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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초에도 학과(정확히 말하면 올해부터는 전산학부, School of Computing이 되었다.)에서 석사과정 신입생을 선발했고, 이들은 주어진 일정에 따라 교수님과 연구실을 선택하는 과정을 겪었다.


올해는 전산학부가 되면서 정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작년에 전산학과였을 때까지는 매년 봄학기에 약 60명의 학생을 뽑았었다. 가을학기에는 그보다 많이 적었는데 정확한 숫자가 기억나지 않는다. (많아도 30명 이하였을 것이다.)


우리 연구실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스템, 상황인지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킹과 서비스를 조합/제공하는 플랫폼을 오래 전부터 해 오면서 최근에는 사물 인터넷(IoT)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는 석사과정 학생을 받기가 어려웠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를 세 가지 꼽을 수 있었다: 

  1. 시스템을 설계/구축하는 연구실이다 보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꺼리게 되었을 수 있고, 그 당시에는 학생들의 관심사 또한 시스템보다는 데이터베이스나 인공지능 쪽이 많았다. 게다가 시스템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우리 쪽이 아닌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분야로 갔었다.
  2. 교수님께서 워낙 맺고 끊으시는 것이 확실하시고, 학생의 professional 측면의 발전을 위해서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 칭찬하실 뿐만 아니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지적하시다 보니, 신입생들은 어디선가 들은 소문을 바탕으로 무서운 교수님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또한 빡센 연구실 이미지도 있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겪어보면 지도교수님께서는 스마트 기기들이 정말로 똑똑하게 알아서 사람에게 맞춰주면서 진화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강력한 비전 갖고 계시고, 학생들에게 그러한 비전을 설명하시면서 연구나 과제를 앞장서서 이끌어 가시는 스타일이셔서 오히려 정말 배울 점이 많은데 이 부분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겪어 봐야 알게 되니까)
  3. 유비쿼터스/IoT 시스템을 실제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단의 무선 네트워크부터 최상단의 서비스 연동까지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졸업연구를 하다 보니, 연구주제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는 각 기술들을 적용하는 IoT 테스트베드 공간을 여러 개 만들었고, 이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돌리고 어떤 연구를 한다고 설명하니까 학생들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IoT가 핵심 키워드이자 화두가 되면서 이번학기에는 IoT에 관심을 갖는 석사과정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온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에서 하는 IoT 서비스 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명의 학생들이 교수님을 찾아뵙고 연구실에 들러서 우리랩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렇게 우리 연구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고, 또한 입학 전부터 학부 과정에서 IoT와 관련된 작은 프로젝트도 나름대로 해 본 우수한 학생들이 컨택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산학부의 신입생 배정 정책으로 인해서 신입생을 충분히 뽑을 수가 없었다.

전산학부에 소속된 교수님 수가 42명 정도라고 들었고, 학부에서 선발한 신입생은 60명 가량 되므로, 연구실당 TO는 대부분 1명이고,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만 2명이다. 여기서 특수한 경우는 새로 부임하신 젊은 교수님 연구실에 학생이 별로 없어서 많이 뽑아야 하는 경우이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실도 이번에 단 1명만 뽑게 되었다.


이전부터 우리 연구실에서 매년 1명씩 석사과정 신입생을 받았지만1), 최근 2년 동안 받은 3명의 석사과정 학생들 중에서 2명은 창업에 관심이 높아서 결국 창업을 하겠다며 논문석사(지도교수가 배정되어 졸업논문을 쓰고 졸업하는 석사과정 학생)를 포기하고 나갔고, 나머지 한명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해서 고생을 많이 하느라 수업 수강을 비롯한 학생의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서 우리 연구실에서 같이 연구를 하지는 못했다.


사실 전산학부에서는 학생들이 창업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환영하고 좋아하며, 가능하면 지원해 주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연구실에서 석사과정 학생 두 명이 각각 창업을 하나씩 하려고 노력했고, 그 중에 하나는 지금도 사업이 잘 진행중인 나름 성공 사례이기 때문에2) 사실 전산학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연구실은 이렇게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여러 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더 규모 있는 좋은 IoT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었는데 그 부분을 약간 포기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조금씩 더 수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연구실에서는 항상 1년에 정부출연금 5억원 규모의 과제를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행해 오고 있으며, 그 덕분에 IoT 시스템 관련 연구가 지속되어 어느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학부에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기여를 작게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3)

이와 같이 최근 선발한 학생들의 특수한 상황과, 그로 인해서 전산학부에 나름대로 기여하게 된 측면을 특수성으로 감안하고 우리 연구실에 TO를 한 명만 더 늘려 주었으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연구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연구실도 석사과정 학생을 필요로 하고, 각 분야에서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정만 고려해 달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 것이다. 나도 내 생각이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IoT에 관심 있 석사과정 신입생들 여러 명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서, 이렇게 관심 분야가 잘 정해져 있고 실력도 좋은 학생들을 한 명만 더 뽑아서 같이 재미있게 연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KAIST 석사과정 입학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학생 수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기관이므로 함부로 정원을 늘릴 수는 없다.

여러 모로 아쉬움과 고민이 교차하는 오늘이다.



<각주>

1) 2012년에는 특수한 경우로 가을학기에 1명을 더 선발하게 되었다. 사실 가을학기는 신입생 수가 적어서 TO 배정받기도 쉽지 않다.

2)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1년 내로 포기하는 것과 달리 몇년 째 잘 운영되고 수익도 내고 규모도 꽤 있으면 성공적이라고 할 만 하다.

3) KAIST에서는 정부출연이든 산학과제든 연구과제 하나당 총 연구비의 약 26% 가량을 간접비 명목으로 떼어 간다. 이 비용이 KAIST 중앙 부서뿐만 아니라 각 학과에도 흘러간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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