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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에 (관련된 소문이 빠른 동네에 있는 것 치고는 꽤나 뒤늦게) 암호화폐 거래에 탑승했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소 중의 하나인 빗썸에 회원가입은 이미 한참 전인 2016년 봄에 해 놓고는, 계속 투자해 볼까 생각만 하다가 이미 크게 오르는 시점을 떠나보낸 뒤에야 들어왔다.


2016년 봄에 비트코인, 즉 1BTC의 가격이 300만원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는,

"아 너무 많이 올랐는데? 겁나서 못 사겠다."


그러다가 가을 쯤에 1BTC 가격이 800만원 언저리를 왔다갔다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와 정말 미쳤다. 너무 많이 올랐는데? 거품 아니야? 겁나서 못하겠다."


그런데 빗썸에서 1BTC가 1000만원을 돌파했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을 우연찮게 보고 나서는,

"천만원? 이제 진짜로 겁나서 못하겠다."


그러고 며칠 만에 바로 1300만원을 찍었다.

"뭐지 이건?"


그러다가 토스(Toss) 앱에서 재테크 수단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비트코인 거래" 옵션이 있길래 보았는데 1BTC 가격이 2000만원을 찍고 있었다. (물론 토스 앱과 연계된 코빗을 통해서 거래하면서 다른 거래소보다 조금 더 비싸긴 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


그렇게 어이없게 이어지는 상승곡선이 심리적인 저지선을 파내고, (사실 그 중간에 두어 번 폭락도 크게 했었는데 나는 그 때는 몰랐었다.) 내 입장에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가격이 여전히 더 올라갈 가격의 중간 지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행복 회로...), 제1금융권에서 별 짓을 다해 봐도 예금 이자 2%를 겨우 찍는 허탈한 현실을 마주보며, 결국 미친 척 뒤늦게 코인 판에 진입했다.


<Note: 암호화폐, 가상화폐>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보다는 "가상화폐"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실제로 대부분의 뉴스기사에서도 "가상화폐"라고 더 많이 언급하지만, 사실 영어로는 cryptocurrency, 즉 "암호화폐"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통해 보안성을 확보하고 거래 내역에 대한 위/변조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가상화폐라고 표현을 하게 되면 온라인 게임에서 쓰이는 거래 수단도 똑같이 가상화폐나 디지털 화폐, 전자화폐라고 불려야 한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암호화폐 대신 가상화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12월 초에 진입했더니, 얼마 뒤에 1BTC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약 2500만원을 찍고, 바로 뒤에 1300~1400만원대를 찍는 등의 엄청난 롤러코스터를 보여 주었고, 어이가 없어서 내버려 두고 며칠 쳐다보지도 않았더니 그새 다시 2200만원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신기한 점은 암호화폐 대장인 비트코인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당시에 시가총액 2위를 하던 이더리움은 중간에 같이 오르락 내리락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2배 이상 올라 있었던 것이었고, 그보다 더 작은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들은 2배는 우스울 정도로 아주 말할 것도 없이 오르는 것도 보았다.


미래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아직도 ICO를 통해 알트코인들이 생겨나고 있고 (종류가 2000개가 넘는다는 얘기도 들려오는데 출처는 모름), 일부 알트코인들은 꽤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거나 관련 플랫폼까지 같이 키우면서 스스로를 광고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투자 기회는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물론 2016년 11~12월에 일어났던 비트코인 시장 전체의 폭발을 다시 보기는 힘들겠지만... (중국이 갑자기 미쳐서 암호화폐 규제를 한번에 풀어 버린다면 한번쯤 더 로켓을 경험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것도 행복회로일 뿐 ㅋㅋ.. 중국이 자국 정권에 이렇게 위험한 행위를 급진적으로 하지는 못할 테니까)


아무튼 여기까지는 뒤늦게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12월의 폭등과 폭락의 다이나믹함을 경험한 느낌을 쓴 것인데, 나보다 훨씬 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12월의 변동은 폭등/폭락이 아니라 그냥 조정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이쪽 세계의 다이나믹함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약간의 투자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적인 감정에 의해 ㅋㅋ) 약간 기대도 되고 그렇다.

(이렇게 나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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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보는 시점에 따라서는 암호화된 문자열을 저장하는 파일 조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해당 화폐의 모든 거래내역과 함께 새로운 해쉬 함수의 해쉬 값을 블록으로 만들어 붙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거래 내역에 대한 위/변조를 방지하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과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가는 고전 게임인 디아블로2에서(물론 아직 배틀넷과 래더는 잘 돌아간다) 아이템 거래의 수단으로 통용되던 유니크 아이템인 '조던 링'이 있다. 그런데 배틀넷에서 버그로 인한 아이템 무한복제가 일어나면서 일부 게이머들이 조던 링을 무한정 복제해서 조던 링 관점에서 아이템 거래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고, 이를 블리자드 사에서 뒤늦게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부 게이머가 갖고 있던 복제된 조던 링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등의 불확실성을 갖게 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서는 적어도 이런 불안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보장해 준다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에서 위/변조가 아직은 성공(?)하지 않았다. 만약 위/변조가 가능하다면 그 순간 비트코인의 가격은 추락할 것이다. (혹시나 알트코인들 중에서 기술적인 검증이 안 되었거나 보안의 허점이 있는 사기 코인이 있을 가능성은 앞으로 충분히 있다.)



아마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암호화폐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나라가 망하거나 한 국가의 통화를 쓸 수 없게 되더라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대체 수단이 생겨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까지는 거래 과정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상태이고, 과세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래서 해커들의 거래 수단이 되고, 불법자금의 돈세탁에 활용되기에도 좋고, 심지어 북한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고 하는 나쁜 면을 보여 주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작년 한 해 동안 보여준 비트코인 광풍은 (어쩌면 올해에도 보여줄 지도 모를 일... 잠재력의 끝은 어디일까?) 겉보기에는 옛날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튤립 거품)과 비교되기도 할 정도다 [1, 2]. 한편으로는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주식에 비해 전문성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시세가 움직이기도 하고, 24시간 멈추지 않는 데다가 상한/하한도 없이 순수하게 수요/공급으로만 움직이다 보니 변동성이 아주 큰 측면도 있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는 ICO를 전면 금지할 뿐만 아니라 거래도 금지시켰고, 우리나라는 ICO가 금지되었지만 개인의 거래는 실명 인증에 한해서 유지, 그 외 싱가포르나 호주 등의 국가는 매우 부정적인 공식 입장을 내세우는 등 대체로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그러나 반대로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암호화폐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 고민하고,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 비트코인이 추가되는 등의 일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각국 통화를 완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전통적인 금융권의 손질을 거치며 어느정도 영향력을 갖는 거래 수단이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게 암호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은 상당히 유망해 보인다. 가령 식품 유통 과정에 블록체인을 사용해서 생산지, 중간 가공지, 매장에 들어오기까지의 운송 경로를 모두 transaction으로 기록하면 위/변조 여부에 대한 고민과 비용을 줄이면서 아주 빠르게 전체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3].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부정, 불법, 탈세 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를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어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개발 측면이나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육성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좋아하는 "4차 산업혁명", "초연결 사회" 같은 용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블록체인이 인공지능, IoT와 함께 하나의 주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1] @realgr, "[과거에 묻는다] 튤립 파동이 가상화폐시장에 주는 시사점", steemit, https://steemit.com/kr/@realgr/5gjrqf

[2] "튤립 파동", Wikipedia, https://ko.wikipedia.org/wiki/%ED%8A%A4%EB%A6%BD_%ED%8C%8C%EB%8F%99

[3] 매일경제, "세계는 블록체인 혁명중…한국은 소외",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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