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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여름방학 숙제는 가을부터 이미 아빠의 취미가 되었다.
딸하고 노는 시간과 도둑게 손에 올려놓고 노는 시간이 비슷해짐... ;;

집안과 딸에게 소홀해지면 이제 아내의 협상 수단은 도둑게가 되었다.
삶아서 국물을 내 버리겠다고... ㄷㄷ
그러면 나는 흙맛이 심해서 어차피 맛없다고 버티고,
그렇게 등짝스매싱 각? ㅋㅋ

 

그러나, 진정한 등짝스매싱 각은 바로...

안녕? 인사해, 새로운 친구들이야~

외로워 보이는 유치원 출신 도둑게를 위해 소형 도둑게 두마리를 더 사고,
두달 전에 샀던 집도 세마리한테는 좁아서 더 큰 어항을 사고,
자갈이 마음에 안 들어서 흙 대용으로 코코피트를 사서 깔고,
은신처도 공평하게 하나씩 있어야 하므로 두개 더 사고,
자연에서 나무 타던 녀석들을 위해 유목도 사서 넣어 주었는데,

...정작 어항 뚜껑은 안 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보~ 어항 뚜껑은? 어... 음...

도둑게는 매달려서 올라갈 수 있으면 어디든 기어올라가서 탈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딸아이의 도둑게 그림

어항을 택배로 배송받을 때 위에 덮여 있던 종이박스를 뚜껑 대용으로 쓰게 됐다. =_=
그리고 아직까지는 탈출한 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ㅋㅋㅋ

다만, 새로 산 두 마리를 소형으로 샀더니 생각보다 크기가 작더라는...

맨 왼쪽이 유치원 출신 도둑게 수컷, 나머지 둘은 10월에 산 소형 두마리(수컷, 암컷)

크기 차이가 너무 나면 큰 게가 작은 게를 공격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서로 공격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자기들 나름대로 서열은 있는지, 제일 큰 도둑게가 아무 은신처에나 들어가면 원래 있던 작은 도둑게는 쫓겨난다. ㅜㅜ 불쌍하지만 공격 안당하고 평화롭게(?) 다른 은신처로 이사 가는 수준이니 괜찮은 것 같다.

도둑게가 세 마리가 되면서 이름을 하나씩 지어 줬다.
유치원에서 받은 제일 큰 녀석은 애플파이,
두번째로 큰 수컷은 허니마시멜로,
제일 작은 암컷은 애플망고 라고 딸아이가 직접 지었다.

작은 도둑게는 가벼워서 핸들링할 때 뾰족한 발끝 때문에 따갑지 않다.

제일 작은 애플망고는 딸아이가 귀엽다고 제일 좋아함. ㅎㅎ
게다가 움직임도 제일 많아서 사육장에서 이것저것 다 건드려 보고 다닌다.

애플망고의 야무진 옥수수 먹방
샤인머스킷 먹는 허니마시멜로

귀여운 친구들 건강하게만 자라 주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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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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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처음 도둑게를 받아 왔을 때는 집안 살림이 손바닥만한 집, 분홍색 자갈, 장식용 야자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얘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히키코모리처럼 우두커니 있다가 가끔 먹을거 넣어주면 먹고, 하루종일 집게로 자갈 옮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갈과 물을 섞어서 반수생 환경으로 키우다 보니,
먹고 흘리고 똥싸면서 생기는 모든 부산물이 자갈 틈에 다 들어가는 문제가 생겼다. ㅠㅠ
물만 갈아주는 게 아니라 자갈도 매번 씻어 줘야 했다.
안 그러면 냄새가 심해지고, 이런 환경에서는 금방 폐사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수준이라... ㄷㄷ

불쌍해 보여서, 마트 가는 날에 은신처, 타넘을 수 있는 돌, 물통, 이것들을 다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의 새로운 집을 샀다. 

처음의 비좁은 채집통보다는 살기 좋아졌다.

최근 시세로 도둑게 한마리에 5천원쯤 한다던데, 위의 물건들 다 샀더니 3만원 넘음...
자기 몸값의 6배를 들여서 집을 해준 셈인데...
나도 내 연봉의 6배 되는 집에 가고싶다!! ㅋㅋ

어쨌든 물과 육지를 명백히 분리해 주니 자갈이 오염이 덜 돼서 관리가 훨씬 편해졌다.
도둑게 녀석도 가끔 물속에 푹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잘 지내는 것 같다.

이제 밥이나 잘 먹어주면 좋겠는데,
먹을 걸 넣어줘도 도통 먹지를 않는 거다.
알고보니, 낯가림 끝판왕임...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얼음이 돼서 절대 안 먹다가,
인기척이 사라지면...

은신처에 숨어서 욤뇸뇸~

아주 신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녀석 =_=
인터넷에 보면 주는 대로 받아먹는 도둑게도 많던데,
우리 언제 친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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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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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고양이도 안 키우겠다던 우리집에 찾아온 생명체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여름방학 숙제로 도둑게 키우기 세트를 받아 왔다.
게가 음식(...)이 아니고 키우는 반려동물이라니?
아무튼 우리집에 들어온 생명이니 잘 키워야지 뭐 ㅎ

그런데...
유치원에서 도둑게를 받아온 날은 우리 가족이 여름 휴가를 시작하는 날이었고,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제주도에 가서 5일 간의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ㄷㄷ
그렇게 우리의 가족이 되자마자 같이 여행부터 나니는 처지가 됨.

얘는 상추를 엄청 좋아함. 야무지게 뜯어먹기.

그렇게 도둑게는 우리를 만난 첫날부터 빨간 뚜껑의 A4용지보다 작은 상자에서,
삼시세끼 상추만 먹으며 (가끔 빵부스러기 같이 다른 것도 넣어줘 봤지만 편식함. 까탈스러운 녀석-_-)
차에 실렸다가 배에 실렸다가 호텔 방에 있다가, 일주일을 산넘고 물건너 같이 다녔다.

 

인터넷에 찾아 보니, 도둑게는 바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에 해안가 근처 산에 올라와서 사는 육지게라고 한다. 음식은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고, 가끔 민가의 부엌에 몰래 들어와서 밥을 훔쳐먹어서 도둑게가 되었다고... 특히 산속 생활에 적응한 게라서 나무를 잘 타는데, 그래서 다리끝이 다 뾰족해서 손에 올려두면 기어다닐 때마다 조금 따끔하다.

이정도면 스파이더맨 수준?

그래도 잘 물지도 않고 (처음에는 몇번 물긴 했지만), 손에 올려놓고 데리고 놀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처음부터 다리가 1개 부절된 상태로 받았다는 것. 그리고 초반에 핸들링 적응시키다가 반대편 다리 하나가 또 부절돼서 ㅠㅠ 다리 8개를 가진 게가 되었다. 탈피하면 새로 생길 테니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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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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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집 이사를 끝으로 길었던 대전에서의 생활을 정리했다.

태어난 곳 다음으로 긴 시간을 보내며 나의 20대와 대학원 생활, 결혼, 출산, 육아 등 중요한 이벤트가 모두 있었던 대전인데, 떠날 때는 진심으로 미련이 단 한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추억이 많았지만, 그만큼 내 영혼을 가장 많이 찌그러뜨려 놓은 곳이 대전이니까. 

세어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자괴감가 함께 파묻어버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미숙한 연구 조각이 화석처럼 새겨진 곳.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자니 죽을 것 같았고,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리자니 내 부족한 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곳. 졸업 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하나만 가지고 결혼과 육아를 하며 가족에 대한 부채의식을 쌓았고, 실제로 부모님께 손 벌리고 카드 결제일이 돌아올 때마다 걱정하며 재정적 부채 역시 함께 쌓여갔던 곳. 나에게는 시간과 실력과 돈이 모두 부족했던 삶으로 점철된 곳이 대전이었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는 나의 극단적인 표현이 무색하게 대전을 즐겁게 지냈던 곳으로 생각해 주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십수 년 동안 썩지는 않았지만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가던 나에게 일어난 생활환경의 전적인 변화가 너무나 반가웠다. 홀가분하게 대전을 벗어난 후, 오로지 회사에서 일만 하고 남는 시간에는 집에서 쉬기만 하면서 내 머릿속에 들어찬 독기를 빼내듯, 해독의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우울증 약은 계속 필요하지만, 대략 10년 만에 잘 먹고 잘 자는 평범한 삶이 내게 주어져서 감사하다.


작년 한해 동안 나는 실패한 박사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불쑥 떠오르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시간과 실력과 재정의 결핍 중에서 시간이 해결되었고, 재정도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하면서 이제서야 나 자신을 삐뚤어진 시각이 아닌 정상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도교수는 졸업할 때 온전하게 증빙하지 못했던 내 '실력'을 만회할 수 있도록 아직도 연구에 코멘트를 해 주시고, 나는 일주일 중 겨우 3시간밖에 쓰지 못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시간을 써서 논문 진도를 나가고 있다. 사실 평일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 전체 시간이 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지만, 지금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에 쓰고 있다. 박사과정 내내 방치했던 가족을 향한 일종의 부채 상환이기 때문에 연구 시간으로 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무리하지 않고 주어지는 시간 안에서 실력을 쌓아 가야겠다. Keep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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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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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다음 단계

Life/일상 2019. 11. 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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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기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삶의 모양과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이사는 많이 했지만, 도시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거주하는 도시가 바뀐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은 전반적으로 평화롭고 좋은 추억도 많지만,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고생한 기억도 많기 때문에 다 털고 떠나는 상황이 슬프지 않다. 다만 그동안 교제하던 친근한 사람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더 멀어지는 것은 아쉽다. 

초반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가족이 함께 살 적절한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잘 차리고 있기를 스스로 다짐한다. 무엇보다 주제넘는 선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적 욕심 때문에 집을 찾아보는 내 시야가 왜곡되지 않아야 할 텐데.

아마 지금껏 실험실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과 훨씬 거대한 규모의 전산화된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모르는 것을 단기간에 알아내고 써먹어야 할 때, 굶주린 늑대처럼 구글 검색 결과를 헤집고 다니던 때의 내 마음가짐이 앞으로도 통했으면 좋겠다. 물론 대학원 연구실보다는 여러 모로 훨씬 체계적일 테니, 회사의 시스템이 나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Keep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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