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갔다가, 연구실로 돌아가기 전에 더위를 식힐 겸 서점을 한번 둘러보았다. 교내 도서관이다 보니 학생들의 수요에 맞추어 기술, 자기계발, 영어, 소설 위주로 인기 단행본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제목만으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들이 꽤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과학, 기술, 경제, 정치의 순서로 관심이 매우 치우쳐 있기는 하다. ^^;
과학, 기술 분야는 아무래도 내 적성과 관련된 것 같다. 비록 전공은 전산학이지만, 최근 명왕성의 최근접 지점에 무사히 도착해서 멋지게 탐사를 해낸 New Horizons 탐사선과 NASA의 노력을 보며 정말이지 가슴이 뛴다. 만약 내가 전산학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우주, 천문 관련된 전공을 택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최근 열심히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연구하시면서 지금까지 알아 내신 것들을 인터뷰 기사나 TV 방송을 통해서 공유해 주시는 김대식 교수님의 말씀도 재미있다.
다만 나는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학문적 기반이 매우 약하지만, 전공과 관련된 주요 IT기업들의 행보를 관심 있게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경제적인 측면까지 확인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분석과 전망은 못 해도 주요 IT기업들에 대한 남들의 경제적 분석과 전망은 비교적 재미있게 읽게 된다. 정치 분야는 개인적으로 사회에 정의가 올바로 서 있는지, 어떤 삶이 정의로운 삶인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background process처럼 품고 다니기에,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정치적 뉴스기사가 나올 때마다 분노하거나 왜 그러한지 의문을 품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위와 같은 분야의 잡지와 저서들이 서점의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기에 나의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내가 박사 고년차의 입장에서 졸업연구를 빨리 완성해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 있었다면, 그 자리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끼고 해가 질 때까지 책 몇권을 읽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독서가 과연 내 취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비관적이었다.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한 진로였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었기 때문에 논문을 읽는 것이 참 힘들었고, 교과서를 비롯한 다른 책들도 정독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흐르고 이것저것 찾아서 읽는 것이 싫지는 않게 되면서, 나 같은 사람도 독서를 취미로 삼을 수가 있구나 하는 신기함을 느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가 딴짓할 때 차지하는 분량의 상당수가 내 관심분야의 뉴스기사를 읽거나, 관심 분야에 대해서 재미있게 써 놓은 블로그 포스트, 또는 중독성 있는 위키 페이지 (예: 리그베다 위키, 엔하위키 미러, 나무위키 등... 한번 페이지에 발을 들여놓으면 링크를 타고 다니며 읽느라 한참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따위를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렇게 들지만, 결국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마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조만간 나의 바쁜 인생에 대한 핑계거리를 누르고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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