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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월 28일에 있었던 일을 어느정도 마음이 정리된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11월 28일 밤, 임신 9주차를 넘어 이제 10주차라고 생각될 때쯤...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저와 아내에게 일어났습니다.


이날은 아내와 저 모두 일찍 귀가해서 맛있게 저녁을 만들어 먹고 편히 기대 앉아서 영화를 보던 중... 아내가 자꾸 느낌이 이상해서 확인해 보니 갈색혈(주로 착상혈로 진단됨)이 아니라 붉은색 피를 "하혈"하고 있었습니다.


황급히 밤늦은 시간에 산부인과에 가 보니... 자연유산이랍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지난주 쯤에 죽어서 이제 조금씩 몸에서 빠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아기가 기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경우에 자연적으로 몸에서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이번 경우도 그런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최근의 과도한 활동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우리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며 강조하시던 의사 선생님의 위로가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에는 우리의 잘못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요? 1주일 전만 해도 약 1.4센티미터 정도로 자란 아기의 모습을 초음파로 확인하며(물론 팔다리가 만들어지는 시기는 아니라서 그저 점 하나로만 보였지요..) 심장 뛰는 소리도 듣고 기뻐했었는데,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한다니 이건 무슨 날벼락인지...

평소 생리 때보다도 많은 양의 하혈이 계속되는 것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기에, 이별의 슬픔이 가혹했지만 우리는 자연유산을 확인한 그날 밤 소파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임신 초기여서 수술은 오래 걸리지 않고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수술 후 일주일 동안은 아내와 저 누구랄 것 없이 시도때도 없이 울다가 주위 사람들의 방문과 위로, 도움을 받으며 다시 힘을 냈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또 불쑥 생각나서 슬퍼하며 보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우리는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하는 우리는 비록 뱃속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서 다 크지 못하고 떠나갔지만, 하늘나라에서 무럭무럭 행복하게 자라기를 기도하며, 또 훗날 우리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 가슴 속에 묻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첫 아기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아내를 간호하는 서투른 초보 남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한없이 슬프지만, 슬픔으로부터 다시 각자의 삶으로 일어나 나아가는 과정에서 남편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제 나름대로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제 지인들 중에서 임신 초기에 유산을 겪은 가정이 세 가정이 있고, 산부인과 의사도 의외로 많다고 말하던 것, 또 인터넷에서 적지 않게 사례를 접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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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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