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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팅 프로토콜에 대한 논문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무지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중에서 유난히 읽기 쉬우면서 성능도 괜찮은 논문들도 있고, 반면에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적용한 어려운 논문들도 있다.


내가 target으로 보고 있는 환경이 무선 네트워크(특히 와이파이) 쪽인데, 이 쪽으로도 90년대 후반부터 라우팅 관련 논문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AODV나 DSR처럼 간단명료한 구조와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한 적응이 가능한 모바일 애드혹 네트워크(MANET) 라우팅 프로토콜 논문들과 그 파생 논문들을 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딱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Simple is the best"를 잘 보여주는 프로토콜이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여러 개의 무선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쓰는 multi-radio routing protocol에서도 이렇게 간단하면서 준수한 성능을 보여 주는 기존의 single-radio routing 분야에 있는 DSR이나 AODV를 기반으로 해서 확장한 논문들이 인기가 많았던 것도 볼 수 있었다. (인용이 엄청났으니까)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라우팅 프로토콜에 굳이 수학이 들어가지 않아도 간단한 프로토콜 구조만 잘 만들면 되는 줄로 크게 착각했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사실은 그렇게 간단한 최단경로 라우팅 프로토콜에서 각 노드가 맡는 역할이 그저 프로그래밍 차원에서 역할과 메세지 교환 로직만 구현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그래프 이론에서 먼저 개념을 정립한 뒤에 프로그래밍 요구사항으로 도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최단 경로(shortest path)를 찾는 것으로 응용 프로그램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경우를 해결하기 위해서 hop count가 아닌 다른 링크 품질(link quality metric)을 적용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그래프 형태로 보면 모든 링크는 단순히 임의의 두 노드 사이에 연결된 하나의 엣지(edge)이지만, 자세히 보면 패킷 전송 속도나 대역폭, 패킷이 유실될 확률과 같은 세부 특성이 다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잘 만들어진 간단한 구조의 유명한 라우팅 프로토콜들은 모두 hop count 기반이었고, 이것을 그외의 다른 링크 품질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논문이 더 복잡한 수학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복잡한 수학적 표현은 불가피한 것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Simple is the best"를 엉뚱하게 적용하며 라우팅 프로토콜에서 쓰이는 복잡한 (사실 공부해 보면 인공지능 같은 요즘의 트렌드에 비하면 복잡한 것도 아니다) 수학을 기피해 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상황은 더이상 single-radio network도 아니고, hop count만 쓸 수도 없고, 응용 프로그램도 다양하기 때문에 라우팅 프로토콜을 프로그래밍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간단하게 해 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겠다.

비록 응용 계층에서 작동하면서 커널 계층의 도구들을 활용하는 식으로 구현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라우팅 프로토콜을 바닥부터 설계하고 구현해 보니 수학적인 기반을 갖지 않고서는 실제로 라우팅 프로토콜이 경로 하나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의사결정 과정을 구현하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많이 늦어지긴 했고 비록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제 와서 수학을 기피하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그리고 문제 상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연습을 지금 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도 내가 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열심히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잘" 적용한 좋은 학회/저널 논문들을 다시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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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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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연구 실험을 위해서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 인지 네트워크 아키텍처에서, flow 기반 라우팅 모듈과 traffic shaping 모듈 각각의 모듈 테스트를 성공한 지 어느새 2주 정도가 지났다. 그 외에도 이웃 노드들의 link quality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모듈은 진작에 몇 개월 전부터 완성되어 있었고,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인식하는 부분도 오래 전부터 조금씩 완성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연동해서 실제로 서비스가 요청하는 경로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 검증하는 연동 테스트에서 계속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ㅜㅜ 모듈 테스트에서 예외상황을 처리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잊고 처리하지 못한 부분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에러가 발생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파라미터 값의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예외 상황도 새로 생겨났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치밀하게 코드를 짜려고 했지만, 그리고 최대한 모듈들 간에 인터페이스를 미리 맞춰 두려고 했지만, 결국 실제로 모듈의 기능을 구현/개선하는 과정에서 미리 약속해 둔 인터페이스가 변경되는 일도 발생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명확하게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현장에 뛰어들어서 직접 코딩하다 보면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설계를 잘 하려고 해도, 커널에 근접해 있는 각종 네트워크 기능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상태라야 가능한 영역이 있어서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일단 요구사항만 주어진 채 달려들어서 user level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구현을 시작하다 보면, (나는 서비스를 도와 주는 미들웨어를 개발하는 입장이니까 일차적으로 user level API에서 Kernel level로 메세지가 전달되는 구조이다.) 커널 영역에서는 실제로 더 많은 세부사항들을 정의해 주어야 하고, user level에서 제시하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다시 user level 모듈부터 재설계를 해서 다시 Kernel level에 제대로 모든 정보가 흘러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두세 번 이렇게 반복하면 설계 단계에서 무슨 정보를 줘야 하는지는 확실해지긴 하지만, 그 다음으로 겪는 어려움은 실제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원하는 기능이 작동하도록 구현을 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원하는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구현하는 것이다. 사실 효율성이라는 것도 겪어보지 않은 작동 과정을 상상하면서 어디서 어떤 비효율이 발생하는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데이터의 범위를 갖고 돌려 보고 나서야 어느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1년 정도만 더 일찍 지금과 같은 노력을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실험환경을 구축하고 역량도 키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박사과정 학생 신분으로 연구를 자유롭게(?) 계속할 수 있는 기한도 이제 많지 않은데, 그 전에 최대한 경험치와 역량을 쌓고 싶다. 그 동안의 더디게만 올라가던 learning curve가 이제 조금 가파르게 상승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는 시기에 와 있는데, 이번에 실험환경 구축이 잘 되면 꼭 좋은 논문을 만들어 내야겠다. 일단은 급하게 써야 하는 논문부터 먼저 만들어 내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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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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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심리적으로 매우 안 좋을 때 작성한 글입니다. 글 전반에서 부정적인 표현이 많은 점 양해를 바랍니다. 항상 이렇지만은 않습니다.


*글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려다가, 그냥 아직 어린 신앙인이 갖는 솔직한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놔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후로 점차 변해 가는 마음가짐을 새 글로 써서 공유하겠습니다.



<관련 글타래>


*과연 교회는 기혼자 대학원생을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가?, http://skylit.tistory.com/208

*회피성 성격장애와 번아웃 상태를 극복하고 싶다, http://skylit.tistory.com/211




요즘 주어지는 시간에 비해 맡은 일을 처리할 때 역량 발휘가 충분히 되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연구실 일뿐만 아니라 주일에 교회에 가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솔직히 주일에 예배 드리러 어차피 가는 것이고, 단지 나는 예배드리는 시간에 extra로 약간의 수고를 더해서 15분 정도 앞에서 찬양팀과 같이 찬양을 하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부담을 느낄 정도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노력의 절대량으로 봐서 어려운 점이 있다기보다는, 찬양인도에 대한 동기를 많이 상실해서 자꾸만 부담을 느끼는 것이 문제다. 내가 무슨 대단한 선교단체의 찬양팀을 꾸리는 것은 아니고 음악적인 완성도를 철저하게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토요일에 짧게 연습하고, 주일에도 조금 더 일찍 가서 잠깐 연습하고, 예배 중간에 앞에 나가서 찬양하는 이 모든 시간과 노력이 그저 부담스럽게 되었다. 마음이 지쳤다.



*연구에 대한 인식 변화


그에 비해 연구는 차라리 상황이 좋아진 것 같다. 개인 연구주제에 대해서 이와 비슷한 번아웃 상황을 이미 3-4년 전에 겪었고, 그 뒤로 조금씩 실력을 쌓으면서 이제는 좀 괜찮아졌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연구와 실험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므로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실험을 하거나 논문을 쓰다가 중간에 어떻게 해결할 지 모르겠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에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답답해지지만, 그래도 조금씩 해결해 가고 있어서 좋다.


박사과정 고년차인 지금쯤 되어서 돌이켜 보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어렵더라도 진득하게 그 문제를 계속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해 보고, 실패와 쪽팔림을 무릅쓰고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얘기해 나갈 때, 바로 이 때 조금씩 내 역량이 성장해 왔었다. 지도교수님이 석사과정은 내가 맡은 분야의 연구와 '연애'를 하는 것이고, 박사과정은 해당 연구와 '결혼'을 해서 인생 전체를 쏟아붇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박사과정 기간은 인생 전체에 있어서 최고로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며, 박사과정 시기에 그렇게 집중을 해야 나중에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그 진가가 드러난다고 하셨다. 요즘 지도교수님의 이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만큼 최고로 집중해서 아직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내는 것이 박사과정의 역할이고, 그렇게 집중적으로 하지 않으면 단 한발짝도 진전이 없다. 내가 그렇게 박사과정 초반의 2년 반 정도를 날려먹었다. (과제 관리 기술 말고는 내 연구주제에서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는 암흑기였다.)



*또 하나의 변수, 육아


하지만 실제로 결혼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 내 삶의 상당 부분(집중력, 시간, 체력 등)이 육아에 할당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박사과정으로써 꾸준히 집중을 지속하는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집중하는 연속된 4시간을 쪼개서 2시간씩 써 봤자, 연구를 진전시키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꽤 절망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꾸준히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서 하루라도 빨리 졸업요건을 채울 수 있는 논문을 만들어 내고자, 최근 몇 달 간은 저녁시간부터 늦은 새벽까지 아예 연구실에 상주하면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게 초반에는 꽤 효과가 있었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만성피로와 수면부족에 시달리면서 집중을 많이 못하게 되었다.


잠깐 쉬고 다시 달려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원하는 실험 결과를 찍어내고 싶은 마음에, 이 실험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해서 교수님과의 미팅도 자꾸만 미뤄지는 상황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지금도 멈추지 못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연구실에 다시 왔다. 방금 전에 아내와 아기와 함께 외식을 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고, 잠시나마 캠퍼스에서 산책도 하면서 아기와 놀아줬으니 그나마 최소한의 육아는 했고, 집에 아내와 아기를 차로 태워다 주고 나서는 집에 계속 있으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연구실로 핸들을 돌렸다.

정말 멈출 수 없는 '화차'가 된 심정이다.


이렇게 육아가 인생의 대부분을 동원해야 할 정도임을 글로만 이해하고 몸으로 알지 못했다가, 이제 와서 몸으로 알게 된 것이다. 진작에 몸으로 이정도인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박사학위를 받기 전에 아기를 갖지 않았을 텐데... (지금 커 가는 아기가 싫다는 의미가 절대로 아니다. 딸아이가 커 가는 모습은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다. 하지만 아기를 가져야 하는 선택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졸업 뒤로 미룰 것이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문제


내가 딱 1년 전에 지금과 같은 연구 역량과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다면 이정도로 답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1년 정도면 SCI 논문 어디든지 써서 결과를 받을 수 있고, 그 동안 좋은 학회논문들을 다작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작년까지도 나는 바보같이 프로젝트와 연구실 전체적인 연구 조율(석사과정들의 논문 2저자 참여) 등을 핑계로 개인연구에 이기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아붇지 못했기에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 개인연구만 하고 있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실험환경이 갖춰졌고, 여기서 조금만 더 집중적으로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만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하고 나서도 우리 부부는 예배 찬양팀 여기저기 사역하느라 바빴고,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야 모든 사역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아기가 돌이 지나자, 다시 간곡한 부탁(?)에 의해서 사역이 점점 치고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순진하게 간곡한 부탁들을 수용할 수가 없다. 앞으로 그 어떤 사역 요청이든지 매몰차게 모두 거절할 것이다. 누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가? 하나님께서는 충분히 내 인생을 보시고 책임져 주신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비록 그 사람이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결코 믿을 수 없다. 대신 박사학위를 받아줄 것도 아니니까.


자꾸 생각하다 보면 크리스천으로서 박사학위를 굳이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될 때도 있지만, 이건 지금의 번아웃 상황을 극복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찌 보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기도 하다. 일단 세상에서 내 앞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한 신앙인의 자세다. 세상에서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오히려 민폐를 끼치면서 교회 사역을 열심히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그런데 내가 요즘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감당해야 하는 사역들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 내가 교회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위로는 더이상 위로가 아니다. 더욱 더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아무래도 안식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대학교 교수도 안식년이 있고, 심지어 목사와 선교사도 안식년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평신도 사역자는 개인이 스스로를 알아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이 현실이 씁쓸하다. 도대체 무엇이 교회 공동체인가?



*결론


프로야구팀은 지금 등판해 있는 에이스 투수가 잘 던지다가도 어느 순간 조금 흔들리는 기색이 보이면 가차없이 투수를 교체한다. 정신력을 고취시키고 격려만 하면서 그 에이스 투수가 계속 경기를 끌어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에이스 투수는 투수대로 소진되고, 팀은 자칫 대량실점으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수 개인과 팀 전체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몇 이닝 더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선수조차도 강판시키는 게 야구인데, 교회는 지금 던지는 투수의 물리적인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응원만 열심히 하는 식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평신도를 사역에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요즘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 바쁘거나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것을 나도 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신앙의 역량이 충분해서 척척 맡은 일을 해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회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사람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역을 꽤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이라고 해서 또 다 그렇게 매우 훌륭한 신앙으로 무장해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훌륭한 신앙의 사람조차도 어느 순간 여러 변수에 의해서 힘든 시기를 충분히 겪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에 그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신앙 안에서 회복할 수 있게 사역 일선에서 끌고 내려와서 쉬게 하고 '구원투수'를 등판시킬 수 있는 체계가 과연 교회에 있는지 묻고 싶다.


내가 약해빠진 신앙의 초보라는 사실이 주변에 널리 인식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정말 좀 쉬어야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박사학위 받고 나서 최소 주 단위로 여행이라도 좀 다녀오면서 마음을 정리해야겠다. 그리고 내 비전을 다시 정리할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이고, 사역 대신 성경공부와 같은 양육훈련부터 신경쓸 것이다. 이타적인 삶을 넉넉히 살아내기 위해서 지금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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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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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정말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다. 인터넷 덕분에 각종 공부할 것들에 접근하기는 아주 쉬워졌다. 하지만 그로 인한 전 세계적인 시너지로 인해서 정보의 재가공 결과물이 또다시 인터넷에 아주 빠르게 대량으로 올라온다.

매달 내 연구의 큰 주제에 해당하는 무선 네트워킹, 사물 인터넷 등에서 생산되는 논문들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데, 이걸 다 읽어보고 따라잡으려고 한다면, 다 읽기 전에 이미 엄청난 양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쌓여 있을 것이다.


결국 아주 세밀하고 자세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으면 엄청난 정보의 생산과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좀더 똑똑한 사람은 더 빨리 논문을 읽고, 더 빨리 자기 문제를 만들어 내서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고, 나처럼 그렇지 못한 보통의 사람은 부족하게나마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처럼, 이렇게 지식이 새로운 지식의 생성/누적을 가속화시키는 정보의 지수 상승(exponential) 시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연구실에서 광범위한 부분을 조금씩 공부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졸업의 압박 때문에 내 본래 연구주제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수렴 국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하기에도 과할 정도로 넓은 분야를 조금씩 건드리고 있었다.


어쨌든 메인 연구주제는 상황인지 무선 네트워킹 기술이다. 서비스의 다양성을 네트워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이해해서 무선 네트워크의 세밀한 부분을 자동으로 맞춤형 조작을 해서 전체 성능을 높여 보려는 시도이다.

연구실은 오래 전부터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스템을 가지고 대형 연구과제도 여러 번 수행했고, 지금도 과거의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사물 인터넷(IoT)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서 계속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스템(System)에 전산학의 대부분의 연구내용이 컴포넌트 또는 모듈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왜 문제인지는 이어서 생각해 보겠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구실 입장에서는 전체 시스템의 목적에만 부합한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를 적용시킬 수 있어서 좋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연구주제가 막 적용되기 시작했을 때에 맞춰서 공부를 시작하면 더없이 좋지만, 얼마 전까지 공부했던 주제와 새로 중요성이 부각된 주제가 공존하는 시기에는 이 모든 주제를 다 공부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박사과정에게 부담이다. 석사과정은 IoT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주제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쯤 돼서 졸업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할 때쯤 돼서 새로운 석사과정 신입생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사과정의 경우에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역할과 함께 석사과정의 사수가 되어서 같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석사과정에게 약간의 지도(지도교수만큼의 지도가 아니라, 지도교수까지 포함한 세 명이 함께 연구하는 상황에서의 도우미 역할)를 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지금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연구주제를 섭렵해야 한다.

 문제는 "서비스(service; application)"와 인접한 시스템, 또는 실제 응용되는 사례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시스템을 연구/개발할 때 특히 부각된다.


위와 같이 "동시에 우물을 파는 상황"은 어떤 연구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우리 연구실은 전산학부 소속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타 전공의 대학원 연구실들과 연합해서 공동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은 그 공동연구 과제의 총괄책임자가 되셨고, 자연스럽게 나는 실무책임자가 되었다.

IoT 시스템과 무선 네트워킹 기술 정도는 서로 포함되는 관계였고, IoT 환경에서 무선 네트워킹이 직접 쓰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컴퓨팅 시스템에서 네트워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역할을 현실적으로 맡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타 대학원과의 공동연구는, 사실 내 입장에서는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말았다. 


공동연구과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웹의 각종 정보를 크롤링해 와서 분석하고, 그 분석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정보를 추천하는 데이터마이닝을 핵심으로 하는 과제이다. 다른 연구실은 SNS 데이터 수집, 자연어를 형태소 분석해서 정형화하는 과정, 그 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각종 의미(감정, 행동 등)를 찾아내는 연구, 유사한 개념 간 연관성을 정의해서 정보 추론/추천을 하는 연구 등을 수행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연구실에서 그동안 만들어 온 IoT 시스템이나 무선 네트워킹 기술에서 그 어떤 세부 컴포넌트도 적용시킬 수 없었다. 분야가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공통점이 있다면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IoT 시스템이나 그보다 소규모의 통신 시스템을 만들면서 배웠던 각 세부기술의 요구사항 분석, 각 세부기술을 대표하는 블록 정의, 블록 간 상호작용, 전체 시스템 구성 작업을 이 공동연구과제에 적용할 수는 있었지만, 한번도 시스템 구축을 해본 적 없이 각자 자기 세부 기술만 열심히 연구해 오던 학생들 데려다가 시스템 구축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우리 연구실도 그 '데이너 마이팅 시스템'에서 하나의 컴포넌트를 맡아서 연구해야 했으므로, 그나마 기존 IoT 시스템과 연관지을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골랐고, 이걸 바탕으로 실제로 구현까지 해야만 했다. 당시 과제는 사업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름은 원천기술 개발이지만 실제로 당장 창업해서 서비스를 돌릴 수 있을만한 완성도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정말 그 당시에 돈은 쥐꼬리만큼 주고 원천기술에 시장성까지 바라던 미래부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그래 놓고는 우리 과제가 논문 실적도 초과달성하고 정량적 목표치도 초과달성 했더니, 총 3년의 연구기간 중에서 2년차를 마치는 시점에서 이미 할 거 다 했으니 더 할 필요 없다면서 조기종료 시켜버렸다. 말이 좋아서 조기종료지, 원래 총 3년 동안 매년 5억씩 총 15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해 놓고서 10억만 주고 과제를 잘라 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짤렸는데 허울 좋게 '조기종료' 라는 말을 붙줬을 뿐. 

(여기서 미래부 내부에서도 예산 쟁탈전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예산이 없으면 결국 없는 논리도 만들어서 있는 과제를 잘라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으며, 그래놓고 트렌드를 반영할 만한 새로운 주제로 그 돈을 다시 쏟아붓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이 제대로 개발될 리가 없다. 일본이 IPv6를 꾸준히 지원해서 결국 IPv6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갖게 된 점을 본받아야 한다. 물론 IPv6 자체가 여전히 활발히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제대로 된 주제를 발굴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니까...)


아무튼 이런 과정 때문에 내 고통의 기간은 2년 더 늘어났다. 애초에 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많이 떨어지는 과제를 관리해 오다가, 그 과제가 중간에 짤리니까 중단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새로 제안서를 썼고, 결국 또다른 2년짜리 공동연구 과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우리 연구실은 무선 네트워킹과 전혀 상관이 없는 데이터 마이닝에 관련된 세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제로 개발을 수행하는 석사과정 학생은 그게 본인의 석사과정 연구주제와 일치하기 때문에, 나는 논리와 방향이 맞는지 보고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부담이 줄어든 것이겠다. 물론 여전히 지도교수님이 총괄책임자시기 때문에 다른 연구실과의 상호작용 및 전체 시스템 구성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


이렇게 학제간 연구를 강요받으며 지금까지 왔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외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된 것이 장기적으로 결코 손실은 아닐 것이다. 결국 모두 도움이 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기도 하고, 내가 잘 못하는 전체 그림을 그리는 훈련을 계속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공부했던 분야들을 조합해서 아주 똑똑한 네트워킹 기술을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IoT 시스템의 데이터 마이닝 과정을 더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졸업을 해야 하는 박사과정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지나치게 넓은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독이 되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될 수밖에 없다. 박사학위의 의미 [1]에서 보듯이, 하나의 세밀한 연구분야의 정점에 와서 그 벽을 뚫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다양한 여러 개의 분야에서 그 정점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공부하느라 정작 내 메인 연구주제를 소홀히 하게 되서 졸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해 오기도 한다.


이제는 더이상 박사과정을 오래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남은 시간도 이제 얼마 없다. 이제 더이상 늘릴 수 있는 재학연한도 없는데 휴학까지 해 가면서 박사과정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은 연차 이내에서 뚝딱 잘도 해내는데, 나는 위와 같은 과정을 겪느라 집중하지 못했다고 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변명을 하면서 지금 이 상태가 되었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여러 우물을 최대한 파 두는 것은 결코 손해볼 것이 없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지금만큼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너무 순진하게 주어지는 대로 닥치는 대로 다 공부해서 모두 다 소화시킬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그게 이렇게나 오래 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 했거나 자신을 속여 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정말 슬프지만, 나는 잘 나가는 IT 천재들처럼 그렇게 똑똑하지 못하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지혜롭게 공부하고 싶다. 내 목표 달성을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결정해서 움직이고 싶다. 나는 언제쯤 이런 것들을 잘 조율해 가면서 내 인생을 내가 앞가림해낼 수 있을까? 바보같지만, 내일은 오늘보다는 덜 바보같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자.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좀더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늘 남은 하루 동안에는 내 졸업연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으면 좋겠다. 제발 집중 좀 해 보자. ㅜㅜ




<참고자료>

[1] 박사학위의 의미, http://wintree.tistory.com/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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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작년 겨울에 제출했던 저널 논문이 선택되지 못하고 reject 되었다.

개인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는 이번 저널 실적을 잃음으로써 박사학위 취득을 향한 길은 더 어려워졌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지금이 나 자신의 지금까지의 모습을 절실하게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두서 없이 일사천리로 써내려간 스스로를 향한 냉정한 판단을 여기에 기록함으로써, 내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항상 명심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에 제출한 저널 논문이 왜 채택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대답에서 시작한다.


*근본적으로 가장 최근의 관련 연구 동향(state of the art)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예전에 많이 찾아두고 정리한 논문들이 있지만, 그 후로 내 연구주제에 부합하는 최신의 연구들이 나왔는데 그것들을 정리하는 데 소홀했다. 비록 과제 때문에 바빴더라도 이것은 박사과정으로써의 직무유기라고 봐야 한다.

 - 이로 인해서 가장 최신의 잘 나가는 기존 연구에서부터 앞으로 해당 분야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분야는 일치하지만 이미 연구가 끝났거나 진보성이 없는 오래된 연구들로부터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그렇게 정리한 논문은 별로 실용적이지 못했다.

 - 리뷰어 입장에서는 예전부터 많이 해 오던 기존의 연구들과 다를 바 없는 one another paper로 보였을 것이다. 즉,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다는 의미.

 - 결국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contribution을 잘 모르겠다" 등의 리뷰 의견를 받게 되었다.



*State of the art를 제대로 찾다 보면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던 것들의 상당 부분은 기존 연구들에서 이미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분야의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서부터 앞으로 사용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까운 미래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 세계 최고 수준에서 더 개선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당연히 앞으로 무엇을 더 개선할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듯이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반드시 있다. 단지 그 발전방향이 실용적인지 (공학 연구를 하고 있으므로 실용성을 버릴 수 없다) 검토해 보아야 한다.

 - 내가 설정한 목표에 대한 해결방법은 웬만하면 기존 연구들 중에 있다고 봐야 한다. 내가 생각해 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는 99.99% 이미 다른 사람도 생각해 봤던 것들이고, 또 이미 상당수는 이미 논문으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저명한 저널/학회들의 논문을 검색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최신의 reference list를 확보하고, 각 논문의 목적과 scope, 문제와 방법론, 검증방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하루에 관련 분야의 좋은 논문을 1개 이상 읽고 정리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 좋은 논문을 구글에만 의존해서 찾지 말고, 내 연구 분야에 해당하는 저명한 저널/학회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해서 논문 목록을 살펴보고 키워드로 검색하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의 필요성에서부터 그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방법까지 연결되는 전체 그림이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 그래야 related work에 대한 분석의 기준도 명확해지고, subsection으로 나눠져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분석이 가능해진다.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프레임 자체가 남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구성은 아닌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많이들 다룬 너무 구태의연한 주제는 아닌지, 더 연구해 봤자 해당 분야 기술이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dead end),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상황(게다가 중요하지도 않으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만 다뤄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잘 납득이 안된다면 어렵더라도 납득이 될 만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 더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하도록 범위를 넓히거나,

 - 지금 당장은 흔히 발생하지 않지만, 최근의 기술 트렌드와 일치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으면서 앞으로 점점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분야의 기술적 한계거나.

 - 흥미롭고 좋은 해결방법이 떠올랐더라도 앞으로 점점 쓰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e.g. IEEE 802.11n/ac 등 고성능의 와이파이가 시장에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오래되고 느린 IEEE 802.11b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그 연구는 dead end이므로 빨리 포기해야 한다.



*박사과정 연차와 연구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연차에 걸맞는 연구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 박사과정 신입이나 저년차는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서 연구 역량이 성숙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고년차가 된다고 저절로 SCI급 저널을 써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직장처럼 근속년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직급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은 연구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연차가 높아진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 롤플레잉 게임에서도 직접 몬스터를 때려잡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경험치를 올리지 않으면, 나의 경험치를 대신 올려주는 파티원이 없을 경우 결코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파티원은 현실에서는 없다. 누가 내 연구를 대신해줄 수 있겠는가? 지도교수? 선후배? 결코 그럴 수 없다. 지도교수는 큰 연구주제 정도는 설정해 주지만 내 분야의 최신 연구를 대신 찾아서 읽어주고 문제를 정의해 주는 봉사자가 절대로 아니다. 그 일은 내가 해야 하고, 지도교수는 올바른 연구 방향을 설정해 주는 역할을 갖는다.)

 - 게다가 연구실은 나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니다. 연차에 맞는 역량을 갖고 후배들을 돌봐주고 공동 논문작업 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 내가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연구실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바쁜 지도교수님이 개별 학생을 모두 일일이 관리하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 내 연구분야의 박사들 수준에 맞는 연구 역량을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연구역량을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준이 낮은 저널/학회라고 제대로 준비가 안된 내 논문을 쉽게 승인(accept)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 수준이 낮다고 생각되는 저널 중에서도 홍보가 덜 되었거나 아직 오래되지 않아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논문의 질도 바례해서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

 - 그렇게 쉽게 받아주는 저널/학회가 실존하더라도 그런 곳에 내서는 안된다. 스스로 쓰레기 더미로 들어가고자 하는가?



*노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논문 하나를 읽고 정리할 때 충분히 집중해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는가?

 - 최신 연구동향을 어느 학회/저널의 어떤 연구가 있으며 각 연구의 핵심 방법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 여러 핑계거리가 있어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연구자라고(professional) 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언젠가 완성하게 될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니까 제 시간에 노력해서 끝내지 못하고 연구 진행이 자꾸 늘어지는 것이다.

 - 올해 졸업하고자 한다면, 올해 졸업하지 못해서 느끼게 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명확하게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자.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중간목표(milestone)를 정하고 매일같이 체크해야 한다.

 - 중간목표를 제 시간에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두렵다고 해서 애초에 목표를 아예 설정하지 않는 것은 대학원생에게 매우 중대한 결함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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