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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휴가 기간이 되면서 잠시 고향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가족들, 맛있는 고향의 음식들과 함께 나의 관심을 끄는 작은 문제점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내가 오래 전에(거의 8년쯤 전) 설치해 둔 와이파이 공유기가 전원 계통이 고장나서 더이상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하긴 IEEE 802.11n 표준도 구현되어 있지 않던 값싼 구형의 액세스 포인트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원을 끄지 않고 써 왔으니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길 만도 했을 것이다.


집에서는 통신사에 요청해서 무선랜 서비스를 새로 신청해 둔 상태라고 했지만, 내가 방문했던 때는 휴일이라서 당장 와이파이를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나는 랩탑을 갖고 있었고, 랩탑에 내장된 와이파이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서 내가 집에 있는 동안만 임시로 와이파이 AP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 랩탑에는 윈도우 10과 우분투 14.04가 멀티부팅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윈도우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Connectify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쓸 수는 있었지만 무료 버전의 경우 설정에 제한이 많고 설치되는 윈도우 환경을 더럽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우분투에서 쉘 스크립트로 직접 AP를 만들기로 했다.


AP를 설정하는 방법은 지금 연구실에서 실험으로 쓰고 있는 라즈베리파이 기반의 무선 메쉬 네트워크 환경에서 AP 생성하는 방법만 가져오면 되었기에 금새 완료할 수 있었다. 랩탑에 랜선을 꽂고, 와이파이 인터페이스, hostapd, isc-dhcp-server, iptables를 차례대로 설정해 주었다.


금새 스마트폰에 나타난 새로운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에 동생은 신기해하면서 바로 내가 생성한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고, 나는 평소에 연구하던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하지만... 역시 임시로 만든 AP는 어디까지나 임시로밖에 쓸 수 없다는 현실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집에 갔던 첫째날과 다음날까지 내가 랩탑으로 생성한 와이파이 AP를 실제로 써 보면서, 물리적인 무선랜 공유기와의 성능 차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ㅜㅜ


가장 먼저는 이상하게 랩탑이 자꾸만 인터넷에 한동안 연결을 하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서 스마트폰 입장에서는 와이파이에 접속한 상태는 변함이 없지만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일어났다.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바로 재부팅으로 해결하는 바람에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재부팅하기 전에 도메인 네임 서버에 ping이 가지 않았던 현상을 통해서 도메인 네임 서버와의 연결이 간헐적으로 끊어졌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속도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내가 AP로 설정한 노트북인 삼성 뉴 시리즈9(NT900X3C-A64)이 비록 802.11n을 내장하고 있었고 안드로이드에서도 접속했을 때의 속도가 65Mbps였지만, 실제로는 그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ㅜㅜ 플레이스토어에서 각종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체감속도가 대략 16-24Mbps (1초에 약 2-3MB 정도를 다운로드 받았으므로 bps로 환산하면 대략 이 정도)였다. 동생도 와이파이를 쓰는 동안 좀 느리다고 얘기했던 것을 보면, 제대로 AP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HT를 비롯한 좀더 세부적인 설정이나 tweak 등을 해 줬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자세한 설정을 고치지는 못했고, HT20, HT40 같은 것을 적용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틀간 쓰면서 이전에 고장나기 전까지 쓰던 802.11g보다 오히려 안정적이지 못하고 속도도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느리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집에 2박 3일 간 머무르는 중에 첫 이틀을 이렇게 내가 랩탑으로 와이파이를 만들어서 쓰고, 마지막 날 아침에는 통신사가 직접 자체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해 주었는데, 그 전용 장비의 체감 속도와 안전성은 확연히 달랐다.


비록 실제로 시중에서 쓰는 공유기들이 랩탑에 비하면 매우 느린 CPU와 아주 적은 양의 메모리를 갖고 있지만, 아무래도 AP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외부로 노출된 안테나를 포함해서 최적으로 설계된 와이파이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와 그외 여러 측면에서 최적화된 라우터 전용 운영체제와 세부 소프트웨어 설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와이파이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랩탑으로 설정한 AP라도 있는 것이 훨씬 나았지만, 전용 하드웨어가 제공하는 와이파이는 그 임시방편보다도 한층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나중에 와이파이 말고도 또다른 연구하던 것을 현실에 써먹어야 할 때에는 꼭 실제 제품과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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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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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대상 기기: 삼성 갤럭시 노트3 네오, LGU+ (SM-N750L)

Android 버전: 4.4.2


스마트폰을 통한 네트워크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와이파이에 연결된 스마트폰에 ping을 날려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화면이 꺼져 있더라도 옵션을 통해서 와이파이에 항상 연결되어 있게 할 수는 있는데, 유독 화면이 꺼져 있을 때에 ping 속도가 느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실제로 테스트를 해 보았다.

샘플 수가 20개라서 사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일한 환경에서 주변에 다른 방해하는 기기가 거의 없는 새벽 시간대에 해 본 것이라서 어느 정도 의미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테스트 환경으로, 라즈베리파이 2B에 hostapd를 돌려서 가상 AP로 만들고, 스마트폰이 그 AP에 연결되도록 했다.

라즈베리파이는 Raspbian Jessie 운영체제에 Atheros ath9k-htc 기반의 USB 무선랜카드를 달고 있고, IEEE 802.11n 모드로 AP를 돌렸다.

테스트용 스마트폰 외에 무선으로 연결된 다른 연결된 기기는 없었다.


아래는 화면이 꺼져 있을 때, 의 ping 결과이다.

pi@raspberrypi ~/exp $ ping 10.0.5.10

PING 10.0.5.10 (10.0.5.10) 56(84) bytes of data.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 ttl=64 time=289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2 ttl=64 time=113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3 ttl=64 time=344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4 ttl=64 time=157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5 ttl=64 time=204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6 ttl=64 time=164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7 ttl=64 time=188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8 ttl=64 time=9.65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9 ttl=64 time=237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0 ttl=64 time=276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1 ttl=64 time=80.7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2 ttl=64 time=105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3 ttl=64 time=126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4 ttl=64 time=205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5 ttl=64 time=220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6 ttl=64 time=258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7 ttl=64 time=254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8 ttl=64 time=290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9 ttl=64 time=312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20 ttl=64 time=135 ms

^C

--- 10.0.5.10 ping statistics ---

20 packets transmitted, 20 received, 0% packet loss, time 19025ms

rtt min/avg/max/mdev = 9.658/198.845/344.289/84.791 ms



아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바탕화면을 전환하거나 카카오톡 앱을 한번 켜 보는 등 화면을 켜져 있도록 유지했을 때의 ping 결과이다. 카카오톡을 켤 때 잠시 서버에 접속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에서 별도로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pi@raspberrypi ~/exp $ ping 10.0.5.10

PING 10.0.5.10 (10.0.5.10) 56(84) bytes of data.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 ttl=64 time=146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2 ttl=64 time=67.5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3 ttl=64 time=81.2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4 ttl=64 time=133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5 ttl=64 time=128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6 ttl=64 time=147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7 ttl=64 time=175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8 ttl=64 time=98.5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9 ttl=64 time=109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0 ttl=64 time=9.62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1 ttl=64 time=66.1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2 ttl=64 time=81.9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3 ttl=64 time=108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4 ttl=64 time=139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5 ttl=64 time=146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6 ttl=64 time=75.2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7 ttl=64 time=5.52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8 ttl=64 time=4.06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19 ttl=64 time=4.30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20 ttl=64 time=188 ms

64 bytes from 10.0.5.10: icmp_seq=21 ttl=64 time=78.3 ms

^C

--- 10.0.5.10 ping statistics ---

21 packets transmitted, 21 received, 0% packet loss, time 20028ms

rtt min/avg/max/mdev = 4.062/95.085/188.859/54.672 ms



최소값, 최대값, 평균 모두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평균을 기준으로 대략 2배 가량 전송시간(round trip time)의 차이가 발생했다.

참고로 같은 증상이 삼성 갤럭시 넥서스(버전 4.1.1)에서도 나타났다.


무슨 연유로 어디에서 이러한 지연이 발생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스마트폰에서 의도적으로 지연을 발생시켰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에너지 절약 차원의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다.

네트워크 실험을 할 때에는 (물론 화면을 끄고서 실험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스마트폰 화면의 꺼짐 유무도 잘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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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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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와이파이(Wi-Fi, IEEE 802.11) 무선통신 기술이 다른 데이터 통신 방식을 잠식하여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자신문의 기사에 대해서 (전자신문에서 참조한 원문 기사는 여기),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사실 3G, 4G와 같은 셀룰러 망(cellular network)을 대체할 만한 통신방식을 꼽는다면 현재로써는 당연히 와이파이밖에 없다. 왜냐하면 셀룰러 망과 유선 전화, 유선 인터넷을 제외하면 와이파이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통신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링크한 기사 원문에서 와이파이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접근성의 향상 (Availability and Access): 공공장소에 와이파이 설치가 확대되고 그외에도 카페를 비롯하여 수많은 공간에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접근성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2) 오버더탑 VoIP의 발전 (OTT VoIP): 스카이프, 구글 보이스 같이 인터넷을 통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3) 품질의 향상 (Quality):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기 위해서 꾸준히 와이파이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4) 와이파이 전용 스마트폰 출현 (Wi-Fi Powered Phones): 미국에는 Republic WirelessFreedomPop과 같이 와이파이를 주 통신방식으로 쓰고 셀룰러 망을 보조 수단으로 쓰는 전화기 및 통신사도 있다.

(5) 적은 비용 (Cost): 기존의 셀룰러 망의 데이터 요금에 비해 훨씬 싼 가격(무제한 통화,문자가 5달러 수준)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해당 기사에서 예상하는 추세로 봤을 때 분명히 와이파이가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하고 더 많이 쓰게 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 와이파이가 저 다섯 가지 이유로 인해 정말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가?

 * 와이파이가 3G, 4G를 대체하는 지배적 통신기술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점이 무엇일까?



첫 번째로, 많은 사용자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1) 접근성의 향상과 (3) 품질의 향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와이파이의 범위와 속도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나는 와이파이와 셀룰러 망의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서 현재의 와이파이는 아주 많은 사용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Scalability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와이파이가 수많은 사용자들을 동시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더 깊은 기술적 고민이 필요하다.


셀룰러 망의 자세한 기술적 요소를 모두 알지 못하지만, 근본적으로 TDMA(시분할 다중접속), CDMA(코드 분할 다중접속), FDMA(주파수 분할 다중접속) 방식을 갖고 있다. (각 방식에 대한 자세한 개념 설명은 여기) 즉, 하나의 주파수 대역(통신망)을 업로드, 다운로드 전용으로 나눠 쓰거나, 시간을 잘게 쪼개서 특정 시간 대역에 한 명의 사용자를 할당하거나, 사용자별로 다른 코드를 줘서 신호를 해석하게 하는 식으로 여러 명의 사용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서 사용자마다 통신망에 대한 독립적인 사용을 보장해 준다. 사용자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 혼자만 쓸 수 있는 전용선을 하나씩 할당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반면에 와이파이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인 IEEE 802.11a, IEEE 802.11b, IEEE 802.11g, IEEE 802.11n에서는 위와 같은 분할 개념이 없다. 물론 주파수 대역을 몇 개의 채널로 나누어 쓰기는 하지만, 하나의 채널에 접속한 모든 모바일 기기들은 시간을 나누거나 코드를 할당받지 않는다. 그냥 채널 전체를 모든 사용자가 자유롭게 쓰고, 서로가 서로의 신호를 감지해서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자기 자신에게 보내지는 신호가 아니면 무시할 뿐이다. 그 대신 CSMA(Carrier Sense Multiple Access; 반송파 감지 다중접속) 방식을 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CSMA 중에서도 CA(Collision Avoidance; 충돌 회피) 방식이다. 이것을 매우 간단하게 (비약이 있을 수 있음) 설명하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대화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한 사람이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동안 옆에 있던 또다른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두 사람 중에서 목소리가 작은 사람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거나, 아예 두 사람 모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즉 누군가 말을 시작하면 그 사람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듣고 있다가 더이상 말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이 그제서야 필요한 말을 시작함으로써 눈치껏 서로 통신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셀룰러 망은 통신망을 시간, 주파수, 코드 등으로 나눠서 충돌과 간섭을 애초에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와이파이는 통신망 전체를 자유롭게 쓰되 충돌이나 간섭의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서로 눈치껏 충돌을 피해 가며 쓰도록 설계되어 있다. 같은 크기의 주파수 대역과 속도를 갖는 통신망을 단 한 사람이 쓴다고 가정할 때, 와이파이는 통신망 전체를 한 사람이 다 쓸 수 있는 반면에 3G, 4G는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할당량이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적을 때는 와이파이가 당연히 셀룰러 망보다 성능이 좋다.

반대로 사용자 수가 매우 많아지는 경우에는 와이파이는 눈치를 봐야 하는 사용자의 수가 늘어나므로 성능이 사용자 수에 반비례해서 떨어지게 되는 반면, 셀룰러 망은 망 자체의 수용범위 안에서는 이론적으로 성능의 차이가 없다. (망의 수용범위라 함은,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통화를 시도해서 누군가 전화 연결을 못하게 되는 수준 정도가 되겠다)

숫자를 써서 표현하면, 널리 쓰이는 802.11g의 최대 속도가 54Mbps (1초에 최대 6.75MB의 데이터 전송)인데 두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경우, 각각 약 27Mbps 정도의 속도를 보장받게 된다. 만약 10명이 동시에 대용량 다운로드를 한다면 각자 약 5.4Mbps (1초에 약 675KB의 데이터 전송) 정도의 속도만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매우 많은 사용자를 수용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공유기)를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802.11b와 802.11g는 2.4GHz 대역을 사용하고, 802.11a는 5GHz 대역을 사용하며, 802.11n은 2.4GHz와 5GHz 대역을 사용한다. 주어진 대역에서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서 와이파이는 채널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쓰는데, 802.11b와 802.11g를 기준으로 채널당 약 22Mhz씩 할당해서 총 11개의 채널을 쓸 수 있다.

문제는 인접한 채널 사이에 겹치는 대역이 있기 때문에, 공유기들끼리 서로 간섭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서로 겹치는 대역이 없는 1번, 6번, 11번의 3개 채널만 써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무선랜 공유기를 10개 넘게 많이 설치하면 11개 채널을 다 쓰는 경우도 생기고, 결국 공유기들끼리 간섭을 일으키므로 그다지 바람직한 환경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사용자를 많이 수용하겠다고 값싼 무선랜 공유기를 한 장소에 무작정 많이 설치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반면에 셀룰러 망은 와이파이에 비해서 기지국 개수를 꽤 많이 늘리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펨토셀(Femto cell)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데, 기지국 하나가 신호를 쏘는 범위를 줄이고, 그 옆에 또다른 기지국을 하나 더 설치해서 서로 신호 간섭은 줄이고 접속하는 사용자 수는 늘리는 개념이다.

와이파이는 이론적인 신호 범위가 250m이고, 건물 안에 공유기를 설치하면 보통 수십 m~100m 정도이다. 반면에 펨토셀은 반경 10m 정도로 가정집 하나를 커버할 정도로 매우 작다. 와이파이도 공유기에서 신호 세기를 조정할 수 있지만, 펨토셀만큼이나 정교한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셀룰러 망은 관할하는 통신사가 계획적으로 배치하는 반면, 와이파이는 인터넷 선이 있는 곳에서 누구나 마음대로 공유기를 사서 설치할 수 있으므로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경향이 있다. 자유롭지만, 그만큼 질서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흡사 공공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것과 같다.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수야 있겠지만, 근처에서 다른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함께 들리면서 가끔 대화에 방해를 받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로, 통화와 관련된 (2)OTT VoIP와 (4) 와이파이 전용 스마트폰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와이파이가 데이터 통신 측면에서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이동통신"에 적합한 기술적 수준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와이파이에 연결한 채 스카이프를 쓰지만, 통화를 하는 동안 많이 움직이면서(예: 건물 밖으로 나가거나, 차에 타고 이동하는 등) 쓰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기존에 접속한 와이파이 공유기의 신호 범위를 벗어나면 다른 와이파이 공유기를 찾아서 다시 연결해야 하는데, 그 과정(핸드오프; handoff)이 셀룰러 망에 비하면 여전히 매끄럽지 않다. 애초에 와이파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단지 유선랜을 대체하는 목적만 있었고, 이에 따라 기존의 유선 인터넷에서 쓰던 각종 프로토콜(IP주소 체계, Transport, 패킷 스케줄링 등)을 그대로 쓰고 물리적인 선만 무선 신호로 바꾸다시피 했다. 따라서 이동하는 사용자에 대한 고려는 셀룰러 망에 비해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셀룰러 망을 우리가 "이동통신망"이라고 부를 정도로, 셀룰러 망에서는 사용자의 이동성(mobility)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실제로 우리가 고속도로를 100km/h 이상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3G나 LTE로 통화를 할 때 갑자기 통화가 끊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만큼 셀룰러 망은 이미 강력한 이동성 지원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무료 와이파이를 잔뜩 설치해 놓는다고 하더라도 움직이는 차 안에서 와이파이로 스카이프를 쓸 경우 과연 통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태생적으로 이동성에 취약한 와이파이에게 그나마 좋은 소식이 있다면, 최근에연구자들이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 간 핸드오프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세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학회에서 논문도 많이 발표되고 있고,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는 유망한 분야이다. 아마 와이파이에서의 핸드오프가 셀룰러 망만큼 충분히 좋은 성능을 보인다면, 그 때에는 정말로 와이파이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이 글에서 필자는 다수의 사용자 지원이동성 측면에서 현재의 와이파이와 셀룰러 망을 비교해 보았다. 와이파이가 범위, 속도 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단지 범위와 전송속도의 증가만으로 3G, 4G 통신을 대체하기에는 근본적인 설계상의 한계가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당연히 와이파이도 음성통화나 이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표준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만큼이나 셀룰러 망도 마찬가지로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셀룰러 망 연구자들은 벌써 5G에 대한 성능 수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와이파이는 이미 와이파이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 사용, 다양한 기기들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상황 등), 셀룰러 망과는 달리 와이파이만의 독자적인 영역은 더욱 공고해질 뿐더러 셀룰러 망의 독자적인 영역인 통화, 영상통화, 문자메세지 등을 조금씩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와이파이와 셀룰러 망이 어떤 방향과 속도로 발전하느냐에 따라 지금과 같이 경쟁적으로 발전해 갈지, 어느 하나가 세계를 지배할지가 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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