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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집 이사를 끝으로 길었던 대전에서의 생활을 정리했다.

태어난 곳 다음으로 긴 시간을 보내며 나의 20대와 대학원 생활, 결혼, 출산, 육아 등 중요한 이벤트가 모두 있었던 대전인데, 떠날 때는 진심으로 미련이 단 한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추억이 많았지만, 그만큼 내 영혼을 가장 많이 찌그러뜨려 놓은 곳이 대전이니까. 

세어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자괴감가 함께 파묻어버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미숙한 연구 조각이 화석처럼 새겨진 곳.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자니 죽을 것 같았고,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리자니 내 부족한 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곳. 졸업 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하나만 가지고 결혼과 육아를 하며 가족에 대한 부채의식을 쌓았고, 실제로 부모님께 손 벌리고 카드 결제일이 돌아올 때마다 걱정하며 재정적 부채 역시 함께 쌓여갔던 곳. 나에게는 시간과 실력과 돈이 모두 부족했던 삶으로 점철된 곳이 대전이었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는 나의 극단적인 표현이 무색하게 대전을 즐겁게 지냈던 곳으로 생각해 주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십수 년 동안 썩지는 않았지만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가던 나에게 일어난 생활환경의 전적인 변화가 너무나 반가웠다. 홀가분하게 대전을 벗어난 후, 오로지 회사에서 일만 하고 남는 시간에는 집에서 쉬기만 하면서 내 머릿속에 들어찬 독기를 빼내듯, 해독의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우울증 약은 계속 필요하지만, 대략 10년 만에 잘 먹고 잘 자는 평범한 삶이 내게 주어져서 감사하다.


작년 한해 동안 나는 실패한 박사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불쑥 떠오르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시간과 실력과 재정의 결핍 중에서 시간이 해결되었고, 재정도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하면서 이제서야 나 자신을 삐뚤어진 시각이 아닌 정상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도교수는 졸업할 때 온전하게 증빙하지 못했던 내 '실력'을 만회할 수 있도록 아직도 연구에 코멘트를 해 주시고, 나는 일주일 중 겨우 3시간밖에 쓰지 못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시간을 써서 논문 진도를 나가고 있다. 사실 평일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 전체 시간이 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지만, 지금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에 쓰고 있다. 박사과정 내내 방치했던 가족을 향한 일종의 부채 상환이기 때문에 연구 시간으로 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무리하지 않고 주어지는 시간 안에서 실력을 쌓아 가야겠다. Keep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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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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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블로그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티스토리에서 2016년도 블로그 결산을 만들어서 보여 주었다.



어느새 블로그 개설한 지 9년이 넘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사실 제대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하반기부터지만, 그 전에도 띄엄띄엄 글을 쓰며 명맥을 유지했었던 기억이 난다.


의외로 "상위 10% 부지러너"라는 태그가 붙었는데, 어떤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일매일 1건 이상 포스팅을 열심히 하는 파워블로거도 아주 많을 텐데, 아마 그런 블로거들은 상위 1% 태그가 붙었겠지? ㅎㅎ


그리고 블로그에 워낙 재미없는 글만 쓰다 보니 방문자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보통은 내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고,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같은 문제를 재빨리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정보전달 위주의 글밖에 없고, 그래서 사진도 별로 없다. ㅡㅡ;; 그래도 이 재미없는 블로그에 검색으로 21만 명이 방문한 것은 신기하다.





조회수가 높은 글은 조금 의외인데, 실제로 검색 키워드 순위가 높은 글은 다른 포스팅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2015년, 2014년에 작성했던 글을 제외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2016년 결산 페이지니깐...


2016년에 썼던 글 중에서는 그냥 일기처럼 속상한 심정이나 고민중인 주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나만의 생각 같은 것을 길게 쓴 것이 오히려 내가 연구/코딩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해결 방법을 쓴 글들보다 더 조회수가 많이 잡혔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전공자들 중에서도 특정 연구주제나 일반인들이 잘 쓰지도 않는 특정한 개발 도구에 대한 내용을 공들여서 써 봤자 애초에 그 글을 검색하는 사람 수 자체가 워낙에 적을 테니까.


댓글은... 1년 통틀어 29개의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ㅋㅋㅋ

뭐 댓글을 원하거나 소통을 하려는 블로그가 아니니까.

이웃과 소통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겁게 공유하는 블로그가 되기에는 너무 늦었...ㅠㅠ


아무튼 소박하게나마 이 재미없는 블로그를 결산해 준 티스토리에게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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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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