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여름방학 숙제로 도둑게 키우기 세트를 받아 왔다. 게가 음식(...)이 아니고 키우는 반려동물이라니? 아무튼 우리집에 들어온 생명이니 잘 키워야지 뭐 ㅎ
그런데... 유치원에서 도둑게를 받아온 날은 우리 가족이 여름 휴가를 시작하는 날이었고,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제주도에 가서 5일 간의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ㄷㄷ 그렇게 우리의 가족이 되자마자 같이 여행부터 나니는 처지가 됨.
그렇게 도둑게는 우리를 만난 첫날부터 빨간 뚜껑의 A4용지보다 작은 상자에서, 삼시세끼 상추만 먹으며 (가끔 빵부스러기 같이 다른 것도 넣어줘 봤지만 편식함. 까탈스러운 녀석-_-) 차에 실렸다가 배에 실렸다가 호텔 방에 있다가, 일주일을 산넘고 물건너 같이 다녔다.
인터넷에 찾아 보니, 도둑게는 바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에 해안가 근처 산에 올라와서 사는 육지게라고 한다. 음식은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고, 가끔 민가의 부엌에 몰래 들어와서 밥을 훔쳐먹어서 도둑게가 되었다고... 특히 산속 생활에 적응한 게라서 나무를 잘 타는데, 그래서 다리끝이 다 뾰족해서 손에 올려두면 기어다닐 때마다 조금 따끔하다.
그래도 잘 물지도 않고 (처음에는 몇번 물긴 했지만), 손에 올려놓고 데리고 놀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처음부터 다리가 1개 부절된 상태로 받았다는 것. 그리고 초반에 핸들링 적응시키다가 반대편 다리 하나가 또 부절돼서 ㅠㅠ 다리 8개를 가진 게가 되었다. 탈피하면 새로 생길 테니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