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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중순 들어서 암호화폐 시장에 꽤 큰 하락장이 왔다.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12월 중순과 1월 초에 찍었던 고점에 비하면 절반 가량이 빠졌으니, 과거에 여러 차례 있었던 (다만 직접 겪은 적은 없었던) 하락장들에 비견될 만 하다. 작년에도 몇 차례 이렇게 폭락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국민이 다 '가상화폐'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시가총액도 800조원에 육박하던 상태에서 폭락하다 보니 더 정신없는 것 같다.

암호화폐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들어왔는데 폭락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아비규환이고, 투자(또는 투기)하지 않고 구경하고 있다가 '거 봐라 조심했어야지'부터 '모두 망해라'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탈중앙화'를 적극적으로 반길 리가 없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좋게 봐줄 리가 없고 (그 와중에 코스닥 시장의 좋은 소식은 시기적절하게 열심히 띄워주고 있다), 뉴스에서는 암호화폐 폭락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 (화가 나서 TV를 부쉈다는 등의 인터넷 게시글 관련 보도)를 비롯해서 자극적인 소식을 내보내는 데 여념이 없다.


나도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한달을 조금 넘겼기에 이런 큰 폭락은 처음 겪는 중이다. 물론 12월 8일에 소액으로 비트코인을 조금 사 뒀다가, 금새 고점인 2500만원으로 오르다가 곧바로 1400~1500만원대로 폭락한 뒤에, 오래 걸리지 않아서 다시 2100만원대가 되는 경험은 했지만, 그 때는 워낙 짧았기에 뭐라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이더리움을 비롯한 소수의 코인을 좀더 매수를 하면서 투입한 KRW가 커진 상태에서, 며칠에 걸쳐서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진정한 하락장의 무서움은 이번에 제대로 느끼고 있다. ㄷㄷ 멘탈이 멀쩡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신경이 쓰이지만 뭐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는 없고, 걱정과 경각심이 반반씩 있다.


작년 12월에 한국 정부에서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느니 하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낼 때에도 시장이 흔들리긴 했지만, 역시 중국이나 미국에서 시작되는 매도세에 비할 바가 아닌 듯 하다. 그러면서 cryptowat.ch 사이트에서 내가 매수했던 코인들의 차트 기록을 하나씩 보고 있으면, '이번에는 정말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의구심도 쉽게 들게 되는 것 같다.


차트를 쳐다보기만 한다고 해서 그만큼 시세가 오르는 것도 아니기에 과거의 하락장이 어땠는지 그 당시의 상황을 다시 설명해 주는 인터넷 게시물들을 살펴 보았는데, 커뮤니티 규모나 알고 있던 사람들의 수는 작았지만 지금과 같은 패닉 상황에 대한 묘사는 똑같았고, 나쁜 소식이 더 극단적인 기제가 되어서 난리가 나는 등 지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 때에도 '이번에는 망한다'는 사람과 '존버'를 외치는 사람 모두 있었고, 서로 자기 논리를 가지고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싸우고 있었고, 과거의 대하락장 당시의 코인 시장에 대한 악재들도 정말 무시무시한 것들이었다.

작년에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모두 폐쇄되는 일이 있었고 (우리나라도 똑같이 시도를 하다가 지금 보류 상태지만...), 그 때 비트코인이 크게 하락했었다. 비트코인은 세그윗(SegWit) 이슈 때문에 가격이 폭락했다가 결국 비트코인 캐시가 떨어져 나오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더리움은 DAO 해킹 사태 때문에 문제가 되는 블록을 치우고 하드포크를 해서 새로운 이더리움(ETH)이 시작하는데 갑자기 기존의 블록체인을 유지한 채 신규상장해 버린 이더리움 클래식(ETC)이 나오면서 이더리움이 거의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아직은 초기라서 정보의 부족과 허술함을 악용하는 사기성(스캠) 코인이 나오고 그로 인해 시장이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법무부가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 중에서 100조원을 날려버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어서 비트코인 채굴하는 회사 일부를 폐쇄시키는 과정에서, 중국 내의 모든 채굴장이 폐쇄될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서 악재가 된 것 같다.


위에 말한 것들도 내가 작년부터 들어 왔던 일부분의 악재라서 실제로는 더 예전부터 더 많은 어려움에 시달려 오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거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1998~2001년의 닷컴버블 때의 IT기업들의 시가총액의 1/8보다 작은 수준이다 (닷컴버블 당시의 달러 가치를 지금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더 차이가 클 수도 있음). 결과적으로는 닷컴버블 또한 거품이 꺼진 이후로 지금은 그 당시의 시가총액을 회복하였고,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는 잘 살아남아서 과거의 버블 때의 주가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리고 매년 1월마다 변함없이 하락장이 있었고, 그 하락장이 아시아의 구정(음력 설날)을 앞둔 몇 주(24일 정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사이에 발생했으며, 그러한 하락장이 지나고 나서는 결국 시세를 회복했다.


작년 내내 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벌써 N이라니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 N은 300만원, 800만원, 1000만원, 1300만원, 2000만원으로 계속 달라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가 들어오고 나서 2000만원 전후를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어서 2000만원은 실제로 비싼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은 드는데, 이것도 최근 한 달 동안 보면서 드는 생각이라서 몇 개월이 더 지났을 때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이 있다.

 - 본격적인 버블이 이미 형성된 것일까, 아니면 아직 버블의 초반일 뿐일까?

 - 암호화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망하게 될까, 아니면 드라마틱하게 세계의 경제에 한 획을 그으며 영향력을 키우게 될까?

 - 이번 하락장은 정말로 심각해서 암호화폐를 망하게 만들까?


이것들의 답을 알았으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뭐 알다시피 이 세상은 엔트로피가 너무 크고, 물리법칙에 의해 예상가능하게 움직일 것 같지만 나비효과에 의해 뭐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카오스의 세계다. 이쪽의 기술적 개념을 조금 살펴본 입장에서 코인을 '돌덩어리' 취급하는 사람들보다는 더 파급력이 크고 암호화폐 자체가 사장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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