbox도 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결국 윈도우보다는 리눅스/맥이 더 편할 수밖에 없고, 윈도우 PC보다 리눅스/맥을 더 자주 활용하는 입장에서 구글 드라이브의 접근성이 MS 오피스에 비하면 훨씬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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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를 종합해서, 서면연구노트는 거의 쓰지 않고, 전자연구노트는 연구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만들어지는 회의록, 발표자료, 보고서 파일들을 업로드하는 요도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자연구노트를 개인연구에 잘 쓰지 않다 보니까 내 개인연구의 모든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차분하게 진행시켜 나가기 위한 기록 매체가 마땅치 않게 되었다.


순수하게 내 개인연구 진행 상황을 매일매일 잘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오거나, 그 다음날에 다시 시작하더라도 기억을 더듬는 시간을 최소화시킬 만한 환경이 필요했다. 사실 이런 목적을 충족해 주는 도구는 이미 널리고 널렸지만, 왠지 모르게 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이 분야에서 단연 에버노트가 막강하겠지만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논문들을 잘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멘델레이(Mendeley)가 좋은 도구가 되겠지만 논문 이외의 문서들 관리하기는 힘들다. 트렐로(tello)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task를 분류하고 todo list를 관리하기에 좋아 보였지만, 여기에 코딩하면서 발생한 버그, 해결 방법, 논문 아이디어, 시뮬레이션 환경 등등 이것저것 다 기록하다 보니 오히려 너무 기록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서(카드의 제목, 카드의 description, 카드 내부의 댓글, 카드에 추가할 수 있는 checklist, 거기에 카드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custom label 등등...) 나만의 기준을 일일이 만들지 않으면 너무 중구난방으로 기록되는 바람에 나중에 오히려 찾아보기가 불편한 지경이 되었다. 게다가 일처리를 끝내면 보관(archive) 처리를 해서 사라지게 되는데, 그렇게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남아 있기도 해야 하고, 그렇게 카드 수와 카테고리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자 오히려 관리하기 어려웠다. 트렐로가 이 모양이니 이와 유사한 Todo 관련 앱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슬랙(slack)은 공동저자들과 협업을 하면서 발생한 대화 내용과 모든 파일이 다 시간순으로 기록으로 남아 있고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편했지만, 메신저의 대화창 자체를 기록을 저장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은 너무 무리였다. (게다가 대화 개수가 10,000개를 넘어가면 그보다 과거의 내용은 돈을 내지 않으면 볼 수도 없다.)


위의 여러 가지 서비스들을 다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모두 어느 정도 써 보다가 다 중단되었지만, 그러한 시도를 하는 동안에 병행해서 계속 기록을 남기던 가장 원초적인 수단은 결국 메모장(...)이었다.

그 어떤 서식도 넣을 수 없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나만의 indent를 가지고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기록을 남기고, 파일 이름은 날짜와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하고 (예: 180117_routing_table_update_issue.txt), 그 파일들을 dropbox 폴더에 모아 놓는 이 원시적인 작업만을 내가 멈추지 않고 해 오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강력한 도구보다는 불필요한 것이나 군더더기가 없으면서 접근성이 좋은, 미니멀리즘 비슷한 것을 원했던 것일까?


결국 위와 같은 고민을 거쳐서 지금은 구글 드라이브에 폴더 하나를 통째로 모든 공동연구자들과 공유하고, 그 아래에 워드 문서를 큼지막한 이슈 별로 만들고, 그 문서 안에서 매일매일의 날짜마다 새 페이지를 만들어서 그날 겪은 문제와 그 전날의 문제를 해결한 내역, 앞으로 할 일 등을 그저 텍스트로 작성하고, 해결이 안된 부분은 빨간 글씨, 해결 완료한 부분은 파란 글씨로 표시하는 최소한의 서식만 남겨 둔 채 사용을 해 보았더니, 현재로써는 이게 가장 생산성이 좋다.


사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는 속담도 떠오르고, 연구가 정말 절실하거나 교수님께서 나를 더 많이 쪼시거나(...) 하시면 도구 따위가 문제가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내가 쓰기 편하고, 내 손에 잘 익으면 그만큼 마음의 거리낌이 줄어드는 만큼 연구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최근 5일 동안은 위와 같은 시도의 끝에 정착한 구글 드라이브와 최소한의 서식이 꽤 좋은 생산성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니까.


좀더 일찍 이런 손에 잘 익는 도구에 대한 고민을 했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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