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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연구실에 실험용 스마트워치가 도착했다.


대만의 에이수스 사에서 만드는 스마트워치 라인업이 젠워치인데, 2016년에 세번째 모델인 젠워치3 (ZenWatch 3)를 출시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많은 양의 배터리를 갖고 있어서 스마트워치를 차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거나 활동을 파악하는 등의 연구 목적에 적합해서 고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약 한 달 간 실험을 목적으로 차고 다니면서 느낀 점을 쓰고자 한다.



젠워치3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예쁘다.

이전의 젠워치 시리즈들은 모두 네모난 모양이었는데, 이번에 원형으로 완전히 디자인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원형 디자인이 훨씬 좋고 예쁘고 튼튼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깔끔한 디자인을 가진 LG전자의 스마트 워치와 비슷한 듯 하면서, 광택과 금빛 테두리를 이용해서 조금 더 고급진 디자인을 강조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출시 당시에는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였지만 지금은 "웨어OS (Wear OS)"로 버전업 되었기에, 맨 처음에 부팅했더니 수많은 패키지들을 느린 속도로 재설치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젠워치 관리 앱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워치페이스(watch face)가 은근히 많았는데, 아쉽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중국 감성이 느껴지는 디자인들 위주라… 물론 예쁜 워치페이스는 페이서(Facer)라는 유료 앱을 통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지만, 연구 실험 목적으로 산 것이므로 일단은 보류.


기본으로 달고 나오는 스트랩은 디자인 측면에서 특별함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무난함 그 자체다. 가죽 재질이지만 물에 쉽게 젖지 않게 되어 있어서 실용적이다. 참고로 젠워치3는 IP67의 방수방진 등급을 갖고 있다. 손 씻고 샤워하는 정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샤워할 때 굳이 차고 있을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연락과 알림을 놓치지 않아야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삼성전자의 기어 S3와 비교하면 심박센서와 기압계 등 일부 센서가 빠져서 헬스 기능이 많이 약하다. 배터리도 기어 S3보다는 약간 적은 편인데, 그래도 충전없이 이틀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가지 인상깊은 장점은 충전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점이다.

15분 충전에 대략 50%가 충전되고, 30분이 조금 지나면 완충이 된다.


충전 케이블과 시계와 접촉하는 부분(소켓?)이 일체형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케이블을 교체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케이블은 언제든지 단선될 가능성이 있는데, 시계와 접촉하는 부분에 마이크로 USB 포트를 두고, 충전 케이블을 자유롭게 갈아끼울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으면 가격이 더 올랐겠지…



4월 말부터 지금까지 써 보면서 느낀 점은, 예쁘기는 한데 쓸모가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젠워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 워치"라는 포지션의 기기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라고 봐야 한다.

작은 기기에 기능을 많이 넣자니 배터리가 부족하고, 공간이 작으니 강력한 모바일AP를 쓰지 못하니까 성능도 부족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에 종속된 채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 상태로는 알림을 손목에다 표시해 주거나, 통화를 손목에서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의 알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리모컨 역할을 하는 것 정도가 된다.


여기에 더해서 젠워치3는 심박 센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운동할 때 만보기와 속도계 정도의 역할 말고는 더 해줄 것이 없고, 사실 이것은 스마트폰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다.


유일하게 스마트폰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 주는 영역이 있다면 수면 트래킹일 것이다. 잠을 잘 때 젠워치3를 차고 자면 렘수면 시간이 얼마나 되고, 중간에 언제 깼는지 등 종합적인 수면의 질을 기록해 주는데, 아마 내가 뒤척이며 움직이는 것을 인식하고 기록하는 듯 하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스마트 밴드에서 해 주는 정도는 되겠지.


장점과 단점을 요약해 보았다.


<장점>

  • 가격 대비 깔끔하게 예쁘다. (고급지게 예쁜 디자인을 원하면 가격대를 젠워치 가격에서 최소한 10만원 넘게 올리면 된다.)

  • 매우 빠른 충전 속도



<단점>

  • 심박센서 등 일부 센서 부재로 인한 헬스 기능의 약화

  • 배터리가 많지는 않아서 충전에 신경써야 한다.

  • 기존 헬스 앱들과의 호환성이 별로 안 좋다. 삼성 헬스에도 호환이 안 되고, 구글 피트니스에는 데이터 공유가 되지만 수면 데이터는 공유가 안 된다.

  • 자려고 누워 있으면 젠워치가 수평으로 위를 보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꾸 자기 혼자 화면이 켜진다.



<웨어OS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

  • 반응이 굼뜨고, 가끔 이유를 알 수 없이 느려진다.

  • 소리는 쉽게 끌 수 있는데, 진동은 쉽게 끌 수 없다. 그러니까 비행기 모드를 하면 스마트폰으로부터 알림을 받을 방법이 없으므로 소리와 진동 모두 울리지 않는 효과는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결을 유지한 채로 진동을 끄려면 설정의 알림 부분에서 복잡하고 자세한 설정을 이해하고 변경해야만 한다. 안 그래도 느린데 손목 위에 있는 조그만 화면에서 이렇게 세밀하게 설정을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결국 웨어OS의 인터페이스 문제.

  • 중구난방으로 서로 호환되지 않는 헬스 기능의 난립

    • 지금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삼성 헬스는 물 마시고 커피 마시는 등의 기록과 심박 센서를 이용한 스트레스, 산소 포화도, 심박수 등을 트래킹해 주기 때문에 유용해서 지울 수가 없다.

    • 젠워치3 때문에 그나마 호환성이 있는 구글 피트니스 앱을 설치했는데, 삼성헬스에서 해 주는 만보기와 운동 속도/거리 등을 중복해서 똑같이 측정하고 있다. 정작 젠워치에서 기록한 수면 데이터는 구글 피트니스에서 확인할 수가 없다.

    • 젠워치3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자체 헬스 앱인 젠핏(ZenFit)은 위의 두 개에 비해 기능과 인터페이스 측면의 편의성이 부족하다.

    • 그런데 내가 원하는 헬스 트래킹을 다 하고 싶으면 위의 3개의 앱을 모두 다 갖고 있어야 한다. 이게 뭐야…



결론적으로, 그냥 예쁜 패션 아이템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스마트폰의 알림 또는 간단한 리모컨 기능이 손목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생각하고 쓰는 것이 실망하지 않는 방법이다. 기존의 손목시계처럼 스트랩을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갈아 끼우고, 워치 페이스도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꿔 가며 쓴다면 나름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헬스 기능을 깔끔하게 쓰려면… 그냥 기어 S3 쓰는 게 낫겠다. ㅡㅡ (마찬가지로 아이폰이라면 애플 워치 말고 다른 것을 살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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