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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은 산업계(각 코인 페이지나 github)에서 슬쩍 살펴보면 너무 빨리 변화하는 것 같은데, 학계에서 보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보통은 학계에서 처음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고, 학계 내에서 주목을 받다가 업계의 자금 지원이 더해지면서 업계에도 마침내 기술이 적용되어 이후로는 지속적을 발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물론 사토시(Satoshi Nakamoto)의 논문이(어느 저널이나 학회에도 게재되지 않았다) 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이후로 수많은 코인이 신규 발행되고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과 새로운 블록체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개발되었는데 정작 그 많은 것들이 논문으로는 거의 발표가 안되는 것 같다. 오히려 백서를 먼저 만들고, ICO를 통해 산업계와 일반 사용자들의 투자자금을 먼저 모으고, 그걸로 바로 개발과 상용화에 바로 가는 경우가 다수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은 그 개념이 정립된 직후부터 학계에서 논문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에 유망한 기술들이 유명한 통신장비 업체들에 의해 앞다투어 적용되면서 오픈 네트워킹에 대한 새로운 경쟁이 일어났다.

인공지능(머신러닝)도 산업계가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서 연구를 지원하고 있어서 학계가 아닌 업계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연구 결과가 대부분 유명한 인공지능/머신러닝 관련 학회에 끊임없이 발표가 되고 있다.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학회는 순식간에 top을 차지하고, 한동안은 엄청난 자금 투자로 인해 미친 듯한 속도로 뛰어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올 듯 하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거대 IT 기업들의 인공지능 자문 담당을 맡은 사람들 중에서 유명한 대학교수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물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에 광풍이 불어 닥치니까 당연히 수많은 컴퓨터 분야 학회/저널에서 call for paper를 통해 블록체인을 키워드로 언급하며 논문을 모집하고 있지만, 정작 진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는 유명한 대표들이나 개발자들(예를 들면 비탈릭 부테린?)은 논문을 출판하는 데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교수가 아니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개발 능력이 충분하고, 그렇다고 학술적인 기반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그들이 직접 움직이면 세상을 바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니 논문에서부터 개념이 정립되어 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토론은 깃허브 페이지나 미디엄(medium), 스팀잇(steemit) 같은 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학회도 기존 학회 대신 암호화폐 회사들끼리 자체 포럼을 개최한다.

이제는 대학교에서 교수들이 블록체인을 다음 연구 거리로 삼고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우리 연구실도 IoT와 관련된 데이터를 다루거나 통신, 가상화 등을 연구하다가, 이제 "IoT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엄청난(...) 목표를 가지고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IoT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논문들은 아직까지는 너무 초보적이고, 기술적인 디테일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IoT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어떤 점이 좋아지고, 원래 안 되던 뭔가가 된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할 뿐. 그렇게 블록체인이 연동되는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아키텍처도 논문에 들어가 있지만, 정작 실험과 평가 결과는 그 아키텍처의 성능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블록체인에서 블록을 생성하는 방법은 작업 증명(proof of work; PoW)에 이어서 지분 증명(proof of stake)이 나온 지도 벌써 한참 되었다. 이미 그 두 가지 외에 새로운 증명 방식이 또 여러 가지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IoT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면, 일반 피씨, 아니 스마트폰보다도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IoT 기기들을 대상으로 증명과 해싱, 채굴 등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그 어떤 논문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PoW를 가정하고 가는 것 같은데, 해싱 파워를 무슨 수로 확보하려는 것일까?
결국 어떤 논문에서는 해싱 파워 자체를 낮춰서 타협을 보려는 것 같고 (그렇게 낮추기 시작하면 그냥 불편한 블록체인을 쓸 필요 없이 현행 보안 기술을 쓰는 게 낫다), 다른 논문에서는 여러 개의 IoT 기기들을 묶어서 관리하는 피씨 같은 강력한(?) 성능의 장비가 블록 생성과 합의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IoT 기기는 그 아래에 붙어서 시키는 일만 하는 존재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IoT에 블록체인을 직접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신규 발행되는(ICO) 코인들 중에서는 블록체인의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PoW 만큼의 보안 수준을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마냥 놀고 있는 게 아니라 단점으로 지적받는 트랜잭션 처리 성능을 높이고 PoW의 비효율성(고성능 장비 강요로 인한 에너지 낭비)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이 중/소규모 개발자들에 의한 신규 화폐 발행과 이를 통한 일반 투자자들(기업이 아닌)의 관심으로 굴러가는 형태라서 연구소에서 먼저 개발된 미래지향적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거대 IT 기업이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기술의 정점을 확인하려면 현재 주목받고 인정받는 블록체인 기술이나 관련 암호화폐 플랫폼의 기술 발전 상황(github?)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비록 학계에 있는 입장이라서 학계가 잘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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