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13년 7월)에 A급 또는 top급으로 분류되는 국제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reject 되고 나서 고치는 동안, 그 학회에 논문을 제출했던 때로부터 어느새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사실 지난 1년간 많은 부분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서 누군가가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는데 도둑 제 발 저리듯이 먼저 괴로워했었고,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지에 대해서 자책을 많이 했었다. 그 자책의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작년에 학회에 냈던 논문을 빨리 보완해서 어디든 냈어야 하는데, 어느새 한 것도 없이 같은 학회의 이듬해 제출기한이 오다니! ㅜㅜ"
다시 말하면 나는 지난 1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에 내 연구주제의 메인이 되는 논문을 빨리 어딘가에 제출해서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그 논문이 마치 썩어 없어질 것만 같은 걱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지도교수님과 논문에 대해서 토의를 해 보니, 그런 걱정이 쓸데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물론 긴 시간 동안 빨리 보완하지 못한다면 논문 자체의 기술적인 배경이 old-fashioned가 되거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 의해 선점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상태는 아니고, 오히려 시대적인 트렌드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만들어갈 여지가 다양하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연구에 대해서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스스로 적당히 채찍질할 필요는 있겠지만, 단지 지난 1년간 성과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B급 이하의 소소한 국제학회에는 1~2저자로 여러 논문을 내서 accept 되었고, 그동안 정부 과제도 수행하고 사물 인터넷 환경도 만들면서 이것저것 일들을 많이 했으므로, 아무것도 안했다는 자책에서는 이제 그만 벗어나야겠다.)
연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할 때 히딩크 감독의 소신 있는 훈련 속에서 강팀과의 경기에서 여러 번 졌지만 결국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한국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과 동급의 최강팀이 결코 아니었지만 자신 있게 그러한 팀들과 붙으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최선의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 주었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페이지랭크 논문을 쓰고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이나 박사과정 때부터 분산 시스템의 네이밍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 취급을 받은 브라이언 포드 같은 사람이 당장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도교수님의 연구 능력과 insight에 대해서 충분히 존경하는 바, 상급 학회의 reject나 단기적 성과의 부재에 연연하지 말고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자신있게 집중적으로 연구에 임한다면 머지않아 나도 내 나름대로의 기준에서는 최선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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