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빠른 것이 중요할 수는 있지만 최우선 순위가 되지는 않는다. 아쉽지만 나는 일에 있어서 빠르지는 않다. 그렇다고 학부 졸업하던 당시의 아주 느린 수준은 벗어났지만, 조금 더 빠르면 좋겠다는 2%(사실은 체감하기로 12%쯤) 부족한 현실에 시달린다. 이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
제한된 체력과 함께, 나 스스로 절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30대가 주는 이상한 피곤함이 기회비용을 가중시킨다. 나는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하지만 내가 무엇 하나 정리하고 알아내는 데에는 신선이 바둑돌 한 수 놓듯이 세월을 허비한다. 그렇게 습득한 지식과 기술이 어디 도망가지는 않지만,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하고 빨리 실적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기에 왜 나는 더 빠를 수 없는 것인가? 한탄스럽다.
내가 완벽주의를 조금이라도 더 버려야 하고,
우선순위에 맞춰서 일처리를 하기 위해서 일을 계획하고 새로 정리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일을 불나방처럼 하루 밤만에 불태워서 해보겠다고 덤벼들지 말아야 하고,
혹여나 동기부여를 상실해서 이토록 일이 안되는가 싶어서 인생의 근본적인 동기도 재점검 하고,
그외 다수 등등...
이미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마음과 육신의 괴리는 그다지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
시기적절하게 다가오는 주변 환경의 변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생각대로 몸이 바로 움직여만 준다면 이런 고민도 필요없을 것이다.
결국 아침에 좀더 자겠다는 귀차니즘을 이겨내기 위해 허벅지를 찌르고 참아내며 일어나는 노력,
피곤해서 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정신을 환기시키고 하던 일을 끝내고야 말겠다는 노력,
논문을 읽다가 잘 모르겠어서 다음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오기로 이해하고 말겠다고 이를 악무는 노력,
잠깐 다른 일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쉬려는 마음을 누르고 다시 일에 복귀하는 노력,
결국 이렇게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지 않고는 지금의 지지부진한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은 날씨가 좋을 때를 기다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정확하게 목표에 적중시키는 최고의 양궁 선수와 같은 사람이다. 이미 나는 날씨가 좋아지기를 더이상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예전에 진작에 연습이 되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서라도 하던 연습을 빨리 끝내고 프로페셔널이 빨리 되는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제발 나는 내 연구와 맡은 일들을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다.
크든지 작든지 방해에 휘둘리지 않고 싶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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