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연구에 대한 실험 코드를 고쳐 가며 새로 데이터를 뽑고, 또 문제가 있거나 개선할 부분이 보이면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유난히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단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어떤 설계(design)으로 개선해서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라우팅 프로토콜을 고치는 과정에서, source node가 자신이 트래픽을 보내기 위해서 먼저 경로를 탐색(route discovery)하고 선택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자주 하게 되면 그만큼 네트워크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route discovery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 먼저 실제로 route discovery를 몇 번씩 했는지 파악을 할 필요가 생겼다. 이것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았는데,

  1. 그냥 각 source node의 ID로 된 텍스트 파일을 만들고, 매 초마다 route discovery를 몇 번 했는지 숫자를 텍스트 파일에 시간 순서대로 한 줄씩 기록하는 방법
  2. Route discovery 전체를 기록하는 텍스트 파일 한 개를 만들고, 모든 source node가 같은 파일 포인터에 접근해서 시간, 노드ID, route discovery를 수행했다는 flag를 한 줄로 기록하는 방법

위의 두 가지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로 기록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통계를 내고 엑셀 파일 같은 곳에 가져다 쓸 것까지 생각을 해 봤을 때 어느 방법이 가장 좋은지 쉽게 판단이 잘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게 깔끔하게 마음 편한 방법으로 잘 정리가 되지 않자,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다른 작업을 못하고 그냥 고민만 하고 딴짓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사실은 내가 연구 측면에서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고, 라우팅프로토콜의 성능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작은 통계 생성 방법일 뿐이고 어떤 설계를 따르던지 어차피 시뮬레이션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무시하고 한 가지를 얼른 정해서 진행을 해도 되는 것이었는데, 어느 한 가지를 고르는 것이 속 시원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연구 전체를 진행하지 못하고 마치 트랩에 걸리듯이 꼼짝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 밤이 되어서 그냥 첫 번째 방법으로 진행해서 얼른 경로 탐색에 대한 기록부터 만들어내고, 그렇게 각 source node별로 만들어진 기록을 합산하는 스크립트를 파이썬으로 빨리 만들어서 붙이기로 했다. 사실 이미 각 노드마다 flow 트래픽 사용량에 대한 통계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내고 똑같이 파이썬 코드로 후처리(post-processing)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코드를 재활용해서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통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지저분하게 파일 개수가 많아지는 것, ns-3 코드 상에서 파일 포인터가 많아지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문제도 없기도 하고...)


나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이 단점이므로, 그냥 가급적이면 조금 더 빨리 결정한 다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밀어붙인 뒤에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그 시점에서 재빨리 고쳐 나가서 목적부터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의 것으로 충분하다 (마태복음 6:34)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Bryan_

,
반응형

김연아 나이키 광고 "Just Do It".

영상 링크: https://youtu.be/3Dl1hilzm84







벌써 이 광고가 나온 지가 7년이 넘었다.

사실 연구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모든 것이 결정되는 올림픽 대회에 비하면 완성할 때까지 훨씬 기회도 많고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매 순간의 연구를 지속하는 행위에 있어서 지나치게 걱정이 많아서 생산성을 너무 많이 떨어뜨리는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 연구 결과물로써의 '논문'이 나올 때까지 나는 얼마든지 글을 고쳐쓸 수 있고, 실험과 시뮬레이션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서 돌리면 된다. 만약 due date가 고정되어 있다면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고치는 양에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단 한 번만에 일필휘지로 논문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한 번만에 제대로 돌아가는 실험 코드를 만들려고 하고, 단 한번의 생각으로 논문의 한 섹션을 논리적인 빈틈 없이 쭉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무리한 단기 목표 때문에, 최종 목표인 논문의 완성까지 도달하는 길이 실제로 겪는 것보다 훨씬 더 험난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당연히 괜히 심리적으로 더 지칠 뿐이다. 이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이런 잘못된 심리적인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다.

CF에서 보듯이, 일단 아주 간단한 것부터 달려들어서 그냥 한번 고쳐 보는 것.

단지 변수 하나를 추가하거나 바꾸는 정도의 아주 간단한 코드 조각을 일단 만들고 보는 것.

일단 한국어로라도 간단하게, 비어 있는 논문 페이지에 "여기에 무슨 내용이 들어간다, 이런 것으로 채운다"라고 뭐든지 써 보는 것.


아무 것도 안하기 때문에 그 대신 뇌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들을 일단 뭔가 간단한 것부터 시작함으로써 점점 지워 나가고, 연구와 관련된 생각의 흐름들로 자연스럽게 채워 나가는 이 작은 용기가 나에게 필요하다.


Just make something,

just write something,

just start making something.


일단 뭐든 간단히 만들고 고치자.

Divide and conquer.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Bryan_

,
반응형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영어 속담은 공식 기록에 남겨져 있는 첫 사용 사례가 17세기였을 정도로 오래 되었다. 그만큼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이 가던 기본 원리라고 볼 수 있겠다.


일을 전혀 안 해도 망가지지만, 전혀 놀지 않고 일만 하는 것도 당연히 나쁘다. 그걸 누가 모르나.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해라"는 말은 너무 잘 알고 있고, 심지어 지도교수도 틈틈이 학생들에게 언급하신다. 하지만 일/공부를 해야 할 때 안 하거나 못하면 결국 놀 때에 일/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적어도 이 대학원 환경에서 내가 느끼기에는, "일할 시간에 최선의 집중력과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투입해서 그 시간 안에 계획하던 것을 이루고, 그 다음에 남들 쉴 때 너도 시간이 남는다면 쉬어라"는 식으로 해석될 뿐이다.


장기적으로 나는 일/공부에 최고로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하지 못해서 결국 박사과정 기간 자체가 길어지고 말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내 문제더라. 나와 환경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도 결국 성취해 내는 사람들이 주위에 여럿 있는데 내가 그 자리에 못 간다는 것은 결국 나는 그 사람들만큼 해내지 못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집중해야 할 때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집중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더 긴장과 부담이 가중되면서 쉬는 날에도 마음이 전혀 편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정작 일을 하려고 쉬는 환경을 억지로 벗어나서 부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환경에 나 자신을 옮겨 놓으면, 아이러니하게도 또 집중을 못한다.

'이제서야 이 정도밖에 완성을 못 했다니'

'앞으로 해야 할 게 이렇게나 많은데 오늘 조금 해도 고작 얼마나 메꿀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내 안의 부정적인 생각들과 싸우느라 귀중하게 확보한 시간을 또 정신력을 소모하며 대부분 허비하고 만다. 이쯤 되면 강박장애 쯤 되는 정신질환이 생긴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학교에서 휴학을 끝내고 복학을 할 때에는 온라인으로 심리 검사를 하는데, 나는 우울감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고, 대신 불안감은 정상을 벗어난 중간 정도로 나왔다. 정확하게 내 상황 그대로 나온 것 같다.

평소에 집중을 잘 못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속상한데 집에서 가장+육아 역할도 충분히 못 하는 것도 미안하고, 아직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 항상 부족하기만 한 재정,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미래로 인해 울화와 짜증이 합쳐졌다. 새벽에는 그 날 충분히 일을 못한 것이 속상해서 잠을 못 이루고, 당연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질 못한다. 조금 늦게 시작하는 하루가 또 속상하고, 연구실에 오면 또 충분히 집중을 못하고. 이러니 매사에 짜증이 날 뿐이다.


인생이 짜증스럽지만 난 절대로 죽고 싶지는 않다. 하루빨리 이 짜증나는 환경을 벗어나서 제대로 살아 보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나는 어딘가에 분명히 쓸모가 있는 사람인데, 지금 연구도 잘 안되고 박사학위 하나 받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를 상실한 것 때문에 이 흥미진진한 정보통신 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싫다. 이 분야가 결코 재미없는 분야도 아니고, 누구보다 멋지게 살고 싶다. 생각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내가 꼭 얻고 싶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오랫동안 공부해 와서,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박사학위를 쉽게 포기하지를 못하겠으니, 유일한 방법은 내가 스스로 동기부여를 갖고 단기간에 집중해서 이 지지부진한 과정을 끝내는 것밖에 없다.


(여기부터는 망상이니 심각하게 읽지 마시길...ㅋㅋㅋ)


하루빨리 뇌과학이 극단적으로 발전해서, 뇌 속의 감정적인 부분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신경만 선택적으로 잠시 마비시키는 그런 기술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지금부터 딱 1년만 나의 모든 감정적인 신경회로를 다 동결시키고, 잘 짜여진 목표들을 1년치를 기억해서, 오직 그 일들만 매일매일 주어지는 대로 처리하는 삶을 산다면 논문 두어 편에 학위 받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그렇게 딱 1년만 우울감/불안감이 모두 차단된 로봇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딱 그렇게 전적으로 집중하는 기간을 두는 것이 인생 전체로 봤을 때에는 손해가 아니라 좋은 밑거름이 될 텐데 말이다.


설 연휴가 아무 의미가 없는 지금, 이런 헛소리라도 이 곳에 질러 둬야 또 잘 안되던 연구를 할 머릿 속의 빈 공간이 확보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이 곳에 헛소리를 남긴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 짜증과 불안의 말들 모두 토해 버리고, 다시 자존감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채워넣고 재미있게 글과 코드를 고쳐 보자.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Bryan_

,

Oct. 17, 2007

Life/일상 2007. 10. 17. 21:16
반응형

언제부턴가 노트북 쿨링팬에서
책장 넘어가는 듯한 "사사삭-" 소리가 들리고 있다.
도서관에서 이녀석 갖고 강의자료 보면서 공부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거슬린다. ㅠㅠ+

1년밖에 안됐는데 귀찮게 A/S 받으러 가야 하다니.

...아니면 설마 1년이나 써서 그런 건가?

반응형

'Life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노트북 시리즈9 (아티브 북9) 이어폰/마이크 포트  (0) 2014.01.21
도일리 페이퍼를 이용해서 선물 포장 예쁘게 하기  (0) 2013.12.31
Oct. 11, 2007  (1) 2007.10.11
Oct. 2, 2007  (2) 2007.10.02
Sep. 23, 2007  (1) 2007.10.01
블로그 이미지

Bryan_

,

Oct. 11, 2007

Life/일상 2007. 10. 11. 04:24
반응형

최근 일주일쯤의 기간 동안 일어난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 짧아보이는 기간 동안에도 내 변화를 내가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더 dynamic한 삶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사회가 아닌 곳에서 안전하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 안전한 곳이 위태로워지는 흔치않은 상황을 겪는 것도 감사하고,
사실 겉보기에 가장 안전하다는 곳도 실제로는 위험지대일 수 있다는 것과
겉보기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일지라도 실제로는 가장 안전한 곳일 수 있음을
점점 더 알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내 지혜의 최대치를 넘어서는 그분의 전략을 위해,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아야 한다.

반응형

'Life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일리 페이퍼를 이용해서 선물 포장 예쁘게 하기  (0) 2013.12.31
Oct. 17, 2007  (0) 2007.10.17
Oct. 2, 2007  (2) 2007.10.02
Sep. 23, 2007  (1) 2007.10.01
Sep. 17, 2007  (1) 2007.10.01
블로그 이미지

Bryan_

,