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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7)년 12월 초만 해도 동전주였던 리플(Ripple)이 연말과 연초를 지나면서 코인당 4천원대로 오르고, 시가총액 2위가 되면서 기존의 이더리움을 3등으로 내려앉혔다 [1]. 작년 한 해 동안 '리또속' 소리만 몇 개월씩 듣다가 정말 무섭게 올랐다.

이더리움도 작년 한 해 기준에서 보면 거의 100배 올랐고, 내가 뒤늦게 진입한 12월 초반과 비교해 봐도 현재 2배~3배 수준으로 올랐다. 1월 5일 한국 낮 시간 기준으로 151만원 정도 시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 106만원대에 폭등할 줄 알고 물타기를 몇 번 했지만(이또속 ㅜㅜ), 다행히 지금은 이익구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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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인 비트코인이 12월 초에 2500만원을 찍는 등의 광기를 보여 주다가, 연말과 연초를 지나가는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변화폭이 줄었다. 그 동안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기존 금융권의 관심을 받고 선물 가격변동을 따라가는 추세로 바뀌면서 좀 안정적으로 바뀐 듯 하다. 하지만, 그러다가 세력이 비트코인에서 수익을 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아직도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


대장인 비트코인이 안정되어 있는 동안에 ICO 준비중이거나 ICO 직후의 코인들 또는 동전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하나씩(또는 동시에?) 돌아가며 펌핑을 받는 모습이다. 스텔라루멘(XLM), 카르다노(에이다, ADA로 더 알려져 있다), 스테이터스 네트워크 토큰(SNT) 같은 종류들이 연말~연초에 많이 펌핑을 받았고, 벌써 에이다를 포함한 일부는 지폐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신생 코인의 ICO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것을 알게 된 투자자들이 ICO에 대한 관심을 늘려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업비트에서 동전주들이 이유 없이 펌핑받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중에 비전과 능력이 있고 잠재력 높은 알짜도 분명 있을 것이고, 옥석은 점차 드러나고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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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여기 적힌 글 전체는 온전히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해서 입게 되는 손실에 대한 책임은 모두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코인들 얘기인데, 굳이 언급한 이유는, 리플과 이더리움이 꾸준히 오르는 것과 작게나마 연관성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서다. 사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한 이유 분석이 불가능하고, 너무 다이나믹한 장이라서 (최근엔 게다가 전체적인 호황장) 분석이 별 의미도 없지만... 그래도 매일 가격 변동만 멍하게 쳐다보며 버티고 있으려니 자꾸 머릿속에 생각이 맴도는 것이 힘들어서 뭐라도 글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신규 코인의 ICO나 아직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잠재력 있는(사실 잠재력을 알 길이 없다. 거의 랜덤에 가까움.) 동전 코인들에 투자를 하려면 해외에서 코인을 사야 하는데, 원화로는 그게 안되고 달러화로 사려면 신용카드를 쓰거나 해야 하는데 수수료나 세금 등(자세히는 모름)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그런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직접 출금해서 개인 지갑을 이용해서 해외 거래소에서 원화 대신 비트코인/이더리움 개당 몇 개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해외의 잠재력 있는 동전 코인이나 ICO 예정 코인들을 매집할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출금하는 데 많이 오래 걸리는 데 반해(몇 시간은 기본), 리플은 몇 분 만에 거래가 완료되니까 아주 유리하다. 이더리움이 리플만큼 빠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비트코인보다는 전송 속도가 빠른 것 같고,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ICO를 하는 코인이 가장 많기도 하고, 이더리움으로 살 수 있는 코인도 아주 많기 때문에 비트코인보다 빠르면서 비트코인에 비해 불편함도 별로 없다. 게다가 이더리움은 코인판에서 '적금' 소리 듣는 안정된 가격대를 유지하기 때문에 다른 코인들로 바꾸는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다.



이 추세가 언제까지 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코인계의 시가총액 2위와 3위이지만, 그래도 결국 대장 비트코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알트코인'의 위치에 있고, 둘 중 하나가 시가총액으로 비트코인을 넘어서려고 시도한다면 비트코인을 쥐고 있는 세력들이 움직여서 방어할 것이다. (작년에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시총에 거의 근접했다가 팍 주저앉고 몇 개월을 그냥 횡보했던 전례가 있다.)

비트코인이 폭주하면 알트코인에 투자되어 있던 자금들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는 시세가 떨어졌다가 시간차를 두고 회복할 것이고, 반대로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자체의 악재로 인해서 폭락하면 힘없는 알트코인들도 같이 폭락하는 운명이다.


그래도 이더리움은 플랫폼으로써 그 역할과 영향력이 너무 커서, 코인시장 전체의 악재만 아니라면 막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PoW 채굴 방식을 PoS로 완전히 전환할 때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오를지 내릴지는 함부로 예상할 수 없다. 다만 PoS 방식으로 전환하면 컴퓨팅 파워에 관계 없이 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수록 채굴에 유리하니까 더 많은 이더리움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다.

그러면서 이후로도 플랫폼 역할은 계속 할 것이고,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이미 유명인사인 데다 열일하고 다니고 있으니 2018년 전체로 놓고 보면 전망이 긍정적이다.


리플은 은행권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은행들 사이의 트랜젝션을 처리하는 데 리플을 이용하는 테스트도 이미 했다 [2, 3]. 2012년도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생코인도 아니고, 그 동안의 발전된 노하우가 쌓여 있다. 그리고 코인을 채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체 코인 개수가 이미 정해져 있고, 어떻게 했는지는 공부를 안해서 모르지만 트랜젝션 속도가 무지 빠르다. 게다가 구글이 투자를 했던 코인이다 [4].

그런데 어째서 은행권이 리플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기술적 기반이 궁금하기도 하다. 블록체인 쓰는 것은 똑같을 텐데 채굴을 하지 않고 이미 다 발행된 것들을 유통하는 원리에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일까?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리플은 신기하게도 12월 24일과 28일 때의 혼란스러운 하락 장에서 오히려 더 오르기도 했고, 가격방어도 상당히 잘 했고, 그게 끝나니까 최근 며칠 새 또 올라서 4천원대를 유지는 것을 보면 지금의 빠른 트랜젝션을 통한 외부 코인거래 용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안정적이거나, 더 오를 가능성도 있겠다.


큰 돈을 투자하지도 못했고, 결과적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일찍 투자해서 계속 버티고 있는 지금 상태가 결국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익 구간에 진입하게 만들었다. 리플과 이더리움 둘다 그런 상태라서 사실 '존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현금이 더 있었다면 기다렸다가 일시적인 하락이 보일 때 조금씩 주워담기라도 하겠는데 그러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이득이라고 생각해서 빠져나왔는데 그 뒤로 더 많이 오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곳이 코인판이다 보니, 예상되는 큰 악재가 없는 이상 일단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KRW는 변함없이 열심히 채굴(?)해야 한다. ㅋㅋㅋ


어차피 잃을 것은 없으니 좀더 기다려 보는 걸로...




<참고자료>

[1]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3098

[2] https://ripple.com/insights/top-korean-banks-work-japan-bank-consortium-modernize-cross-border-payments/

[3] https://www.finextra.com/newsarticle/31484/japanese-and-korean-banks-to-test-ripplenet-for-cross-border-funds-transfers

[4] https://www.cnbc.com/2016/09/15/google-backed-blockchain-start-up-ripple-raises-55-million-from-big-bank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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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에 (관련된 소문이 빠른 동네에 있는 것 치고는 꽤나 뒤늦게) 암호화폐 거래에 탑승했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소 중의 하나인 빗썸에 회원가입은 이미 한참 전인 2016년 봄에 해 놓고는, 계속 투자해 볼까 생각만 하다가 이미 크게 오르는 시점을 떠나보낸 뒤에야 들어왔다.


2016년 봄에 비트코인, 즉 1BTC의 가격이 300만원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는,

"아 너무 많이 올랐는데? 겁나서 못 사겠다."


그러다가 가을 쯤에 1BTC 가격이 800만원 언저리를 왔다갔다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와 정말 미쳤다. 너무 많이 올랐는데? 거품 아니야? 겁나서 못하겠다."


그런데 빗썸에서 1BTC가 1000만원을 돌파했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을 우연찮게 보고 나서는,

"천만원? 이제 진짜로 겁나서 못하겠다."


그러고 며칠 만에 바로 1300만원을 찍었다.

"뭐지 이건?"


그러다가 토스(Toss) 앱에서 재테크 수단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비트코인 거래" 옵션이 있길래 보았는데 1BTC 가격이 2000만원을 찍고 있었다. (물론 토스 앱과 연계된 코빗을 통해서 거래하면서 다른 거래소보다 조금 더 비싸긴 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


그렇게 어이없게 이어지는 상승곡선이 심리적인 저지선을 파내고, (사실 그 중간에 두어 번 폭락도 크게 했었는데 나는 그 때는 몰랐었다.) 내 입장에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가격이 여전히 더 올라갈 가격의 중간 지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행복 회로...), 제1금융권에서 별 짓을 다해 봐도 예금 이자 2%를 겨우 찍는 허탈한 현실을 마주보며, 결국 미친 척 뒤늦게 코인 판에 진입했다.


<Note: 암호화폐, 가상화폐>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보다는 "가상화폐"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실제로 대부분의 뉴스기사에서도 "가상화폐"라고 더 많이 언급하지만, 사실 영어로는 cryptocurrency, 즉 "암호화폐"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통해 보안성을 확보하고 거래 내역에 대한 위/변조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가상화폐라고 표현을 하게 되면 온라인 게임에서 쓰이는 거래 수단도 똑같이 가상화폐나 디지털 화폐, 전자화폐라고 불려야 한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암호화폐 대신 가상화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12월 초에 진입했더니, 얼마 뒤에 1BTC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약 2500만원을 찍고, 바로 뒤에 1300~1400만원대를 찍는 등의 엄청난 롤러코스터를 보여 주었고, 어이가 없어서 내버려 두고 며칠 쳐다보지도 않았더니 그새 다시 2200만원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신기한 점은 암호화폐 대장인 비트코인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당시에 시가총액 2위를 하던 이더리움은 중간에 같이 오르락 내리락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2배 이상 올라 있었던 것이었고, 그보다 더 작은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들은 2배는 우스울 정도로 아주 말할 것도 없이 오르는 것도 보았다.


미래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아직도 ICO를 통해 알트코인들이 생겨나고 있고 (종류가 2000개가 넘는다는 얘기도 들려오는데 출처는 모름), 일부 알트코인들은 꽤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거나 관련 플랫폼까지 같이 키우면서 스스로를 광고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투자 기회는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물론 2016년 11~12월에 일어났던 비트코인 시장 전체의 폭발을 다시 보기는 힘들겠지만... (중국이 갑자기 미쳐서 암호화폐 규제를 한번에 풀어 버린다면 한번쯤 더 로켓을 경험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것도 행복회로일 뿐 ㅋㅋ.. 중국이 자국 정권에 이렇게 위험한 행위를 급진적으로 하지는 못할 테니까)


아무튼 여기까지는 뒤늦게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12월의 폭등과 폭락의 다이나믹함을 경험한 느낌을 쓴 것인데, 나보다 훨씬 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12월의 변동은 폭등/폭락이 아니라 그냥 조정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이쪽 세계의 다이나믹함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약간의 투자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적인 감정에 의해 ㅋㅋ) 약간 기대도 되고 그렇다.

(이렇게 나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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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보는 시점에 따라서는 암호화된 문자열을 저장하는 파일 조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해당 화폐의 모든 거래내역과 함께 새로운 해쉬 함수의 해쉬 값을 블록으로 만들어 붙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거래 내역에 대한 위/변조를 방지하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과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가는 고전 게임인 디아블로2에서(물론 아직 배틀넷과 래더는 잘 돌아간다) 아이템 거래의 수단으로 통용되던 유니크 아이템인 '조던 링'이 있다. 그런데 배틀넷에서 버그로 인한 아이템 무한복제가 일어나면서 일부 게이머들이 조던 링을 무한정 복제해서 조던 링 관점에서 아이템 거래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고, 이를 블리자드 사에서 뒤늦게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부 게이머가 갖고 있던 복제된 조던 링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등의 불확실성을 갖게 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서는 적어도 이런 불안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보장해 준다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에서 위/변조가 아직은 성공(?)하지 않았다. 만약 위/변조가 가능하다면 그 순간 비트코인의 가격은 추락할 것이다. (혹시나 알트코인들 중에서 기술적인 검증이 안 되었거나 보안의 허점이 있는 사기 코인이 있을 가능성은 앞으로 충분히 있다.)



아마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암호화폐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나라가 망하거나 한 국가의 통화를 쓸 수 없게 되더라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대체 수단이 생겨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까지는 거래 과정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상태이고, 과세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래서 해커들의 거래 수단이 되고, 불법자금의 돈세탁에 활용되기에도 좋고, 심지어 북한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고 하는 나쁜 면을 보여 주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작년 한 해 동안 보여준 비트코인 광풍은 (어쩌면 올해에도 보여줄 지도 모를 일... 잠재력의 끝은 어디일까?) 겉보기에는 옛날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튤립 거품)과 비교되기도 할 정도다 [1, 2]. 한편으로는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주식에 비해 전문성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시세가 움직이기도 하고, 24시간 멈추지 않는 데다가 상한/하한도 없이 순수하게 수요/공급으로만 움직이다 보니 변동성이 아주 큰 측면도 있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는 ICO를 전면 금지할 뿐만 아니라 거래도 금지시켰고, 우리나라는 ICO가 금지되었지만 개인의 거래는 실명 인증에 한해서 유지, 그 외 싱가포르나 호주 등의 국가는 매우 부정적인 공식 입장을 내세우는 등 대체로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그러나 반대로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암호화폐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 고민하고,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 비트코인이 추가되는 등의 일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각국 통화를 완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전통적인 금융권의 손질을 거치며 어느정도 영향력을 갖는 거래 수단이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게 암호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은 상당히 유망해 보인다. 가령 식품 유통 과정에 블록체인을 사용해서 생산지, 중간 가공지, 매장에 들어오기까지의 운송 경로를 모두 transaction으로 기록하면 위/변조 여부에 대한 고민과 비용을 줄이면서 아주 빠르게 전체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3].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부정, 불법, 탈세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를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어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개발 측면이나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육성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좋아하는 "4차 산업혁명", "초연결 사회" 같은 용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블록체인이 인공지능, IoT와 함께 하나의 주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1] @realgr, "[과거에 묻는다] 튤립 파동이 가상화폐시장에 주는 시사점", steemit, https://steemit.com/kr/@realgr/5gjrqf

[2] "튤립 파동", Wikipedia, https://ko.wikipedia.org/wiki/%ED%8A%A4%EB%A6%BD_%ED%8C%8C%EB%8F%99

[3] 매일경제, "세계는 블록체인 혁명중…한국은 소외",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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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개의 특정한 데이터 여러 개를 묶어서 관리해야 할 때 습관적으로 vector를 많이 쓴다.


일단은 코딩하면서 생각 없이 vector<T>로 특정 타입의 데이터를 그룹화시키고, 점차 요구사항이 늘어남에 따라 해당 vector에 접근해서 특정 항목만추려내는 것 같은 새로운 기능을 함수로 만들어서 추가하곤 한다.


그렇게 코드를 확장해 가다가, 문득 특정 항목들을 모아 두는 vector에 값이 중복되어 들어가면 안 되는 요구사항을 발견했다. 원래부터 그런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일단 무작정 vector로 만들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vector에 항목을 추가하는 함수에서 먼저 vector를 traverse하면서 새로 추가하려는 항목이 이미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코드를 추가하려고 했다. loop를 만들다 보니, 갑자기 중복된 값을 허용하지 않는 데이터 구조인 set을 쓰면 굳이 이렇게 코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데이터 구조로 set을 쓰고, 추가할 때 중복된 값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코드를 추가할 필요도 없이 그냥 기존에 하던 대로 고민없이 추가하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set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잘 쓰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고민 없이 너무 습관적으로 vector로 일단 만들고 보니 vector가 처리해 주지 못하는 이슈를 처리하기 위해서 나중에 코드를 추가로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은 많이 써 보고, 조금만 더 데이터 구조의 적합성에 대한 고민을 해 본 다음에 코딩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분석하는 단계에서 vector가 적합한지 미리 생각함으로써 설계 단계에서는 이미 적합한 데이터 구조가 결정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내 경우에는 네트워크에서 라우팅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빈번하게 요구사항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선에서 완성해야 할 모양에 대한 그림이 나오면 그걸 완성하기 위한 요구사항 분석과 설계는 신경써서 함으로써, 나중에 안해도 될 코딩을 더 하거나 비효율적인 코드가 더해지는 상황은 예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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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후배들이 고생하고 있던 국제학회 논문 작업에 갑작스럽게 due date를 5일 앞두고 참여했고, 결론적으로 논문 제출까지 어떻게든 성사를 시켰다. (그게 accept될 지는 알 수 없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크지만, 적어도 not bad라고는 말할 수 있는 레벨이었다.) 그런데 내가 내 졸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개인연구와 이를 위한 저널논문 작업은 거의 1년 반이 되도록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나의 생산성은 어째서 이런 엄청난 극단을 찍고 있는 것일까?

이대로라면 내 연구 주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내가 내 개인연구를 대하는 태도가 심각하게 잘못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후배들과 같이 작업한 이 논문이었다.


이번에 후배들과 같이 작업했던 (원래 후배들이 이미 거의 5-6개월 전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고생하고 있던) 논문을 작업하던 당시의 상황을 한번 되짚어 보았다.

  • 앞서 이미 언급했듯이, 나는 due date를 5일 남기고 지도교수의 요청에 의해 투입되었다. 
  • 그나마 후배들이 작성하던 이쪽 연구내용을 처음 구상할 때의 미팅에 몇 차례 참여했고, 후배들과 연구실에서 평소에 얘기를 나눴었기에 논문의 목표와 문제정의를 알고는 있었다.
  • 하지만 관련 분야 연구의 디테일은 약했기 때문에 후배들을 제대로 가이드하기 위한 related work가 절실했다. 5일 동안 우리 논문과 직접 연관된 논문 약 30편, 직접은 아니지만 작성 과정에서 참고하기 위해 약 10편, 합쳐서 약 40편 가량의 논문을 말 그대로 읽어'제꼈'다.
  • 연구내용을 따로 정리할 여유가 없어서, 오직 각각의 기존 연구 논문을 읽을 당시의 집중력과 기억에만 의존해서 바로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로 바꿔서 논문 여기저기에 써놓았고, 그걸 나중에 앞에서부터 읽어내려가면서 논지에 맞는 말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절반 가량은 버렸다.
  • 이미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실험은 꽤 진행해 두어서 데이터가 있었지만, 그걸 설명하기 위한 구조 설계와 방법론에서 많은 보완이 필요한데 지도교수님도 그 부분은 제대로 확인해 주시지 않았기에 (새로운 패러다임 같은 거라서 vision 제시에 몰두하셨지만, 그걸 실현시키려는 여러 가지 실제적인 시도에 대한 지적에서 교수님의 일관성이 없었다. 교수가 학생이 아는 전체를 똑같은 수준에서 다 알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임) 지도교수의 vision과 후배들의 구현 사이를 최대한 이어붙이기 위한 설계를 매일 고쳤고, 제출 직전 몇 시간 전까지 구조 설계를 후배들과 같이 토의했다. 제대로 된 연구라면 당연히 좋은 방법이 아니다. 뭐 일단 완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 나름대로의 실험 결과가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도교수와 이야기해서 승인받고 진행하기에는 즉시 만날 수가 없어서 너무 느렸기에 내 선에서 후배들과 계속 얘기해서 '이 결과를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계속 검토했다.
  • 서론과 바로 다음 섹션인 Motivation(연구의 필요성) 부분을 내가 전적으로 맡아서 썼고, 지도교수가 시나리오가 틀렸다고 하면 작성했던 시나리오 전체를 폐기처분하고 새로 썼고, 그게 실제로 실험했던 내용과 일치하는지 후배들과 틈틈이 검토했다.
  • 이미 써둔 부분에 대해서도 수정할 곳이 눈에 띌 때마다 고쳤는데,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전체를 다 내가 직접 수정할 수는 없어서 후배들에게 "이렇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했다"고 내용을 통째로 만들어서 그걸 영어로 써 달라는 구체적인 요청을 해서 검토하지 못한 부분을 마무리지었다.
  • 원래 개인적으로 쉬면서 포털 사이트 뉴스와 SNS를 보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이 넘었는데, 이 작업을 진행하는 5일 동안 뉴스와 SNS를 보는 시간이 거의 없었. 사실 논문을 찾다가 얻어걸린 알파고 인공지능 관련 뉴스 기사가 하나 있었던 기억은 난다. 어이없는 것은, 그 쪽의 기술 진보가 신기해서 바쁜 와중에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회사가 업로드한 arxiv 최신 논문을 또 읽어 보았. (...)
  • SNS 하는 시간 자체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웃기게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내가 직접 포스팅을 쓰는 등의 활동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한번 좋아요/댓글 등으로 반응했던 것을 또 보거나, 의미 없이 반복적으로 하던 눈팅이 논문 쓰는 동안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비록 후배 두 명과 같이 작업했고 이미 논문의 전체 뼈대와 실험 결과가 어느 정도 나와 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논문을 제출하기 전 5일 동안 나는 '아, 내가 알고보니 이 정도까지도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점을 깨닫게 해 준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즉, 반대로 말하면, 내가 졸업하겠다고 선언한 나만의 연구주제에 대해서 거의 1년 반 동안 정말로 형편없는 집중력을 보여 주었음을 증명해 주는 생생한 반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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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비슷한 사례가 작년에도 있었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던 후배가 재학 당시에 국제학회에 제출했던 (그 때도 내가 2저자로 같이 참여) 논문이 아쉽게 떨어지고 마침 후배는 졸업해서 나가는 바람에 리뷰를 보완한 후속 논문을 쓴다면 내가 혼자 작업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지도교수님에 의해서 '어디어디 학회에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당 국제학회 제출 마감 약 일주일을 남겨 두고 받게 되어서, 일주일 동안 실험을 더 하지는 못하고 대신 글을 많이 고쳤다. 특별히 서론의 시작 부분인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 부분을 새로 썼고, 나머지 부분은 논리 진행을 유지한 채 문장과 표현만 바꿨다. 그렇게 해당 학회에 발표 게재가 되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나는 지금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있는 그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실제 실험환경을 세팅해 놨다가 문제정의를 설명하지 못해서 개발을 중단하고 시뮬레이션 환경으로 포팅하던 중이었다. 기존의 실험 환경을 그대로 시뮬레이션으로 옮기는 것도 오래 걸렸지만, 새로운 문제정의에 맞게 보완하는 작업은 아직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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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것일까?
내가 온전히 책임을 질 수 있고, 그 책임으로 인한 피해가 나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내가 너무 마음을 놓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내가 책임감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위치에서는 그 반대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 5일 만에 끝낸 논문 작업에 처음 투입되었을 때, 그 논문이 목표로 하는 학회는 분산시스템 분야에서 top을 달리는 유명한 국제학회였다. 내가 처음 투입되던 그 때의 논문의 작성 상태나 후배들과 지도교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으로 인해 후배들이 제출할 수나 있을지 회의적인 마음이 컸었다. 무모한 도전이었고, 미친 짓 같아 보였다. 
나 스스로 내가 뭐하러 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을 법도 한데, 오히려 정 반대였다. 그 때 나는 이걸 뜯어고쳐서 "적어도 이 국제학회에 제출해도 부끄럽지는 않을 만한 구색을 갖춘 논문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이상한(?) 목표의식이 생겨서, 스팀팩 맞은 테란의 마린마냥 날뛰었다. (...변태인가?) 후배들과 지도교수 사이에 거의 싸움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고, 후배들에게 결과물을 성사시켜 주고 싶었고, 이번 기회에 지도교수와 이 분야 연구하는 학생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간격을 최대한 좁혀야겠다는 쓸데없는 사명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개인연구 주제로 논문 제출이 끝나면 바로 저기 후배들 연구에 뛰어들어서 공동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그게 강제로 실현되다 보니 마음껏 날뛸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내 것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얼마 전의 그 5일 동안 느꼈던 이상한 희열(?)을 사실 내 개인연구에서 찾아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내가 남들이 연관되어 있는 일에 대해서는 긴장감이 확 높아지는 반면에 나 자신만의 목표의식에 대해서는 역설적으로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것일까? 잘 하지 못해도 그 피해가 나를 넘어가지 않으면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쓸데없는 겸손 탓일까? (사실 이쯤 되면 겸손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니면 혹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때문은 아닐까?

이번 겨울이 마지막 기회인데,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봐야겠다.
나의 동기부여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그걸 나 자신의, 내 인생을 위한 목표나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소명의식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 보고 내 개인연구에서도 목표를 향해 쉼 없이, 그리고 즐겁게 달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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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을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와닿는 속담이 있다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잠재적으로 가치가 있는 자원을 많이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정리하고 다듬는 등의 행동을 통해서 실제로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의미가 있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논문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논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 동안 관련 분야에서 읽었던 논문들을 잘 정리하고 문제를 정의해서, 나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한 편의 논문을 만드는 과정이 구슬을 꿰는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다.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 분야(사실 이 "여러 분야"가 문제다)에 대해서 많은 논문들을 읽었고, 그 덕분에 논문을 보면 석사과정 때보다 짧은 시간 안에 논문의 요점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 논문이 출판이 안 된다면 그동안 논문들을 읽어서 쌓아 놓은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게다가 그동안 열심히 읽었던 논문들 중에서도 실제로 내가 졸업하는 데 필요한, 나의 개인연구 주제에 관련된 논문들만 놓고 보면 논문의 개수가 줄어든다. 그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개인연구 주제로 만들었던 논문을 조금씩 고쳐서 제출했다가 reject 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급한 불을 끄느라 동향 분석이 자꾸 미뤄지면서 "오래 되어 낡고 빛이 바랜 구슬"이 되어 가고 있다.

사실 내 논문이 reject 되었을 때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 때 논문들을 새로 싹 정리하고 최신 논문들을 끊임없이 읽어서 정리해 두는 부지런함이 필요한데, 논문을 읽어 놓고 머릿속에 둔 채 방치했다가 점차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해서 파일 시스템 어딘가에 묻혀 있는 상태인 경우도 많았다.


내가 꼼꼼한 척 하면서도 무언가 하나를 할 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과거의 습관으로 인해서, 지금처럼 졸업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나의 개인연구 역량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만 같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안 그래도 기초가 부실한데 결국 논문을 내지 못하고 버리게 될 것이다.


이쯤 되니 오히려 내가 원래 연구하던 무선 모바일 네트워킹/라우팅 말고 지난 4년여 간 연구과제 실무책임을 맡으면서 타의에 의해서 습득한 소셜 컴퓨팅 쪽 지식을 정리해서 연구를 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평소에 과제는 과제대로 수행하고, 나머지 시간을 최대한 잘 써서 내 개인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는 그동안 항상 과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개인연구할 시간은 항상 뒤로 밀렸으며, 그마저도 개인적인 일들과 가정 등에 밀려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나에게 더 큰 부담이 되어서 돌아왔다.


정말 인생이 쉽지 않다.

나의 부족한 노력과 체력, 그로 인한 연구역량 저하를 무엇으로 변명할 수 있겠는가?

정말 박사과정은 처절할 정도로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야만 하는데, 그에 비해 나는 너무 자유로운 영혼인 것일까?

어쩌면 나는 박사과정이 내 적성에 안 맞는 것이었나?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기에는 너무 심하게 늦었다.


어쩌다 보니 인생의 진도를 반대로 해서 결혼에 육아부터 먼저 시작해 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그렇다고 가족의 우선순위를 마냥 최하로 미루지도 못한다.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여러 개의 과제를 최대한 덜 하려고 해도 이것조차 내가 그 동안 항상 나를 중심에 두고 모든 일처리를 하는 나쁜 습관 때문에 일에서 쉽게 빠지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교수님께서 많이 배려해 주시고 최대한 과제 일에서 빠지도록 해 주시는 것이 심리적인 위안이 될 뿐이고,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일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결국은 내가 내 스스로 manage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내 습관과 과오를 곱씹으며 그때 좀더 잘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할 만큼의 여유도 없다. 정말 내 모든 주의를 개인연구에 집중시켜서 빨리 논문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시기이다.


아무래도 아래의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 연구실의 연구과제가 정확히 내 개인연구 주제와 일치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 그렇다면 엄청난 축복이다) 과제에 너무 목숨을 걸고 여기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아서는 안된다. 명심하자. 나 자신의 노력과 나의 시간은 한정된 자원일 뿐더러, 개인연구에만 투자해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자원이다. 중요한 곳에 우선순위를 두고 아껴 써야 한다.
  • 괴로워도 내 개인연구 주제와 관련된 논문을 나만의 익숙한 체계 (언제든지 무의식적으로라도 꺼내서 확인할 수 있는 상태; 그것이 물리적이든 사이버 공간이든 관계 없이) 안에서 꾸준히 정리해 두어야 한다. 당장 연구과제 연차평가가 내일이라고 하더라도 내 개인연구에 대한 생각의 흐름을 묻어 두면 안 된다. 경험상 3일이 넘어가면 잊어버리기 시작하고, 다시 흐름을 복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며, 그러다가 보면 당장 하고 있는 실험 코딩을 하면서도 그것을 왜 하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마저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 당장 어딘가에 제출하지 않더라도, 내 개인연구 주제 또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항상 논문 형식으로 미리 만들어서 글을 조금씩 채워 놓아야 한다. 그게 단순한 메모 조각이어도 상관 없이, 논문의 틀에 어떻게든 글자들을 밀어넣어 두면 나중에라도 거기서부터 고쳐서 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하나도 쓰여있지 않은 채로 갑자기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due date가 잡히더라도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구슬 서 말을 꿰어서 보배를 만들어야 한다. 구슬이 빛이 바래고 오래 되었으면 미련없이 버리자. 그렇게 해서 꿰어야 할 구슬이 모자라면 빨리 새로 모으자. 한번에 너무 크고 화려한 것을 만들 생각은 버리고, 졸업을 위한 최소한의 가치와 최단기간의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생각을 하고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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